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인디게임] 인류가 사라진 마법 세상 ‘하늘섬’을 만드는 대학생들
‘게임 좀 그만해. 밥 먹여주니?’ 네, 이제 게임이 밥 먹여주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년여간의 팬데믹을 지나오며 게임시장의 판도는 바뀌고 있습니다. P2W(Pay to win, 이기기 위해 돈 쓰는게임)에서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로 세계 게임시장의 판도가 움직이는 지금, 게임의 위상은 점점 더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디 게임들의 사정은 대형 게임사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인디 개발사 환경상 외부 홍보가 중요한데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인디 게임 행사가 취소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인데요. 그렇게 추운 겨울을 지나 인디 개발사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엔데믹(풍토화)을 바라보는 지금, 빛을 보려는 인디게임을 들여다봤습니다. 인디 게임 리뷰로, 또는 개발자 인터뷰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마음이 뭉글뭉글 해지는 게임이 있다. 유토피아의 어딘가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드는 그런 게임. 그 게임의 이름은 ‘하늘섬’, 졸업을 앞둔 대학생 20여 명이 모여 만든 힐링 게임으로 지난 1일부터 4일 개최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에 출품돼 우수 인디게임으로 선정됐다. 졸업 작품으로 만든 게임이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하늘섬은 호기심 넘치는 아이들과 숲의 정령 ‘푸리’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쿼터뷰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해당 게임은 아직 개발 중인 게임으로 3명의 플레이어가 알 수 없는 숲 속 야생동물들, 오랫동안 잊혀진 유적들과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제단 등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것을 주 플레이로 한다.
BIC를 통해 일부 공개된 게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이용자는 “인디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래픽 중에서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며 “정식 출시가 기다려진다”고 평가했다.
“좋아하는 것으로 사랑받는 건 꿈 같은 일이에요”
BIC 행사장에서 만난 팀 올림포스 김익지 총괄 팀장과 박영준 프로그래밍 팀장은 ‘하늘섬’ 게임을 만든 개발자이자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이다. 가장 고민이 많을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들의 눈에는 열정과 순수함이 묻어나 있었다.
졸업 작품이 BIC 출품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아는데, 기분이 어떤지
김익지 팀장(이하 김 팀장) : 사실 저는 작년에 개인 프로젝트로 BIC에 게임을 출품한 적이 있어요. 그때 느꼈던 저의 부족함과 유저분들에게 들었던 피드백을 수용해서 이번 졸작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렇게 게임을 출품하게 돼 기쁜 마음입니다.
이번 BIC를 통해 유저분들이 저희에게 주는 관심도 신기한데, 아직 현업에 경험이 없는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타 회사에서 여러 협업 제의도 받고 있거든요. ‘우리가 이 정도까지인가?’ 생각할 정도로 너무 꿈만 같아요.
작년과 이번 BIC를 비교해보자면?
김 팀장: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행사 규모가 작기도 했었고, 부스도 한 사람만 들어갈 정도의 크기여서 유저분들이랑 소통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행사장도 엄청 크고 부스도 많고, 참여하는 회사도 많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와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 좋아요. 저희도 다른 게임들 보면서 자극받기도 하고요.
하늘섬의 개발 상태는 어떤지?
김 팀장: 아직은 스토리 세계관 등의 기획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요. 이번 BIC에서 ‘세계관이 복잡하다’는 피드백을 들었는데 이런 부분들을 더 다듬고, 레벨 디자인을 새롭게 구성하면서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 맞추고 있습니다.
박영준 팀장(이하 박 팀장): 퀘스트나 미션 같은 게임의 재미를 높여줄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본래 기획에서는 콘텐츠 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는데, 개발하다 보니 게임이 비어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콘텐츠 적인 재미를 모색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려 중입니다.
게임에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김 팀장: 그래픽 측면에서 매우 많은 신경을 썼어요. 하늘섬의 배경이 되는 야생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보여야 하잖아요. 그래픽 측면에서는 게임 중에 ‘젤다의전설: 야생의 숨결’이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요. 쿼터뷰에서 보이는 공간 구성이나 오브젝트의 크기 등의 요소들은 로스트아크를 참고해서 만들었습니다.
