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해지는 금융과 핀테크 업체의 동침, 이런 것도?
금융사와 핀테크는 적이었지만 이젠 동반자가 됐다. 최근 두 업계가 적극 협력하고 있다. 단순한 서비스 제휴를 넘어서 금융상품을 함께 만들거나, 금융사는 자사 플랫폼을 핀테크에게 개방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빅테크·핀테크와 금융사는 대립하는 모양새였으나 이제는 서로의 이점을 활용하는 협력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하나은행과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 상품을 선보였다. 네이버페이 선불충전금을 이용한 수시입출금 통장이다. 네이버페이와 연동해 결제할 수 있다. 즉,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을 만들어 돈을 넣어두면, 네이버페이 결제 시 돈이 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남은 돈에는 이자가 부여되며,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된다.
하나은행과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사의 이자와 전자금융업자의 선불충전금의 이점을 활용했다. 먼저, 네이버페이 결제 금액의 최대 3%가 포인트로 적립된다. 또 통장 예치금에는 100만원까지 최대 연 4%의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 금리는 0.1%이며, 가입 후 1년간 연 2.9%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내년 5월 2일 전까지 가입할 경우 1.0%포인트의 특별 금리가 적용된다. 다만, 가입 1년 후에는 0.5%포인트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은 고객에게 자사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인할 수 있으며, 하나은행은 기존 네이버페이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즉, 각 업권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사용자를 가두거나 신규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외에도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 우리은행, 전북은행과 제휴를 맺고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자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때 네이버파이낸셜의 역할은 사업자와 금융사를 이어주고 신용평가를 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기존 금융업과 손을 잡는 이유는 명확하다. 직접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보다 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규제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금융 규제는 보안이나 제도 측면에서 촘촘해 지켜야 할 것이 많다.
그러나 금융사가 아닌 네이버는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된다. 또 금융 소비자들에게 신뢰도를 쌓아온 금융사의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경쟁사로만 여겨왔던 핀테크, 빅테크의 장점을 인정하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 대규모 고객 기반을 보유한 빅테크, 핀테크와 제휴해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핀테크 업체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손을 잡았다. 지난달 제휴를 맺은 하나은행은 자체 뱅킹 앱에 토스의 인증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에 사설인증서의 도입이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은행은 자체 인증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자서명인증사업자, 본인확인기관 등의 지위를 획득했는데, 하나은행의 행보는 이와 상반됐다. 하나은행도 전자서명인증사업자, 본인확인기관을 획득해 인증서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번 제휴는 더 눈길을 끈다.
관련해 하나은행 측은 사용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고객이 하나은행의 인증서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에 토스인증서를 사용하던 고객일 경우 하나은행의 뱅킹 앱을 쉽게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기존 토스를 사용하던 사용자는 하나은행 뱅킹 앱에 가입할 때 토스 인증서를 그대로 쓰면 되기 때문에 가입과 사용이 편해진다. 하나은행은 이 점을 노렸다.
이밖에도 하나은행은 토스뱅크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관계사와의 제휴를 물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체 뱅킹 앱인 하나원큐를 (고도화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은행의 플랫폼라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네이버나 카카오 등 핀테크 기업과 제휴를 하는 것이 고객확보 등 효과가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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