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기술 만드는 자이스 “고객 많은 한국 시장에 투자한다”

네덜란드 장비업체인 ASML이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7나노 미만의 미세 공정을 구현하는 데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해당 장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ASML은 ‘슈퍼 을(乙)’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ASML 이야기를 꺼낸 것은, EUV 장비를 만드는데 필요한 또 다른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독일 장비업체 자이스는 EUV 노광장비의 극자외선을 만들기 위한 광학 기술을 제공한다. 자이스는 1846년 렌즈 제조사로 설립된 업체로, 지금은 광학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전반에 손을 뻗고 있다. 이 회사가 23일 동탄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캠퍼스 투어를 가졌다. EUV에 들어가는 광학 기술 외에 회사의 여러 사업 부문을 한국에 자세히 소개하려는 의도다.

자이스는 현재 ▲반도체 기술 ▲산업 품질⋅연구 ▲의료 기술(인공수정체, 안질환 의료 장비 등) ▲소비자 광학 기술(안경) 부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EUV 기술은 반도체, 그 중에서도 PRT(Particle Removal Tool) 사업 분야에 속한다. EUV로 이름을 알렸지만, 더 많은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자이스가 제공하는 FIB-SEM 전자현미경 ‘제미니(Gemini)2’

캠퍼스 투어가 진행된 동탄 이노베이션 센터는 지난 8월 개관했다. 이곳에서 자이스는 산업 품질 연구용 장비를 개발한다. 회사를 알린 EUV 기술을 중점 연구하는 곳은 아니지만, 정밀 부품 분석⋅검사 솔루션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레이저를 활용해 부품의 표면과 물성을 파악하는 광학 현미경이나, 제품 내부의 기공과 결함을 비파괴 검사(파괴하지 않고 성능이나 균열 여부 등을 확인하는 과정)하는 데 사용하는 엑스레이 현미경, 나노 단위의 미세한 균열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전자 현미경 등이 센터에 배치돼 있다.

자이스의 엑스레이 현미경(XRM)

엑스레이 현미경은 반도체나 배터리, 자동차, 에너지 등 정밀함을 요구하는 산업에 필수적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는 회로 굵기가 나노 단위로 미세해지고 있는데, 결함ㅇ을 줄이기 위해서는 회로 내에 있는 미세한 기공이나 결함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자 현미경이 사용된다.

또한 배터리 부문에서는 통상 분리막이 찢어지는 등의 결함으로 양극재와 음극재가 접촉할 시, 폭발이나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문제는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내부 결함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때 자이스의 엑스레이 현미경을 사용할 수 있다.

정현석 자이스코리아 대표는 “작은 결함이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제품을 측정하고 물성을 파악하기 위한 자사 장비 수요가 높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이스의 산업 품질⋅연구용 장비는 모두 회사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분석한 후, 도식화한다.

정 대표는 “자이스는 산업 품질⋅연구 측면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요소를 모두 고려한 ‘디지털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대상의 크기와 재료, 형태에 제한 없이 다양한 형태의 품질⋅연구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출 부문에서는 반도체와 산업 품질⋅연구사업부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자이스 측에 따르면, 그간 헬스케어와 다른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0% 정도 됐는데, 이제는 헬스케어 외 사업이 ▲반도체 ▲산업 품질⋅연구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이스 측은 이후에도 반도체와 산업 품질⋅연구 부문의 사업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정현석 대표는 자이스가 한국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업체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배터리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자이스의 품질⋅연구 장비를 필요로 하는 산업군이다.

정 대표는 “자이스는 내년부터 약 4년 간 480억원 정도의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전자 현미경 연구개발시설과 포토마스크(반도체 설계가 그려진 회로판으로, 포토마스크에 노광하는 방식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긴다)를 비롯한 반도체 연구개발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