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는 BTS, 남겨진 하이브의 향후 전략은?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입대를 확정 지었습니다. 소속사 하이브는 17일 오후 BTS의 입대 소식을 공시했습니다.

“당사 소속 아티스트 BTS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BTS 멤버 진(김석진)은 2022년 10월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이후 병무청의 입영 관련 절차를 따를 예정입니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예정입니다.”

한 줄로 정리해보면 가장 나이가 많은 멤버인 진을 시작으로 BTS는 전원 병역을 이행하겠다는 거죠. 주주 서한을 확인해보면 관련 내용이 더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하이브와 멤버들은 2025년 BTS 완전체 활동 재개를 희망하고 있으며 병역 이행 계획에 맞춰, 개별 활동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BTS의 완전체 활동을 위해서는 전 멤버 동반 입대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꼽혔습니다. 하이브의 계획을 확인해보니 사실상 동반 입대와 비슷한 일정으로 입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몇몇 SNS에서 차라리 동반 입대를 신청해도 좋을 것 같다는 일부 팬들의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죠. 팬의 입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건 아쉬우니까요. 

그러나 팬들의 아쉬움과 시장의 아쉬움은 다릅니다. 

시장의 우려는 하이브의 매출 상당부분이 BTS에 기대있다는 사실에 집중되었습니다. 매출 대부분을 BTS가 견인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군대를 간다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여론이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을 살펴보아도 BTS 한 그룹의 존재감은 견고합니다. 2021년 기준 하이브의 영업이익은 1902억원입니다. 이 중 BTS 소속 레이블 빅히트뮤직의 2021년 영업이익은 1159억 6203만원입니다. 빅히트뮤직은 BTS와 2019년 데뷔한 남자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전담하고 있는데요. 앨범 초동 판매량(발매 후 1주일 간 판매량)만 세 배 가까이 차이나는 만큼, 빅히트뮤직의 영업이익 중 BTS는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듯 하이브 사업 전체에서 이들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는 일견 타당하게 보입니다. 

하이브도 이러한 우려를 모르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당사자인 만큼, 아주 잘 알고 있죠.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하이브는 지난 몇 년 동안 매출원을 분산하는데에 집중해왔습니다. 이번 BTS 입대에 앞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대대적으로 알린 것 또한 이러한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시장에서는 BTS의 입대를 아쉬워 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병역 이행 여부가 확정지어진 것이 낫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병역 이행 유무에 대해 확실해지지 않자 시장에서는 하이브 사업 전략 이행 전반에 대한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해 나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부, 국회까지 나서 BTS 병역 면제안을 논의하자 BTS 당사자들의 입장도 곤란해질 법 했죠. 

하지만 BTS는 차근차근 병역 이행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15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대면 콘서트 ‘옛 투 컴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에서는, 멤버 진이 깜짝 솔로 앨범 소식을 발표했죠. 이번 앨범이 그의 입대 전 마지막 곡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으로 기사 들어가기 전, 인사하겠습니다. 2025년에 완전체로 다시 봐요! 

방탄소년단 (출처. 하이브 홈페이지)

 

하이브의 사업 영역 

하이브의 중장기 전략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사업구조를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이브의 사업 영역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레이블 영역입니다. 각 레이블은 일반적인 매니지먼트 소속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이브는 총 아홉 개의 레이블을 운영 중입니다. 이 중에는 인수해 운영 중인 곳도 있는데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소스뮤직, 키이오지엔터테인먼트, 미국 대형 레이블 이타카 홀딩스 등입니다.

솔루션 영역은 레이블 내 아티스트를 활용한 공연, 영상 콘텐츠, IP, 학습, 게임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사업 부문입니다. 기존 레이블 사업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맡죠.

올해 초 네이버 스노우 자회사이자 하이브 관계회사인 케이크가 인수한 하이브에듀가 솔루션 영역에 속했는데요. 하이브에듀는 2020년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해외에 한국어 교육 진흥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솔루션 사업 부문은 레이블에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팬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기반으로 하이브의 콘텐츠,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 영역이 있습니다. 팬커머스 플랫폼인 위버스 숍(Werse shop)도 운영하고 있죠. 

이 사업 영역들을 보면, 하이브가 지난 몇 년간 BTS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전략을 행해왔다는 것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아티스트 매출 구조 다각화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수의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죠. 특히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가 속한 미국 이타카, 국내 보이그룹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것이 대형 인수건으로 꼽힙니다. 

하이브는 2019년부터 신인 아이돌을 꾸준히 양성해왔습니다. 하이브팬들 내에서 일명 성골이라고 불리는 빅히트뮤직은 2019년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선보였고요. 2020년 CJ ENM과 함께 설립한 빌리프랩에서 보이그룹 엔하이픈이 데뷔했습니다.

르세라핌 (출처. 하이브 홈페이지)

또한 올해 신인 걸그룹을 둘이나 선보였습니다. 바로 하이브 레이블 쏘스뮤직 소속 르세라핌과 어도어 소속 뉴진스입니다. 두 그룹 모두 국내 걸그룹 최초로 데뷔앨범 초동판매량 30만장을 넘었죠. 

하이브가 취한 두번째 전략은 기존 엔터테인먼트 수익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한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입니다. 바로 위버스(Weverse)인데요. 하이브는 2018년 위버스컴퍼니를 설립, 2019년에는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팬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 숍을 선보였는데요.

