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 뜨는 대환대출 구축, 여전히 밥그릇 우려하는 은행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대환대출 플랫폼 시스템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전 업권의 금융사가 참여하지만 은행권은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여전히 핀테크 기업 종속 우려, 수수료 문제, 기존 고객 이탈 등을 우려하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 소비자가 가입 중인 대출상품의 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돕는다. 금융 소비자는 핀테크 혹은 뱅킹 앱을 통해 가입하고 있는 대출상품보다 좋은 조건의 상품을 비교한 뒤 대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오프라인에서 하던 것을 온라인으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14일 금융위원회는 내년 5월 운영개시를 목표로 대환대출(개인신용대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 구축에는 금융사 50여 곳이 참여한다. 금융위는 내년 5월 께 시스템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 업권의 전산개발 실무자 회의부터 시스템 개발, 통합 테스트 구축에 약 6개월 정도 소요된다. 금융위는 이번 달 중으로 전 업권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대환대출 시스템 구축에는 금융사 50여 곳이 참여할 계획이다. 사실상 1금융권, 저축은행, 카드사 등 국내 대부분의 금융사가 참여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 금융권이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만큼, 몇몇 금융사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권의 이러한 불만에 대해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환대출 플랫폼 왜 만드나?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은 금리인상이 이뤄지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 1년 동안 총 7번 인상됐다. 은행권 가계 대출 금리는 올 9월 신규취급 기준으로 5.15%로, 9년 동안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소비자의 이자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으로 대환대출 시스템 구축을 결정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할 것 없이 대환대출 플랫폼의 필요성을 공감할 정도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다만, 대환대출을 위해서는 금융회사 간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대출비교 플랫폼과 제휴를 맺어 대환대출 전용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은행은 3곳에 불과하다.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핀크 등 핀테크 기업이 2금융권 상품을 중심으로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유다.

대환대출 플랫폼 시스템이 구축되면 전 금융업권의 대출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다. 이러한 비교, 가입은 핀테크 뿐만 아니라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의 앱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환대출 플랫폼 어떻게 만드나?

금융위는 온라인, 원스톱으로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 간 대출이동 시스템을 구축해, 상환절차를 전산화한다. 대환대출 상환요청, 상환 필요금액·계좌 등 필요한 정보 제공, 최종 상환확인 등을 금융결제원 망을 통해 중계한다. 시스템은 금융결제원과 금융회사 간 자율적 협약을 통해 구축한다. 

(자료=금융위)

시스템이 전산화되면 신청부터 가입까지 대부분의 절차가 온라인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대환대출을 위해 고객이 직접 은행을 방문하며 금리 등을 비교해야 했다. 또 상품 가입을 위해 은행에 가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반면,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으로 소비자는 기존 대출정보를 확인하고 상환처리, 상환정보 조회 등을 할 수 있다. 

어쩔수 없이 참여하는 금융권?

금융 소비자들은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이자경감을 할 수 있다. 과정 또한 간소화되어 상당 부문 금융 소비자에게 효용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대환대출 플랫폼 시스템 구축이 결정되기까지 여러 잡음이 있었다. 당초 금융위는 올해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을 원했다. 그러나 서비스의 핵심 주체인 은행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차질을 빚었다. 대환대출 서비스 시 금융사가 핀테크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부터 시작해 수수료 부과 등을 우려했다. 

금융사가 대환대출 참여를 망설인 가장 큰 이유는 기존 고객들의 이탈이다. 금융 소비자가 더 낮은 금리의 타 은행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게 되면 주거래 고객이 이탈한다는 이유에서다. 경쟁력을 가져가기 위해선 대출금리를 낮출 수 밖에 없다. 주요 수익모델이 예대마진인 은행에게는 곧 수익성과 직결된다.

두 번째, 금융 소비자들이 은행 앱보다 핀테크 서비스를 많이 찾을 경우 은행의 플랫폼 점유율은 더 낮아진다. 실제로 월활성사용자수(MAU)가 가장 높은 금융앱은 토스, 카카오뱅크다. 금융권은 소비자들이 대환대출 서비스도 뱅킹 앱보다 핀테크 앱을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있다. 

이 경우 금융권은 핀테크에 종속되어 핀테크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핀테크 기업은 자사 플랫폼에서 금융권의 대출상품을 중개하고, 계약이 이뤄지면 금융사로부터 수수를 받는다. 앞으로 핀테크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 이 비용 또한 늘어나고, 금융사는 상품을 공급하는 역할만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가 마냥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라며 “기존 대출 고객의 이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 이 시장을 독과점 할 경우 은행이 지불해야 할 수수료는 더 많아진다”며 “핀테크의 배만 불리는 일로,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할수록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과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위와 여·야 모두 대환대출 시스템을 요구하고 금리 상승으로 금융권의 실적잔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은 더 이상 불참을 선언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 금융권의 대환대출 플랫폼 불참이 밥그릇 싸움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아울러, 금융위는 대환대출로 인한 금융사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관련해 금융위는 “금융권의 핀테크 업계에 대한 의존 문제는 금융사의 대출비교 플랫폼 운영을 허용해 플랫폼 다변화에 따른 시장경쟁을 통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개 수수료에 대해서는 “대출비교 플랫폼 운영주체와 대출상품 공급회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플랫폼 중개 수수료의 합리적인 산전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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