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그룹주는 어쩌다가 3분의 1토막이 났나
카카오가 주가 하락이라는 악재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자회사 블록딜, 쪼개기 상장, 주식시장 불황으로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된 가운데, 지난 17일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한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는 신저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약 2조원이 증발했다.
국내 최대 기술기업으로 주목 받던 카카오가 장시간 서비스 장애를 기록하자 투자자들이 순매수에 나선 것이다. 기존에도 블록딜, 쪼개기 상장 문제로 주가가 약 3분의 1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 문제로 투자자들은 카카오 그룹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18일 카카오와 계열사의 주가는 전일 대비 소폭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의 주가는 전일 대비 2.17% 오른 4만9400원, 카카오페이는 6.21% 오른 3만6750원, 카카오뱅크는 3.61% 오른 1만7200원, 카카오게임즈는 4.81% 오른3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카카오 그룹주는 신저가를 피했으나, 올 초와 비교하면 주가는 60~70% 가량 떨어졌다. 올 1월 3일 대비 카카오의 주가는 약 57%,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약 80%,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약 70%,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약 60% 하락했다.
카카오 그룹주가 악재를 맞은 것은 주식시장의 불황도 있으나 자체적인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상장 직후 기관투자자들과 임원진의 블록딜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임원진 블록딜은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상장 후 회사의 주가가 고점이라고 판단한 임원진이 차익을 얻기 위해 블록딜을 하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급한불을 끄기 위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임원진은 자사주 매입에 나섰으나 오히려 신저가를 갱신하는 등 주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뱅크의 경우 자사주 매입 규모가 적다. 지난 11일 기준 카카오뱅크 임원 12명은 자사주 5만685주를 매입했는데, 이는 약 9억원 규모밖에 되지 않는다. 임원진이 블록딜을 통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얻은 점과 비교하면 극히 작은 규모에 해당된다.
게다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내년 초에나 자사주 매입, 주주 환원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로, 아직까지 내놓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카카오게임즈는 쪼개기 상장 논란이 있었다. 당초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려 했으나, 쪼개기 상장 문제가 지적되면서 상장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여기에 금리인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이어지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식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결국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를 두고 기술기업들이 그동안 평가받았던 시가총액의 거품이 꺼지고 있는 ‘버블붕괴’ 현상이란 분석이 이어졌다. 카카오도 예외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는 기술기업 거품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물론 데이터센터 화재는 카카오뿐만 아니라 해당 데이터센터 기업에도 책임이 있지만, 재해복구(DR)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것은 카카오의 문제다. DR은 예상치 못한 사태로 데이터센터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원거리에 복제 시스템을 두는 것을 말한다. 통상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화재나 자연재해 등을 대비해 재해복구 시스템을 만들어 데이터센터를 이중화한다. 그런데 카카오가 판교 데이터센터를 이원화했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보아, 두 시스템이 같은 데이터센터에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통 재해복구 데이터센터는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만큼 규모가 큰 기업이 데이터센터 화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앞으로의 성장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로 인해 계열사까지 장애가 발생한 점이다. 특히 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서비스는 카카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이번에 뚜렷이 드러나면서, 계열사의 향후 주가도 카카오에게 달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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