이를 통해 하이브는 기존 레이블 내 아티스트 외에도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블랙핑크와 같이 인기 아이돌 뿐 아니라 국내외에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계속해 꾸준히 위버스 내 공시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위버스가 운영 중인 국내외 아티스트 및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식 커뮤니티 수는 약 60여개입니다. 

BTS 없는 하이브, 중장기 전략은?

그렇다면 BTS 없는 하이브는 어떤 중장기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요?

먼저,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입니다. 2023년 상반기까지 BTS 일부 멤버들의 개인활동들이 예정되어있습니다. 또한 사전 준비한 콘텐츠로 BTS와 팬들이 교감할 수 있게 하겠다는게 하이브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2023년 상반기까지는 BTS를 통한 매출 신장이 가능하겠죠.

하이브가 계속해 확보해온 아티스트 라인업 또한 매출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이브 측의 설명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방탄소년단을 제외한 아티스트들의 매출 성장률은 연평균 세 배 이상입니다. 또한 회사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된 현 상황에서, 콘서트 등으로 높은 매출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2022년 음반 초동 판매량 (출처. 하이브 주주서한)

우선 앨범 판매량을 살펴볼까요. 방탄소년단이 지난 6월 발매한 앨범 ‘프루프(Proof)’의 초동 판매량은 약 275만장에 이르는데요. 하이브 내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내 보이그룹 인지도 최상위권에 드는 세븐틴 경우, 올해 6월 발매한 정규 4집 ‘페이스 더 선(Face the Sun)의 초동 판매량이 약 206만장에 달합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은 최근 발매한 앨범의 초동판매량이 100만여장을 훌쩍 넘어서는 등 견조한 인기를 보이고 있죠. 

올해 데뷔한 르세라핌과 뉴진스도 올해 데뷔한 아이돌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17일 기준 르세라핌의 두번째 앨범 ‘안티프레자일(ANTIFRAGILE)’은 한터 차트 기준 발매 첫날부터 40만장을 돌파했습니다. 

하이브의 물량공세, 아티스트 라인업 확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하이브는 주주서한을 통해 오는 2023년에는 4개 이상 팀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내년에 내보이는 아이돌은 일본, 미국 시장에서 KPOP 제작 방식을 통해 데뷔하는 아이돌입니다. 국내보다 큰 일본, 미국 음반 시장을 통해 주류 음악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도 계속해 확장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680만명을 기록한 위버스는 올해 들어 ▲신규 아티스트 커뮤니티수 증가 ▲라이브 기능 도입 등으로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버스 내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는 회사의 매출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됩니다. 위버스컴퍼니가 지난 7월 새롭게 선보인 위버스 2.0은 기존 위버스에 지난 1월 네이버로부터 사업 양수한 브이라이브를 더한 형태입니다.  기존 위버스는 아티스트의 글, 사진, 영상 등만 즐길 수 있었다면 지난 7월 이후 라이브 기능을 통해 실시간 영상 소통이 가능합니다.  

대규모 이벤트 중계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위버스는 지난 7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롤라팔루자(LOLLAPALOOZA), 지난 15일 진행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Yet To Come> in BUSAN’를 생중계했습니다. 위버스 라이브는 KPOP 팬들에게 친숙한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한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또한 대규모 콘서트 중계를 통해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죠.

이에 더해 하이브 측은 위버스 내 ▲신규 구독형 서비스 ▲일본 등 해외 아티스트 입점 등을 기획 중이며 2023년쯤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이브는 해외 아티스트 입점 등 위버스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 6~7월 일본과 미국에 현지법인 ‘위버스재팬’과 ‘위버스아메리카’를 설립했는데요. 지난 8월 위버스재팬에 일본 플랫폼 사업 양수를 공시하는 등 현지 맞춤형 플랫폼 사업 강화에 나섰습니다. 하이브는 향후 현지 법인들을 통해 위버스에 2023년 선보일 신규 아티스트, 아티카 홀딩스 소속 아티스트 등을 입점하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브가 공을 들이는 사업 중 하나가 게임 영역입니다. 하이브는 지난 2분기 게임 ‘인더섬 with BTS’을 출시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인더섬 with BTS’의 누적 가입자 수는 600만명, 일간활성이용자(DAU) 최고치는 215만명입니다. 하이브 측은 향후 게임 업데이트 및 퍼블리싱을 통한 라인업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최근 인수한 인공지능(AI) 오디오 기술 개발업체 수퍼톤을 통해 신규 콘텐츠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체불가토큰(NFT) 사업도 주요 신규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5월 하이브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손잡고 미국 LA에 NFT 합작법인 레벨스를 설립했습니다. 지난 4일 디지털 콜렉터블 플랫폼 ‘모먼티카’를 발표하는 등 신규 사업 출시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참고해보세요!: 두나무와 하이브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가 될 수 있을까?>  

하이브는 이번 BTS 병역 이행 발표를 통해 “불확실성이 해소되었기에 이미 계획해 놓았던 내용들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중장기 계획이 내부로는 아티스트 라인업 성장, 외부로는 커뮤니티 플랫폼 강화로 탄탄한 만큼, 계획대로만 이루어진다면 BTS의 입대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BTS의 빈자리를 대체할 만한 아티스트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3년에도 기존과 동일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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