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대폭 줄었다” 공급 조절 능력이 관건

지난 3분기 국내 반도체 생산량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은 2022년 3분기 반도체 생산지수가 320.6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직전 분기 반도체 생산지수는 360.4였는데, 이에 비해 대비 11% 가량 낮아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에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지수는 전분기 대비 23.6% 감소했는데, 14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그 수치가 하락했다.

반도체 재고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반도체 재고지수는 237.1로 전분기 대비 17.4% 늘어났다.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 지수가 흔들린다는 이야기는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속속 들리기 시작했다. 반도체 생산지수와 재고 지수 모두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부정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비가 줄어드니 각 기업이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고, 이는 반도체 관련 지수 감소로 이어졌다.

주요 반도체 기업은 생산량과 관련 투자를 줄이는 고육지책을 단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외에도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등 주요 메모리 업체가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감산을 선언했다. 각 회사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50%, 키옥시아는 30% 가량 투자를 감행한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관련 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당장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4분기에 적자 전환을 할 것이라고도 전망하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감산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조치이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같은 감소세는 오래 가지 않고 내년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현재 반도체 업계의 전망이 좋지 않고 메모리 가격도 상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으나, 현재는 실적을 올리는 것보다 방향성 설정과 저점 시기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며 “그 가운데 적극적 감산 카드를 꺼냄으로써 내년에 재고 감소 터닝 포인트가 나올 가능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금융그룹 연구원도 “2023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기대할 만한 부분은 부진한 수요보다도 공급을 낮춰 가격을 맞춘다는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공급 조절 능력은 반길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각 기업이 재고에 대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지금이 생산지수의 최저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재고 수준이 높아지면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데, 통상 재고 이야기가 나오면 곧이어 기업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하락의 마지막 단계라 볼 수 있다”며 “현재 유통업체를 비롯한 채널에 있는 재고를 얼마나 빨리 소진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 가운데 삼성전자는 별도의 감산 없이 투자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금은 수요가 위축한 상태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투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12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과 110조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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