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시대, 부품 회사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국내에서는 최대규모인 모빌리티쇼가 대구에서 열렸다. 올해 타이틀은 ‘자율주행’이었으나 주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변환을 고민하는 중소규모 부품 회사들이 많이 참여했다. 이중 눈에 띄는 회사를 추려서 주요 기술과 제품을 소개한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변신

스틸 위주의 변속기 부품이나 엔진과 연료 파이프 제작을 중심으로 해오던 삼보모터스그룹의 최근 고민은 친환경 시대 대비다. 내연기관차 부품을 주로 만들어오던 회사인 만큼, 최근 전기차, 친환경 시대로의 전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삼보모터스는 전시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배송 드론을 시범적으로 공개했는데, 자신들이 만드는 부품으로 드론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선행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삼보모터스 경영기획실 이진섭 팀장은 “(산업이) 친환경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그간 내연에 집중한 아이템은 사양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면서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서 전기나 수소 요소 기술을 가지고 아이템을 새롭게 창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금은 수소 연료 저장시스템 외에 내연차의 변속기에 해당하는 전기자동차의 감속기나 전기 배터리, 금속 분리판의 핵심 기술 요소 등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진섭 팀장은 “친환경과 미래 시장, 자율주행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연구개발 인력만 200명을 넘길 정도로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투자를 집중해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인 이래에이엠에스는 1980년대 GM과 대우가 합작해 만든 곳이다. 여기도 주력은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이었는데 내달부터 배터리팩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쌍용차랑 배터리팩 공급 제휴를 맺은 상태. 아래 오른쪽 사진 상단( 1)에 보이는 배터리가 쌍용자동차의 첫 전기차 E100에 들어가는 배터리다. 이 회사는 클래식 카 외양의 전동카트를 전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왼쪽 사진), 여기에는오른쪽 사진 하단(2)에 있는 배터리가 들어간다.

배터리팩을 만드는 업체들은 삼성SDI나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아 차량 제조업체의 주문에 맞춰 각기 다른 사양으로 배터리팩을 만든다. 배터리팩 내부는 배터리셀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으며, 배터리가 과열되지 않도록 패키징 내부에 냉각 시스템을 포함시킨다. 주로 냉각수나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법을 채택한다. 이래에이엠에스 김문석 책임매니저는 “제조사에서 요구하는 주행 거리, 배터리 크기와 무게 등 사양에 맞춰 최대 출력을 맞추는 것이 핵심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의 승차감이나 제동거리 개선 등을 위한 부품을 만드는 곳으로는 네오테크가 참전했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들어가므로 차량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무겁다. 승차감 개선은 전기차 제조업체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인데, 현재는 네오테크 같은 업체가 승차감 개선을 위한 서스펜션을 만들어 공급한다. 또, 전기차의 제동 거리를 줄여주는 저더와 같은 부품도 만든다.

이준명 네오테크 대표는 “테슬라 통호회 같은 곳에서 네오테크의 서스펜션이 꽤 알려졌다”면서 “전기차에 저더를 적용할 경우 제동 거리가 3~5m 가까이 줄어드는데, 이는 자동차 한 대의 길이 정도라 안전을 생각하면 꽤 중요한 부품”이라고 설명했다.

전동스쿠터를 위한 배터리 스테이션

디엔에이모터스(대림오토바이)는 삼성SDI와 함께 모빌리티쇼에 나왔다. 이 회사는 라이더가 전동스쿠터의 배터리팩을 수시로 교환할 수 있는 스테이션을 만든다. 배터리팩 스테이션은 다 쓴 배터리팩을 반납하고 완충된 배터리팩을 교환해 가도록 고안된 곳이다. 물론 아무 배터리나 교환되는 것은 아닌데, 규격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특정 제조사의 것만 충전이 가능하다. 이날 쇼에는 대만의 고고로도 직접 개발한 배터리팩 스테이션을 가지고 전시에 나오기도 했다. 고고로 역시 국내 진출 후 스테이션 수를 확장 중에 있다.

삼성SDI와 손잡은 디엔에이모터스. 해당 오토바이는 현재 400만원대(보조금을 제외하면 200만원대)에 판매중이다.

이런 업체들이 스테이션을 만들어 나오는 이유는 전기스쿠터의 현실화 때문이다. 디엔에이모터스 마케팅팀 오한솔 대리는 “배달을 주로 하는 라이더들의 하루 주행거리가 100~200km 사이인데 비해 한 버 완충한 전기 스쿠터 배터리의 주행 시간은 50km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렇게 되면 충전에 많은 시간을 쓰게 돼 라이더들이 전기 스쿠터를 택하지 않게 된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배터리팩 스테이션의 경우 다 쓴 배터리를 반납하고 완충된 배터리를 가져가는 식이므로 배터리 교환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이 경우 배터리 스테이션이 많아야 하고 라이더가 스테이션에 현재 완충된 배터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보완점이 필요하다. 디엔에이 모터스의 경우 현재 KT나 CU 같은 곳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데, 잘 쓰이지 않는 공중전화 부스를 배터리 스테이션으로 교체하거나 혹은 편의점에 배터리 스테이션을 붙여놓는 식으로 확장을 계획 중이다. 앱을 통해 가까운 스테이션과, 해당 스테이션에 남아 있는 완충 배터리의 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물론 모빌리티 쇼에는 전동 스쿠터 외에 전기차 충전을 위한 인프라도 여럿 나왔다. 현대자동차 같은 곳은 물론이고, 대구에서 시작해 글로벌로 확장 중인 전기차 충전 기업이 대영채비가 여기에 포함된다. 올해 CES에 나가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 중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채비’다.

대영채비 국내영업팀 김동완 과장은 “환경부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의 60~70% 정도를 채비가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 사진이 채비인데, 충전양과 결제 방식을 선택하고 나면 사람이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충전 선이 전동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자율주행도 참전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원래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자율주행 시대를 겨냥한 스타트업인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차체를 동시에 만드는 몇 안되는 회사다. 스타트업이 차량을 직접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직접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으므로 자생력을 위해서라도 차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 셔틀을 운행 중이다.

모빌리티쇼에서는 대구 일부 지역을 운행하는 자율주행 셔틀을 공개했는데, 차체 면에서도 이전 버전과는 달라진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위 사진 하단을 보면 자율주행차량은 안전 운전을 위해 라이다를 탑재하는데, 이 부품이 예전에는 왼쪽 사진의 숫자 1번처럼 바깥으로 툭 튀어나와 있었다. 최근에는 라이다를 차량 내부로 쏙 집어 넣는(2)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값비싼 부품인 라이다가 망가질 확률이 적다. 이 달구벌 셔틀에는 총 네대의 라이다가 탑재되는데 그 비용만 대략 8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부품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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