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제소한 Arm, “우리 없이는 안될 걸?”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이 미국 통신칩 업체 퀄컴과 자회사 누비아를 상대로 라이선스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8월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Arm이 시장 내에 자사 주도권을 확인하고, 추후 라이선스 가격을 인상할 것까지 고려해 퀄컴을 제소했다고 보고 있다.

누비아는 아이폰⋅아이패드용 ‘A 시리즈’ 칩을 설계했던 세 명의 애플 출신 엔지니어가 2019년에 설립한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데이터센터에 사용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누비아는 Arm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제공받아 프로세서를 개발해 왔다.

누비아는 설립한 지 2년만인 2021년 1월, 퀄컴의 품에 안겼다. 퀄컴은 Arm 아키텍처 기반의 프로세서를 포함해 누비아의 기술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확장할계획이었다. AR, 자율주행, IoT 등 통신 기술 기반 신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퀄컴도 해당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누비아 인수 당시 퀄컴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네트워킹 설비 등에도 진출해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Arm은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했지만, Arm의 승인 없이 누비아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고, 결국 “올해 2월 누비아와의 라이선스 계약을만료했다”고 밝혔다. 누비아가 과거에 받은 라이선스는 ‘실질적이고 중요하며 개인화된 지원’을 위한 것이기에, Arm은 퀄컴에 인수된 이후에는 누비아 라이선스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Arm이 이번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퀄컴이 누비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파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해당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퀄컴의 데스크톱, 서버 칩 개발뿐만 아니라 생태계 확장 계획 전반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Arm의 소송에 대해 퀄컴은 반발했다. 퀄컴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Arm과 퀄컴은 오랜 기간 협력 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계약에 의해서든 아니든 퀄컴 또는 누비아의 기술 개발을 방해할 권리가 없다”면서 “Arm의 이번 소송은 퀄컴이 확립해 온 자체 CPU 기술 라이선스 권한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우리는 그 권한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업계에서는 Arm이 이번 소송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라이선스 가격 인상을 꾀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한 지 2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고 이미 제품도 출시했는데,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소송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최근 Arm을 찾는 팹리스가 늘어나면서 Arm의 콧대가 높아졌는데, 이번 소송은 퀄컴과의 알력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rm은 현재 애플, 퀄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 대형 팹리스 업체에 20억개가 넘는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IP업체 특성상 매출 성장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따라서 Arm은 이번 소송을 통해 IP사업의 가치를 업계에서 재평가받고, 추후 라이선스 가격까지 올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소송 결과가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결과적으로 양사가 협상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이번 소송전으로 퀄컴이 다소 굽히고 들어가겠지만, Arm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어느 정도 양보하고 협상하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라며 “추후 Arm이 라이선스 가격을 올리고 상장 당시에도 자사가 없으면 안 된다는 점을 어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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