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국을 다녀온 후, 또 다시 Arm 컨소시엄 인수설이 대두됐습니다. 다수 언론에서 “삼성전자가 Arm 인수를 위해 곧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죠. 이후 손정의 회장도 “삼성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Arm은 많은 기업이 탐낼 수밖에 없는 회사입니다. 많은 시스템반도체가 Arm이라는 기업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성과 별개로 Arm을 인수한다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탄탄대로를 여는 셈이지요.

하지만 Arm 인수가 마음처럼 쉽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엔비디아와 Arm은 한 차례 인수합병(M&A)을 시도한 바 있는데요, ‘반도체 안보’를 우려한 미국, 유럽 등 각 규제기관과 기업의 반발에 의해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Arm의 현황과 Arm을 인수하기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뤄보고, 이재용 부회장의 말도 한번 뜯어보고자 합니다.

Arm이 가지고 있는 진짜 경쟁력

일단 Arm이 어떤 곳인지부터 알아 봐야겠죠. Arm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도체 회사인데요, 반도체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 라이선스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만들려고 하는 회사에 반도체 설계도를 제공하면, 해당 업체는 Arm에 비용을 제공하고 IP를 기반으로 자사에 필요한 칩 설계를 합니다. Arm 아키텍처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죠.

본래 Arm은 Arm홀딩스라는 이름으로 런던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돼 있었습니다. 이후 2016년에는 소프트뱅크에 인수됐죠. 손정의 회장은 Arm 인수 이후 상장을 폐지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상장 폐지’는 부정적인 느낌이 큰 말입니다. 경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ARM의 경우는 좀 달랐습니다.

소프트뱅크 품에 안긴 Arm은 상장기업이 아닌 개인기업으로서 가지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Arm은 설계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보니, 어떤 기업이 자사 아키텍처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상장기업이면 공시정보를 주기적으로 내야 하지만, 상장 폐지를 하면 이 같은 정보를 오롯이 개인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거죠.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만드는 곳은 애플,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미디어텍 등 주요 대기업이 포함됩니다. 삼성전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 AP) 엑시노스 시리즈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들었죠. 소프트뱅크가 Arm 생태계와 직접 연관이 있지 않아도, 이 같은 기업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죠.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려 할 당시, 글로벌 규제당국과 기업이 문제제기를 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소프트뱅크야 Arm 생태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기업이 아니다 보니, 최대 주주가 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할 당시 반도체 산업이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지금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하는 기업은 Arm 아키텍처 실사용자입니다. 특정 기업이 라이선스뿐만 아니라 경쟁사 정보도 알게 될 가능성도 있죠. 누가 어떤 칩을 만들고 어떤 기업이 이를 구매하려 하는지, 이런 것들 말입니다. 따라서 Arm을 인수한다는 것은 기업 사이에서도 꽤나 조심스럽고 큰 문제입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Arm을 매우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특정 기업이 Arm을 인수하는 것을 경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 승인 과정에서도 미국, 영국, 유럽 등 주요 국가는 해당 M&A가 반독점 행위라며 반대했습니다. 영국 규제당국은 “영국 기술 주도권이 치명타를 입고, Arm도 파괴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요.

IPO에 힘주는 Arm, 과연 타사에 경영권 내줄까?

Arm 매각은 소프트뱅크가 원하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재정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유오피스 브랜드 위워크, 핀테크 업체 클라나홀딩스,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글로벌 등 진행한 투자 결과가 좋지 않았거든요.

소프트뱅크 그룹은 올해 8월, 쿠팡 등 투자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연이은 투자 실패에 주식 시장이 위축되면서 소프트뱅크는 자금 수혈이 절실한 상황에 부딪혔습니다. 처음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 한 이유도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죠.

하지만 해당 계획이 무산되고, 소프트뱅크는 대안으로 Arm 재상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손정의 회장은 Arm을 뉴욕 증시나 런던 증시에 상장하는 방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은 “원래 소프트뱅크는 Arm을 뉴욕 증시에 상장하려고 했으나, 최근 영국 정부가 설득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또 하나, Arm이 IPO에 힘을 주고 있는 정황이 있습니다. 바로 Arm이 퀄컴과 자회사 누비아를 대상으로 라이선스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Arm은 지난 8월 말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했지만, Arm의 승인 없이 누비아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없다”며 “올해 2월 누비아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만료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소송을 두고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Arm이 자사 경쟁력을 세간에 알리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 주요 글로벌 업계 관계자는 “통상 업체 간 소송전을 하는 이유는 잘잘못을 가리기 위함보다도 특정 목적과 이득을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목표를 이룬 후 합의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이번 소송은 Arm이 퀄컴과의 알력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추측한다”며 “증권가에서는 Arm이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퀄컴에 소송을 제기해 자사의 경쟁력을 업계에서 재평가받고, 추후 IPO를 하는 데 더 많은 가치를 평가받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황상 소프트뱅크는 Arm IPO에 많은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 간 논의가 Arm 인수에 대한 내용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귀국 당시 멘트도 “이번에는 Arm과 회동하지 않았고, 다음 달에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올 예정”이라며 “그 때 무슨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라고만 답했거든요.

또한, 설령 Arm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하더라도, 경영권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반도체 자국중심주의가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어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Arm을 기업에게 쉽게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컨소시엄 단위로 Arm을 인수한다 해도, 일본 메모리 업체 키옥시아 매각 상황과 비슷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키옥시아는 일본 전기기기 업체 도시바가 2018년 매각한 기업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키옥시아 인수의사를 드러낸 곳이 없었고, 이후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Bain Capital)을 필두로 SK하이닉스, 애플, 델, 씨게이트, 킹스톤테크놀로지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회사의 지분 49.9%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함정은 컨소시엄이 확보한 지분이 50% 미만이었기 때문에, 이후 컨소시엄 측에서 별다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점이죠. Arm 컨소시엄 인수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결론적으로, 주요 국가 규제당국은 특정 기업이 Arm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영국이 Arm을 어떻게 해서든 사수하려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니, 계속해서 일단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故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기조를 물려받아, 이재용 부회장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