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마켓 입성하는 중국 파운드리, 반도체 굴기에 도움될까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화홍반도체가 상하이 스타마켓 상장을 진행한다. 화홍반도체는 이미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있었는데, 스타마켓 2차 상장을 위한 규제 승인을 받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화홍반도체 측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우시 지역에서 반도체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상하이증권거래소 스타마켓에 상장해 180억위안(약 3조4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다”면서 “자금은 8인치 웨이퍼 제조 공장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제조 기술을 만드는 데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여기서 스타마켓은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는 중에도 중국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국 첨단 기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상하이증권거래소가 마련한 거래소를 지칭한다. 중국어로는 커촹반(科創板)이라고 한다. 중국은 스타마켓을 통해 기존 정부 차원의 지원금 외 새로운 방식의 자금 공급 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화홍반도체는 중국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2위 업체다. 레거시 반도체 생산에 주로 사용하는 8인치 웨이퍼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화홍반도체가 생산하는 최선단(Advanced) 공정은 55나노이며, 수익은 350나노와 90나노 공정에서 가장 많이 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1분기 수익의 60%가 두 공정 부문에서 발생했다.

화홍반도체가 이번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이는 중국 스타마켓 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된다. 중국 파운드리 1위업체 중신궈지(SMIC)와 제약사 베이진(BeiGene) 다음으로 대규모다.

화홍반도체가 대규모 스타마켓 IPO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중국 제재에 맞서 반도체 굴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중국 대상으로 반도체 장비의 유입을 막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일부 중국 시장 전문가는 “미국이 중국 반도체의 숨통을 끊으려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6일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을 실현하고, 원천 과학기술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이 반도체를 특정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았으나, AI⋅자율주행⋅5G 등 거의 모든 IT 기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시 주석이 해당 발언을 통해 미국의 제재에 맞서 반도체 굴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스타마켓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의미와도 부합한다. 업계에서는 화홍반도체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스타마켓 IPO를 추진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여 중국 반도체 생산을 책임지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목표 달성률과 별개로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생산과 장비, 소재 측면에도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조치가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의미가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자금 투입 여부와 기술 개발 진척도가 비례하지 않는데, 이는 곧 무작정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면서 “결국 미국을 비롯한 국가로부터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 기술을 공급받지 못하면 원활하게 반도체 산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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