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거라고들 하죠.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가 지난해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네 배 이상 증가할 것이며, 2026년에는 약 1조달러(약 1438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한 부품 시장도 함께 크고 있죠.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배터리인데요. 하지만 배터리 못지 않게 전력반도체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특히 차량에 적합한 전력반도체 말이죠.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온세미컨덕터는 이 같은 트렌드를 파악하고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온세미컨덕터가 어떤 기업인지, 시장에서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번 [기업분석]을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부천에 위치한 온세미컨덕터코리아(자료: 온세미컨덕터)

 

모토로라에서 시작한 온세미가 걸어온 길

온세미컨덕터는 1999년에 설립된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입니다. 아날로그 반도체란 소리, 온도, 압력과 같은 아날로그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반도체를 말합니다. 이미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이미지센서, 터치를 비롯한 물리적 힘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터치 컨트롤러, 입력된 전력을 변환⋅처리⋅제어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력반도체 등이 이에 해당하죠.

온세미컨덕터는 미국 통신기기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전신으로 합니다. 모토로라의 반도체 사업부는 1999년 떨어져 나와 온세미컨덕터라는 이름의 회사로 설립됐습니다. 2000년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온세미컨덕터는 지속해서 인수합병(M&A)를 통해 규모를 키워 나갔습니다. 그렇게 이미지센서를 비롯한 아날로그 반도체 부문 포트폴리오를 넓혀갔죠.

2016년에는 온세미컨덕터가 미국 전력 반도체 제공업체 페어차일드를 인수합니다. 페어차일드는 고성능 시스템 전력반도체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온세미컨덕터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전력반도체 시장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있었죠.

온세미컨덕터는 페어차일드를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력반도체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8위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페어차일드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아, 1위는 독일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인데요. 솔직히 인피니언이 규모는 두 배 이상 됩니다. 다만 2위 자리는 현재 또 다른 미국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도약할 수 있었죠.

 

온세미가 집중하는 SiC, 왜 중요해?

최근 몇 년간 온세미컨덕터가 가장 힘을 주고 있는 부문은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입니다. SiC는 실리콘(Si)에 탄소(C)를 첨가한 화합물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반도체 칩은 단일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요, SiC 반도체는 이보다 전력 효율성이 높아 전력반도체, 그 중에서도 전기차용 전력반도체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SiC가 전기차용 전력반도체로 사용하기 적합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려면 조금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핵심은 밴드갭(Band Gap)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전도대(Conduction Band)와 전자가 움직이지 않고 깔려 있는 가전자대(Valence Band)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전도대와 가전자대 간 차이를 밴드갭이라고 합니다. 가전자대에 있는 전자는 에너지를 받으면 위로 조금씩 상승하는데요, 전도대까지 전자가 올라갔을 때 우리는 전기가 흐른다고 이야기합니다.

고무, 플라스틱과 같은 절연체는 밴드갭이 매우 큽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가해도 전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반면 금속 물질은 밴드갭이 거의 없다시피 하거나 0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전류가 잘 흐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실리콘은 그 중간정도의 갭을 가지고 있어 열과 같은 에너지가 가해지면 전류가 통하고, 에너지가 사라지면 전류가 흐르지 않습니다. 이처럼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죠.

반도체의 성질을 띠는 범주 안에서 밴드갭이 커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기가 쉽게 흐르지 않으니 더 높은 열을 가해도 반도체의 성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 사용할 수 있죠.

이는 전기차에 적합합니다. 우선 전기차는 배터리라는 한정된 전력에 의존해 운행을 해야 합니다. 더 오래 운행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부품이 잡아먹는 전력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여기에 자동차에 탑재되는 부품은 엔진 온도가 85°C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고온에서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SiC 반도체는 전기차용 전력반도체로 사용될 수 있겠죠.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는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5년에 26억달러(약 3조7310억원)를 달성하면서 2022년보다 4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만큼 업계에서도 SiC반도체 시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입니다.

반도체 불황 예고되는데… 온세미 전략은?

온세미컨덕터는 현재 SiC 관련 공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2년 8월 온세미컨덕터는 SiC 반도체 생산량이 2021년에 비해 5배 가량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간 매출도 전년 대비 세 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고요. 여기에 온세미컨덕터는 올해 안에 미국 뉴햄프셔 허드슨 SiC 공장 직원 수를 네 배 늘리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온세미컨덕터는 한국에도 1조4000억원을 들여 SiC 전력반도체 공장과 연구소를 건설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국내 업체에 차량용 SiC 전력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함입니다. 계속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모습이죠.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입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최근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가 공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이 SiC 반도체”라면서 “온세미컨덕터를 비롯한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은 내년 먹거리를 SiC 전력반도체로 여기고 있는데, 그만큼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온세미컨덕터의 2022년 3분기 매출 시장전망치는 21억2000만달러(약 3조원)인데요,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75% 성장한 수치입니다. 작년 온세미컨덕터의 3분기 매출이 17억4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 정도로 집계됐거든요.


전분기에도 온세미컨덕터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죠. 온세미컨덕터는 2022년 2분기 매출 20억9000억달러(약 3조원)를 기록했는데요, 당시 분기 매출 컨센서스가 20억2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였습니다. 온세미는 2분기 매출과 관련해 “분기 매출이 2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미국 투자정보업체 잭스에쿼티리서치(Zacks Equity Research)도 “전반적인 반도체 부품업체 주가가 지난 한달 간 11.07% 가량 하락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온세미컨덕터는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며, 이는 추후에도 긍정적인 성적표를 낼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온세미컨덕터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한다는 점은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네요. 다만 현재 반도체 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고, 거시경제(매크로)와 지정학적 영향을 다수 받고 있다 보니, 계속 지켜봐야할 듯 싶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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