가품 논란 무신사가 신뢰 회복 위해 그동안 한 일

올해 패션업계를 뒤흔들었던 주제는 무엇일까? 일여년간 취재한 결과,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역시 정가품 이슈다. 발란, 크림, 심지어 백화점 입점 편집숍까지. 패션업계 구석구석에서 가품이 나왔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예외는 아니다. 올 초 피어오브갓 ‘에센셜’ 티셔츠 가품 판매로 곤혹을 치뤘다. 무신사 부티크에서 판매한 에센셜 티셔츠가 네이버 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신사 부티크가 출시된 지 불과 5개월만에 일어난 사건이다.

무신사와 크림은 왜 가품 논쟁을 끝내지 못할까?

브랜드 본사의 정품 불충족 판정 이후, 무신사는 고객 보호를 위해 해당 브랜드 상품 판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해당 상품 구매자들에게 상품 금액 200% 보상을 마무리했다.

크림, 무신사 피어오브갓 상품 본사에서 가품으로 확인

하지만 해당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으로는 부족하다. 2개월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소식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신사는 지난 4월 이후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밟았을까. 시간순으로 살펴본다.

 

TIPA와 업무협약 체결… 검수 시스템 강화

무신사는 지난 4월 14일 무역재산권지식재산권협회(TIPA)와 해외 브랜드 검수 절차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TIPA는 권리자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지식재산 보호활동를 운영하는 민간기구다. 무역활동에 참여하는 공급자와 국내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2007년 출범했다. 회원사로는 애플, 루이비통코리아, 티파니앤컴퍼니 등 주요 지재권회원사와 이마트, 세라마케팅과 같은 수출입회원사, 위메프, 롯데백화점과 같은 특별회원사가 있다. 무신사는 회원사 중 유일한 패션 플랫폼이다. 

회사는 업무협약을 통해 해외 수입품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상표권 침해 예방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공식 파트너십 체결… 가품 경로 차단

무신사는 가품 판정 사건 전후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간 유통사로 가품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무신사 부티크는 이미 3월부터 이탈리아 패션 그룹 OTB그룹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었다. OTB그룹은 메종 마르지엘라, 디젤, 마르니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 그룹이다.

또한 사건 이후  ▲OAMC ▲써네이(SUNNEI) ▲텐씨(TEN C) ▲리던(RE/DONE)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 30여곳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들은 최근 국내에서 ‘신명품’ 혹은 컨템포러리 브랜드 등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충분한 검수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기업들과의 공식 파트너십을 통해 가품 유입 경로를 원천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가품 검수 강화… 해외 브랜드 전수 검사 

무신사는 TIPA와 손 잡고 물류센터 재고 및 신규 입고 상품 대상으로 해외 브랜드 전수 검사를 시작했다. TIPA는 브랜드 등 지식재산권자에게 수입품의 견본감정을 의뢰하고 자체 검사 시스템으로 재고를 확인한다.

(사진=무신사)

무신사는  이 검수시스템으로 프라다, 미우미우 등으로 검수 가능한 브랜드를 대폭 확대했다. 메종 마르지엘라, 마르니 등 공식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는 별도의 검수를 거치지 않는다.

 

신뢰 회복 체감… 상품군 확대 

무신사 부티크는 8~9월 두달간 거래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그 바탕에 정품 검수 강화 절차와 브랜드 공식 파트너십이 있다고 분석했다. 무신사 부티크의 8~9월 거래액은 직전 2개월(6~7월)과 비교해 361% 증가했다. 월 이용자수도 88% 늘었다.

또한 무신사 부티크는 10월 들어 상품군 확대에도 나섰다. 상품군 확대에 있어 중점은 업력과 전문성이다. ▲빈티지워치로는 용정콜렉션, 하이엔드 디자인 가구(보블릭) ▲프리미엄 판화(프린트베이커리)로 범위를 넓혔다. 

 

플랫폼 전반 점검…병행수입업체 검수 강화

중요한 점을 하나 짚고 가자. 무신사 부티크 내 상품은 무신사가 직접 매입한다. 혹은 브랜드나 부티크로부터 상품을 직매입하는 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 받는다.

그러나 무신사 스토어, 29CM, 레이지나잇 등 다른 서비스에서는 병행수입업체가 일부 입점해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병행수입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상품 거래액은 연 수백억원 수준이다. 병행수입 상품은 전체 매출에 비해 비중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그 일부에서 가품이 발견된다면 무신사 전체가 다시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무신사는 플랫폼 내 병행수입업체 판매 상품에 대해 새로운 검수 기준을 제공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기존 수입신고필증만 증빙서류로 제출했다면, 앞으로는 판매 상품의 브랜드 본사, 혹은 본사 인증 공식 파트너로부터 정품 인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무신사는 태그·케어라벨도 점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병행수입업체들은 브랜드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태그나 케어라벨을 제거했다. 오픈마켓 다수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그러나 회사는 이번 조치를 통해 판매 혹은 거래액이 줄어들더라도 소비자가 필수로 알아야 할 정보를 침해해왔던 병행수입업계의 관행을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무신사 관계자는 “정품 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검수 기준을 꾸준히 강화한 결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차츰 회복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지식재산권 보호와 더불어 디자이너 브랜드 패션 정품만을 판매하여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정품 여부 및 신뢰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오픈서베이 명품 쇼핑앱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명품 구매시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 정품 여부 및 신뢰성을 가장 중시한다. 또한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할 때, 정품 여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3.9%에 이르기도 했다. 무신사가 계속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올 초 사건을 넘어 계속해 신뢰를 다질 수 있을까, 앞으로 지속될 회사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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