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와 크림은 왜 가품 논쟁을 끝내지 못할까?

진품인지 가품인지를 둘러싼 무신사와 크림의 논쟁이 끝나질 않는다. 

사태는 네이버 크림이 지난 1월 무신사에서 판매하는 에센셜 티셔츠를 가품이라고 판정하면서 벌어졌다. 무신사는 곧이어 한국명품감정원과 공식 유통사인 팍썬의 응답, 그리고 정가품 판정 서비스 ‘레짓 체크 바이 CH’의 정품 판정을 가져와 크림의 검수 결과에 반박했다. 크림이 제품 간 개체 차이를 자의적으로 가품으로 판정했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그러나 무신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크림이 “해당 제품에서 보이는 차이가 개체별 차이로 보기 어렵다”며 ‘레짓 체크 바이 CH’등 다양한 업체에 직접 문의해 검수받은 가품 판정 사례를 들고 나왔다. 무신사의 정품 주장에 다시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두 기업의 입장이 엇갈리며 무신사와 네이버 크림 간 논박이 계속될 예정이다. 무신사는 크림이 제시한 증거에 대한 반박과 함께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무신사와 크림은 왜 이렇게까지 첨예한 공방을 벌이는 걸까? 우선 두 플랫폼의 성격부터 살펴봐야 한다.

출처: KREAM 홈페이지

 

크림은 네이버 손자회사로 한정판 거래 플랫폼이다. 리셀 시장에서 제일 인기있는 제품군인 스니커즈 거래가 가장 활발하나 앱 내에서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과 각종 브랜드 의류도 거래 중이다. 지난해 8월 국내 최대 스니커즈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를 80억원에 인수하며 자사 리셀 플랫폼과 사업 시너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출처: 무신사 프레스룸

반면 이번 가품 논란이 일어난 무신사 부티크는 무신사에서 지난해 6월부터 운영 중인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이다. 무신사측은 무신사 부티크의 전 제품을 현지 부티크나 공식 유통사에서 직접 매입한다고 밝혔다.

한쪽은 리셀 플랫폼이고, 다른 한 쪽은 럭셔리 플랫폼이니 얼핏 보면 겹치는 부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실상 같은 고객군을 가지고 있다. 리셀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한 상품을 바로 리셀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역시 무신사 부티크에서 구매한 에센셜 티셔츠가 리셀 플랫폼인 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아 논란이 불거진 경우다. 게다가 무신사 또한 자사 검수센터를 운영하는 한정판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한다. 크림과 무신사는 사실상 같은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패션 플랫폼에서는 무신사가 1위를 차지하지만 리셀 플랫폼은 조금 다르다. 국내 리셀 플랫폼의 양대 산맥은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 솔드아웃으로 두 업체가 양강체제를 보이고 있다. 다만 사용자수는 네이버 크림이 앞선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크림의 안드로이드 앱 이용자수는 10만 명이다. 반면 무신사 솔드아웃의 이용자수는 1만 6000명이다.

이들이 이렇게 양보 없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데는 패션 플랫폼 특성상 가품 이슈가 기업의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논란이 가품이 맞다고 결론지어질 경우, 무신사는 플랫폼 내 가품을 유통했다는 꼬리표를 달 수도 있다. 크림과 경쟁 중인 솔드아웃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가 물러서지 않는 이유다.

또한 크림이 상품을 가품으로 잘못 판정했다면, 크림은 잘못된 검수 기준을 가져 유통하는 제품이 정품인지 가품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크림과 같은 리셀플랫폼에서는 검수단계를 필수로 거친다.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물품을 보내기 전, 플랫폼 내 검수센터를 거쳐 정가품인지 판정 받는다. 그렇기에 자체 검수기준이 잘못되었다면 플랫폼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한편, 온라인 패션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플랫폼을 통한 거래에 가품이 끼어들 여지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압수한 위조상품은 정품가액 415억원 규모로 2020년 약 159억 6000만원에 비해 160.1% 증가했다. 가품 유통이 활발해짐에 따라 명품, 리셀 등 각종 패션 플랫폼이 운영에 드는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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