박 팀장: 처음 게임을 만들 때 스토리 기획보다는 시스템적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출발했어요. 각 파트별로 신경 쓴 부분이 다르겠지만, 프로그래밍 쪽에서는 안정적인 서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전반적으로 힐링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김 팀장: 아,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면서 참조했어요. 지브리의 ‘천공의 성 라퓨타’ 아시나요? 걸리버 여행기 ‘하늘을 떠다니는 섬 라퓨타’를 모티프로 제작된일본의 애니메이션인데, ‘하늘섬’과 마찬가지로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요.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기때문에 영감을 받은 측면도 많죠.
언제쯤 최종 버전을 만날 수 있나요?
김 팀장: 저희가 12월 6일부터 7일까지 졸업 작품 전시회를 열어요. 일단은 졸업작품 전시회 전까지 게임을 완성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고요. 그 이후게임 내 버그를 다듬어서 스팀에 출시하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졸업 작품이지만, 게임이 생각보다 너무 잘 되면 어떡해요? 개발사까지 차릴 생각도 있나요?
김 팀장: 사실 이전 졸업작품들에서도 생각보다 너무 잘 돼서 개발사를 차리려는 시도들이 여럿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는않다더라고요. 저희 팀이 인원도 많고, 모두의 이해관계가 같은 건 아니니까 거기까지 가는 일은 많은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일단은 12월까지 게임을 완성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저희의 미래는 저희도 모르겠어요. (웃음)
모두 졸업을 앞둔 취준생이시군요,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취직’이시겠네요
김 팀장, 박 팀장: 그렇죠.
너무 암울한 이야기를 했네요. 원래부터 꿈이 게임 개발자였나요?
김 팀장: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국에서 그림으로 밥 벌어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렇더라도 좋아하는 걸 놓고 싶지 않았어요. 찾아보니 그림도그리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업계가 게임 업계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게임과 관련한 과로 진학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이런 큰 행사에도 초대받게 되고, ‘내가 그림으로 할 수 있는 게 있나 보다’는 자신감도 생겨서 좋아요.
박 팀장: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직접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죠.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RPG 만들기’ 라는 게임 개발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하다가 부모님께서 ‘전문적으로 게임에 관해 공부해봐’라고 해서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밍 관련한 것을 처음으로 배우게 됐거든요. 그때부터 ‘프로그래밍’이라는 제 적성을 찾았던 것 같아요.
현재 팀 올림포스의 큰 고민은?
박 팀장: 스토리 말고도 시스템적으로도 고민이 많아요. 12월까지 게임을 완성해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도 있지만, 1학기 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보니 앞으로 게임의 질이 더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요. 1학기 때 받았던 기대를 뛰어넘지 못하더라도, 이것보다 아래의 평가는 받지 말자는 이런 부담이 있죠.
올림포스 팀원에게 ‘인디게임’이란?
박 팀장: 제가 게임 업계를 꿈꾸는 이유 중 하나가 게임을 하면 스스로가 너무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거든요.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나누고 싶어서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특히 그중 인디 게임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돼 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요즘 게임시장이 모바일 게임의 지분이 커지면서 소위 양산형이라고 말하는 게임들이 주로 출시가 되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지친 사람들에게 인디게임이 휴식처가 돼 주는 것 같아요.
김 팀장: 작업실 의자에서 엎드려 자면서 정말 다 같이 밤을 새면서 게임을 만들고 있거든요. 굉장히 힘든 시간이지만, 저는 이 순간이 제일 즐거워요. 저희가 만든 게임에 그림이 그려지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도 들려오고 그러니까 뭔가를 해낸다는 성취감도 크게 얻고 있어요. 개발자가 자기 게임을 만들면서 희열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인디게임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디게임에 대한 생각을 여섯 글자로 표현해본다면?
박 팀장: 겜덕들의 쉼터요. 아까도 말했지만 인디게임은 양산형 게임들 속에서 한 줄기 빛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유저뿐만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 입장에서도요. 개발자들도 게임 덕후들이 개발자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분들에게도 인디 게임이라는 이 하나의 카테고리가 쉼터처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요.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