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와 하이브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업과 엔터테인먼트가 만났습니다. 지난 5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하이브엔터테인먼트는 미국 LA에 대체불가토큰(NFT) 합작법인 레벨스를 설립한 바 있는데요. 지난 4일 사업의 첫 시작으로 디지털 콜렉터블 플랫폼 ‘모먼티카’를 발표했습니다.

모먼티카는 디지털 카드형태로 기록하고 수집∙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용자는 공개된 적 없는 아티스트의 사진과 영상 등을 디지털 카드로 소장할 수 있습니다. 오는 10월 중 공식 출시될 예정입니다.

레벨스 측은 모먼티카에 대해 아티스트의 ‘대체 불가능한’ 순간을 담은 디지털 콜렉터블 플랫폼으로, 지속 가능한 저탄소 기술로 이미지 혹은 영상 형태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기록한다고 설명했는데요. ‘대체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등의 문구들로 해당 서비스는 NFT 거래소로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나 회사 측은 ‘NFT’라는 단어의 언급을 꺼리는 모습입니다.

레벨스 측은 “블록체인의 복잡한 기술보단 팬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인만큼 진입장벽을 낮추어야 한다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어려운 블록체인 용어를 대체할 용어 또한 준비 중이며, 이는 공식 출시 시점에 공개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레벨스가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미래에 있습니다. 두나무는 지난 22일 UDC 2022에서 수수료 사업 외 기대되는 사업으로 NFT를 꼽으며 “앞으로 두나무의 넥스트는 ‘NFT’가 될 것”이라고 의지를 밝힌 바 있고요. 하이브 또한 팬덤 커뮤니티 확대를 통한 새로운 수익화 방법으로 ‘NFT’를 택했습니다. 서로 NFT를 미래의 회사를 먹여 살릴 새로운 먹거리로 본 것이죠.

뿐만 아니라 ‘종합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장기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레벨스는 이에 걸맞는 선두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재 두나무와 하이브가 각 업계에서 ‘최정상’ 급 자리에 있는만큼 NFT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레벨스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줘야 하는 상황인거죠.

하이브가 NFT 사업을 하는 이유

사실 국내에서 NFT 사업을 하는 데 엔터테인먼트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는 없습니다. 특히 하이브 같이 대형 IP들을 다수 가지고 있는, 이를 따르는 큰 팬덤을 가지고 있는 엔터사의 경우에는 접근이 훨씬 수월하죠.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FT는 팬덤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써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NFT가 팬덤 활동의 보상으로 인정되고, 아티스트와 팬덤이 함께 건강한 커뮤니티의 가치를 만들어낸다면 확장된 생태계의 수수료를 통해 수익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가는 하이브의 NFT 사업에 대해▲팬 1명당 창출해내는 수익이 상대적으로 높다 ▲팬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위버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모인다는 점을 근거로 사업 접근성이 수월하다고 분석하는데요. 이 연구원 또한 “가장 적극성을 띄는 팬클럽에서 위버스, 그리고 NFT 거래소까지 드랍이 순차적이고 확률적으로 확대된다면 커뮤니티 확장에 따른 NFT 자산 가격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와 연결되는 다양한 게임, 메타버스, 디파이 기능들이 선순환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NFT 혹은 디지털 포토 카드 1000개를 한정하여 발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첫 번째 드랍은 가장 적극적인 팬덤층인 위버스 내 BTS의 팬클럽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드랍받은 NFT 가격이 올라가면, 두번째로 팬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팬을 대상으로 NFT 드랍을 진행하는 겁니다. 그럼 가격은 더 높아지겠죠. 마지막으로 일부 해당 NFT를 거래소에서 드랍한다면 BTS에 관심이 없던 일반 투자자들에도 유입되게 되며, 이는 커뮤니티의 확장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자연스러운 위버스/팬클럽 가입 확대로 더 많은 팬덤을 유입하는 선순환 구조까지 이뤄지는 거죠. 이렇게만 보면 하이브에게 NFT는 ‘꿩 먹고 알 먹고 둥지털어 불 때는’ 사업인 거죠.

물론 긍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 팬덤 사업이 팬덤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로 진행되다 보니 대다수 팬은 “하이브가 돈에 미쳤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NFT 굿즈가 엔터 사업 핵심인 팬덤 소비 내 대중적 굿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NFT 굿즈를 소유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지를 인터넷에 소비하는 데 제약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BTS의 NFT 굿즈의 수익 기여는 기대된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미국 NBA 농구 카드 NFT를 예시로 들며 “인정해주는 이(알아보는 이)가 많을수록 NFT 마켓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높은데, 인지도 측면에서 BTS라는 IP는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두나무가 레벨스에서 얻을 수 있는 것

그렇다면, 두나무는 ‘레벨스’ 사업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일단 두나무의 올 2분기 실적부터 짚고 가자면요. 크립토 시장 호황으로 상반기 영업이익 1조8709억원을 기록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크립토 시장의 차가운 바람을 맞아야 했습니다.

두나무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785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 291억원) 대비 61.3%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566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709억원) 보다 69.7% 줄었고, 순이익은 작년 동기 (1조 4685억원) 대비 88.2% 감소한 1728억원으로 집계됩니다. ▲역대 최고 거래량을 기록했던 작년 5월의 높은 기저 ▲글로벌 유동성 축소 및 올해 5월 테라 사건으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 ▲가상자산 가치 급락에 따른 평가손실이 그 이유로 언급됩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좌),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 (우) (출처: 하이브 공식 유튜브 캡처)

물론 그래봤자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위상은 굳건하지만요. 두나무 측면에서는 수수료 사업 외에 또 다른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필요를 느끼는 요즘일 겁니다. 물론 자회사 람다256을 통한 NFT 콘텐츠 사업도 준비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해외 진출로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레벨스’에 기대가 몰리고 있습니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나무가 축적한 블록체인 기술과 시장에 대한 이해, 24시간 동안 거래소 내 모이는 모든 데이터와 네트워크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두나무가) B2B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NFT를 시작으로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서 독점 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압도적인 거래대금과 점유율, 회원 수를 바탕으로 두나무만이 가능한 비즈니스 위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업비트’를 캐시카우 삼아 신사업 및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두나무는 NFT 사업 외에도 BC 카드와 ‘두나무 BC 카드’를 출시하기도 했으며, 웹3.0 스타트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투자사와 연결해주는 ‘업스타트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김 연구원은 “최근 향후 신사업 부문을 선점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이용자들을 락인해 두나무의 국내 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단순 코인 거래 외 고객 군의 다양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시장 진출은 새로운 고객 유치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더 나아가 ‘종합 거래 플랫폼’으로의 도약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싶은 하이브와 자사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 다각화를 원하는 두나무는 서로 공생하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가 될 수 있을까요? 두 회사 모두 다음 먹거리로 NFT를 지목한만큼 앞으로의 레벨스의 성과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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