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반도체 수율 하락 막는 저스템 질소 퍼지, “5년 뒤 본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라면, 어느 곳이든 ‘수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율은 투입한 웨이퍼에서 정상 작동하는 반도체가 나오는 비율을 말합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수율이 높을수록 수익성도 높아지겠죠.

그런데 이 수율을 높이는 일이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반도체는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약간의 충격이나 불순물만 가해져도 금방 불량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회로가 미세해지다 보니 더욱 정교하고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겁니다.

저스템(대표 임영진)은 반도체 공정 시 불순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결함을 줄이는 시스템 장비를 제공하는 업체입니다. 많은 언론에서 저스템을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수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라고 소개하고 있죠. 이번 [기업분석]에서는 저스템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 기술과 전망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저스템 질소 퍼지 시스템 장비 (출처: 저스템)

질소 퍼지, 왜 중요한데?

저스템은 2016년 설립됐습니다. 상장은 얼마 전인 10월28일에 했고요.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질소 퍼지(N2 Purge) 시스템’입니다. 저스템 측은 국내에서 해당 시스템을 최초로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합니다.

질소 퍼지란 일반 공기를 100% 질소로 만들어주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진공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겁니다. 질소는 반응성이 매우 낮은 기체입니다. 웬만해서는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죠. 그래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장비나 공간 내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를 질소 퍼지라고 합니다.

반도체 성능이 좋아지면서 회로가 미세해지고 있죠. 이 같은 미세한 회로는 작은 먼지와 불순물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회로 폭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나노 수준인데, 그 가운데 먼지 한 톨, 산소나 수분 등 불순물이 들어간다면 큰 영향을 미치겠죠. 따라서 반도체 생산업체는 질소 퍼지를 통해 생산 수율이 감소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 시스템을 저스템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스템이 주력하고 있는 부문은 LPM(Load Port Module)입니다. 2021년 기준 저스템 매출을 살펴보면, LPM에서 발생한 비중이 63.8% 가량 됩니다. 그만큼 LPM 실적에 꽤 의존하고 있는 겁니다.

LPM이란 반도체 웨이퍼를 25장 가량 모아 놓은 풉(FOUP)이라는 장비에서 반도체 생산장비로 옮기는 순간에 질소 퍼지를 적용해 결함을 줄이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반도체가 이동하는 순간에도 수분이나 산소와 접촉한다면 결함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질소 퍼지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죠.

저스템 측은 질소 퍼지 장치 부문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해외에서는 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종합반도체기업(IDM)을 고객사로 두고 있기도 합니다.

저스템 측은 “우리의 질소 퍼지 시스템은 수년간의 제품 경쟁력을 통해 지속적인 신뢰를 형성해 왔다”며 “100종 이상의 모델을 개발해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자부하기도 했습니다.

LPM 외에도 저스템은 생산장비 양측에서 불순물로 인한 불량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CFB(Contamination Free Buffer)와 웨이퍼 보관함 내부를 제어하는 목적의 BIP(Built in Purge) 등의 장비도 납품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반도체를 넘어 다른 사업 부문에도 손을 뻗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국내 장비업체  젠스엠으로부터 태양전지 사업부문을 흡수했습니다. 더불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다방면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고요. 2025년까지는 신규사업 비중을 4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도 밝혔죠.

당장은 안 좋더라도 ‘투자는 한다’

저스템의 2021년 매출은 448억 가량 됩니다. 반도체 전공정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부가적인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보니, 사업 규모 자체가 매우 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주요 반도체 기업이 수율을 잡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만큼, 저스템을 찾는 기업도 적잖죠. 반도체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두 담당하는 IDM 입장에서는 수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것이 영업이익과 직결되거든요.

증권가에서도 저스템을 꽤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먼저 반도체 회로가 갈수록 미세해지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죠. 또한 저스템은 2, 3세대 LPM 제품도 공급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 하고 있거든요. 2, 3세대 제품은 기류 제어, 습도 저감 부문에서 성능이 더 높아졌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듯 저스템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부문에도 진출하려 하고 있죠. 이 같은 부문에서 성장 모멘텀이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입니다.

상장 직후에는 강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스템 시초가는 1만1000원이었는데요, 상장한 날 해당 수치를 22.27% 상회한 1만3450원에 거래됐거든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730억원 정도 됐는데요, 일각에서는 이후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저스템 측은 “현재 개발중인 제품이 있는데,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지속적인 연구개발투자와 사업영역 확대가 필요하다”며 “추후 5년 간 반도체 시장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상장 이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자금은 인건비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재료비를 비롯한 연구개발비와 용인 부지 매입 등 시설 투자에 사용할 것”이라며 “매출 성장이 가능하도록 생산량을 추가 확보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다만 최근 모든 반도체 업계가 그렇듯, 당장은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고 있거든요.

반도체 생산 규모가 늘어나야 저스템의 시스템 수요도 원활하게 늘어날 텐데, 우선 이번 3분기에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감산을 선언했죠. SK하이닉스는 50%, 키옥시아는 30% 가량 감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올해 안에 반도체 관련 설비 부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죠.

내년에 반도체 시장이 회복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불투명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기업이 감산을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그만큼 돈벌이가 많이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많은 현금성자산을 들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상황이 나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 외 기업은 당장 자금이 많지 않으니 단시간에 설비 투자를 크게 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는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저스템의 주가는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스템은 상장 첫날 종가 1만2400원을 달성했는데요, 상장한 지 1주일 만에 15% 가량 하락한 1만50원을 기록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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