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사례] AI로 1분만에 화재 원인을 분석하는 방법

화재 현장에서 발화 지점이나 원인을 분석하는 데에 인공지능(AI) 기술이 활용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문 조사관들이 장시간에 걸쳐 화재 원인을 분석해야 했는데, AI 기술 덕분에 현장에서 사진을 찍기만 해도 1분만에 화재 원인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

한국전기안전공사 홍성준 선임연구원은 지난 17일 소이넷이 주최한 바이라인플러스 웨비나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구리전선 용융흔의 외형특징 판별 기법’이라는 주제로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홍성준 선임연구원

융용흔이란 구리 전선이 녹았다가 다시 응고된 흔적을 말한다. 홍 연구원에 따르면, 용융흔은 화재 원인이나 발화 지점을 판별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단서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융용흔 분석을 통해 화재 진행 방향을 알 수 있는데, 이를 거슬러 올라가면 발화 지점 예측할 수 있다. 또 화재 발생 당시 전기가 투입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융용흔의 다양한 모습을 분석하면 원인도 추정해볼 수 있다.

현재는 융융흔 분석은 전문가의 식견에 의존하고 있다. 홍 연구원은 “현재 화재 조사자 분들이 육안으로 융용흔을 구별하고 하고 있다”면서 “화재 조사자들의 차이, 개인의 노하우에 따라서 판별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기안전공사는 AI 기술을 도입했다. AI를 융용흔 분석에 활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학습데이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홍 연구원은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선들이 단선, 연선, 코드선 등 다양하고 굵기도 다양하다”면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규격화해서 학습 데이터로 만들고 추론해야 하는지, 이런 과정들이 좀 선행됐다”고 전했다.

공사는 AI 분석을 위한 촬영 장비도 직접 만들었다. 이미지의 표준화를 위한 것이었다. 또 화재 현장에서 바로바로 융용흔을 구별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장치에 바로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촬영장비를 개발했다. 홍 연구원에 따르면, 공사가 학습을 위해 정제해서 라벨링을 마친 융용흔 이미지는 3만여 장에 달하며, 이 데이터를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알고리즘 기반으로 학습을 진행했다.

화재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에 연결된 AI 데이터 수집용 촬영장비

공사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 시스템을 운영한다. 클라우드에는 학습용 서버와 추론용 서버가 존재하며, 화재 현장에서 바로바로 이미지를 찍어서 클라우드에 올릴 수 있는 모바일 앱도 개발했다. 조사자가 화재 현장에서 모바일 앱으로 융용흔을 찍어서 클라우드 서버에 올리면, 곧바로 AI가 융용흔을 분석해 종류를 판별을 하고 감정서를 출력할 수 있도록 했다.

공사는 융용흔 판별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 ‘소이넷 MLOps’ 플랫폼의 지원을 받았다. 홍 연구원은 “AI를 운영하면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쌓이게 되면 그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한데, 소이넷 MLOps를 통해 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화재 원인 분석에 AI를 도입한 이후 화재원인 감정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홍 연구원은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는 화재현장을 정밀 감정 하는데 한 7~10일 정도 소요가 됐는데, 이 시스템이 구축되고 나서는 1분이면 분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연구원은 “아직은 시범적 운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좀더 발전시켜야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더잘 진행이 되고 있어서 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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