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업으로 둔 여러분, 실리콘밸리에 가고 싶으신가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체험담을 들어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7일 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들인데요, 아마존웹서비스와 로블록스, 메타, 엔비디아 등에서 일하는 이들이 경기도 판교로 날아와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발표자들의 경험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이는 원하는 대로 커리어를 착실히 쌓았고, 또 어떤 이는 원치 않는 상황에서 꼬여가는 커리어를 다듬어가면서 결국은 만족할 자리를 얻어냈죠.

이 중에 로블록스에서 일하는 김혜진 씨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서 영어 교사를 꿈꾸다가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날아갔고 여차저차 현지 간호전문대학원에 들어가 취업을 앞둔 상태에서 실리콘밸리로 이사를 갔습니다. 경력은 다시 롤백. 뜻하지 않게 개발 공부를 하게 됐죠. 와, 이게 남의 일이니까 그런가 보다 싶지, 아마 저한테 몇 년 단위로 확확 바뀌는 커리어를 감당하고 준비하라고 하면 잠도 못 잤을 것 같은데요.

어쨌든 김혜진 씨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 열다섯, 열여섯 시간 코딩 공부를 해 개발자가 됐다고 합니다. 에러 메시지와 부딪히고 그 원인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여타 개발자처럼 희열을 느낀다거나 보람을 가진다거나 그랬다면 참 좋았겠지마는, 안타깝게도 김헤진 씨가 얻은 결론은 “나는 정말 개발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자신과 궁합이 딱 맞는 회사를 찾는 일이 쉽진 않았겠죠. 번번이 취업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하네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로블록스에서 일하는 김혜진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발표 중이다.

이런 강연회장에서 성공담을 듣기는 쉬워도 실패담을 듣기는 어렵죠. 하지만 김혜진 씨는 결국 자신과 맞는 직군을 찾아내고 회사에 들어갑니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 회사인 ‘카운실’에 경영진 비서 자리를 얻은 거죠. 갑자기 웬 비서냐라고 하실 수 있는데, 혜진 씨가 이 자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돌아가는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경영진들이 당면하는 문제와 의사결정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일, 무엇일까요? 네, 당연히 경영이죠.

하지만 당시의 김혜진 씨는 이 동네 초면인 사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경영진으로 합류할 순 없었겠죠. 최고경영진까지 가려면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경영진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직업, 그러니까 비서라면요? 다행히도 카운실은 본인이 원래 관심있어 하던 ‘헬스케어’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었고 간호전문대학에서 배운 지식들도 혜진 씨의 회사 안착을 도왔습니다. 김혜진 씨는 여기서 비서 업무만 한 것은 아니고 연구와 기술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혔죠.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활용, 이종직업 간 교류를 만들어낸 스킬은 다음 직업을 택할 때도 도움이 됐습니다. 네, 로블록스요.

로블록스로 가면서 김혜진 씨는 프로덕트 부사장 비서직에 응했습니다. 하지만 비서로만 간 것은 아니었고요. 때마침 로블록스에서도 비서와 데이터 처리 관리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제아무리 로블록스라고 해도 그런 능력을 두개나 갖춘 사람을 쉽게 찾을 순 없었겠죠. 색이 다른 날실과 씨실로 엮인 김혜진 씨의 이력이 이 자리에 맞았습니다.

김혜진 씨는 비서직을 수락하면서 자신이 프로덕트 매니저를 앞으로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전직의 가능성이 열려있는지 등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교육학을 전공한 자신의 경험이 어린이의 안전한 놀거리와 미래를 생각하는 회사의 비전과도 맞았다고 판단했다는데요.

그가 경험에서 찾아낸 실리콘밸리의 강점은 여러 종류의 회사가 굉장히 많고, 따라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다양하다는 부분입니다. 자신처럼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커리어를 엮어서, 새로운 직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곳이 실리콘밸리라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안다면 그때부터 커리어를 착착 쌓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김혜진 씨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이야기했습니다. “회사가 돌아가는 걸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일을 원했다”고 했는데요, 스타트업이 김혜진 씨 같은 업의 초심자에게 나름의 길을 열어준 것이죠. 혜진 씨는 스타트업이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기회도 많다”는 걸 좋게 봤습니다. 그런 혜진씨가 실리콘밸리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건넨 조언 하나.

“모든 시장을 만족시킬 아주 좋은 스펙을 쌓느라 너무 연연해 하지 말고, 오히려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여러분 내면의 열정을 어떻게 뽑을 수있을지를 고민해서 다양한 곳에 도전하면서 자신에게 꼭 맞는 곳에서 일을 즐겁게 하길 바란다”

는 것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에서 강연하고 있는 곽수정 메타 뮤직 에디터.

한 명의 이야기만 더 들어볼까요?

이번에는 메타에서 뮤직 에디터로 일하는 곽수정 씨의 이야기입니다. 실리콘밸리에는 개발자만 있는 줄 알았다고요? 그럴리가요. 하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뮤직 에디터라는 직업은 IT 기업에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것만은 사실이군요.

4년차 직장인 곽수정 씨는 원래 음악을 전공했는데요, 현재는 사운드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죠. 사운드 디자인이 뭐냐고요?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 들어가는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이를 최적화해서 콘텐츠에 심는 일이라고 합니다. 곽수정 씨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현장의 다양한 경험을 회사에서 쌓으면서 “일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온 성장 원동력을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라고 말합니다.

수정 씨는 이렇게 큰 조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하면 원하는 곳까지 성장할 수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종의 두려움이죠. 그런 마음에 찾아간 곳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었다고 하는데요. 조직에서 어떤 스킬셋이 필요한지, 또 다음 레벨로 성장하고 싶을 때 필요한 스킬셋이 무엇인지 등을 아는데 이러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프로그램은 국내 기업들도 참고할만 해 보입니다.

이런 멘토링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려면 조직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곽수정 씨는 자신이 평범한 뮤직 에디터에서 엔지니어를 거쳐 팀의 리더로 성장하기 까지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했다고 말합니다. 서로 생소한 분야에서 일하던 구성원이 모여 조직이 꾸려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니까 결국에는 소통이 모든 성공의 초석을 다지는 알파요, 오메가라는 뜻이죠.

이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했는데요. 계속된 성과에도 승진에서 누락되자, 그동안 수동적으로 ‘승진 소식’만 기다리던 태도를 버리고 용기를 냈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간 이룬 성과와 그동안 받은 피드백을 설명하면서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일하고 싶은데 아직 소식이 없다고, 원하는 바를 명확히 이야기 한 것이죠. 수정 씨의 이야기를 들은 사수는 놀라면서 “나는 네가 승진을 원하는 지 몰랐다”고 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는 팀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생각을 모를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는데요. 이건 꼭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한국의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또, 무언가를 배우고 싶을 때 역시 마음 속으로 원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라고 조언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배우고 갖기 위해서는 조금의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팀을 설득하라는 것이죠. 우리가 이걸 배워서 얻게 되는 성과와 경험을 말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