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을 바라보는 네이버와 카카오
전통시장은 소상공인의 터전이자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아날로그 시장입니다. 그러나 전통시장도 급격한 디지털 전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전통 시장을 기본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소비자에게는 대형마트, 퀵커머스, 이커머스 플랫폼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경쟁자 대부분이 온라인을 통하는 가운데, 전통시장만 오프라인에 남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전통시장 상인들 또한 배달앱 입점, 플랫폼 입점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과 같은 국내 대표 플랫폼은 전통시장 디지털화 최전방에 서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전통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네이버 상생의 상징, ‘프로젝트 꽃’
네이버는 2016년부터 ‘프로젝트 꽃’을 선보였습니다. ‘프로젝트 꽃’이란 소상공인과 창작자의 디지털화를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네이버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가장 큰 몫을 한 프로젝트이기도 하죠.
최근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프로젝트 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31일 사내에 공개된 영상 <팀네이버의 소셜임팩트, 프로젝트 꽃>에서 최 대표는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 책임감 등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생길 때, 네이버 ‘프로젝트 꽃’은 진정성과 가치를 인정받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최 대표가 직접 “인정받아왔다”고 밝힌 만큼 프로젝트 꽃이 네이버에 대한 여론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네이버는 ‘동네시장 장보기’를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이끈 서비스로 보고 있습니다. ‘동네시장 장보기’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시작한 장보기 서비스입니다. 네이버 쇼핑 장보기 내 위치해있으며 전국 170여개 전통시장이 입점해있죠.
‘동네시장 장보기’는 네이버 이용자 입장에서 전통시장을 타 쇼핑몰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합니다. 이용자는 지역 전통시장 내 다양한 가게에서 파는 신선 식재료와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한번에 주문하고 2시간 또는 당일 내 배달 받을 수 있습니다. 시장 내 소상공인은 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운영 및 배달은 스타트업 및 지역 배송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입니다. 고박스와 같은 업체가 대표적이죠.
즉, 네이버 측은 이 때 플랫폼이라는 공간만 제공합니다. 네이버 쇼핑 이용자들이 유입되는 통로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죠. 네이버 관계자는 ‘동네시장 장보기’에 입점한 업체는 수수료나 광고비를 따로 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가 플랫폼만 제공하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운영은 프레시멘토와 같은 외부업체가 맡고 있습니다. 장보기 서비스 내 입점 및 운영을 위한 상인회와의 조율, 배송센터 운영 등 다양한 실무 과정은 외부 업체에서 전담하는 셈입니다. 또한 고객에게까지 전달하는 라스트마일은 또 다른 지역 배송업체가 맡고 있습니다. 배달이 어려운 지역에서 주문한다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네이버는 최근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1월 암사종합시장이 처음으로 입점한 이후 현재 170여개 전통시장이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 내 입점했습니다. 서비스 출시 당시와 비교했을 때 거래액 및 주문건수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네이버의 발표에 따르면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 거래액은 2019년 서비스 출시 이후 약 74배 증가했습니다. 주문건수도 2019년 2분기 대비 61배 증가했습니다. 수도권 외 지역 전통시장 입점 비중도 40%에 달하는 등 참여시장의 범위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네이버는 동네시장 장보기 1호 시장인 암사종합시장의 성과에 대해 강조하는데요. 네이버에 따르면 암사종합시장의 누적 거래액은 23억원, 누적 주문건수는 20만건을 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동네시장 장보기’가 대형마트 등 타 업체와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우려도 내비쳤습니다. 특히 대형마트가 반찬 등 장보기 전반 상품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네시장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질 수 있죠.
하지만 네이버는 동네시장만의 장점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장보기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며 “동네시장 장보기는 장보기 서비스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아기반찬부터 노약자 입맛에 맞는 반찬까지 준비한 반찬 전문점, 뻥튀기 등 다양한 식재료는 동네시장이 가지고 있는 장점입니다. 결국 동네시장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팬데믹 기간 중 오프라인 매출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온라인 매출이 새롭게 생겼다는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또한 네이버는 동네시장 장보기 외에도 전통시장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는 현재 각 지자체와 협업해 지역 명물을 모아 만드는 기획전,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상품판매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카카오
네이버도 올해 초부터 상생안을 본격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행보가 마치 네이버 프로젝트 꽃과 같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이하 CAC)의 지휘 하에 상생 기금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5년간 3000억원 규모 상생 기금을 활용해 파트너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한다는 방안입니다. 이 중 소상공인 및 지역 파트너에게 지원하는 비용은 총 1000억원에 달합니다.
카카오는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카카오톡을 꼽습니다. 카카오의 킬러 서비스가 국민 메신저앱인 카카오톡이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올해 2분기 기준 4750만 3000명입니다. 대한민국 인구수가 2020년 기준 5184만명인 점을 고려했을 때, 카카오톡은 사실상 전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카카오는 올해 들어 전국 상인이 카카오톡 채널로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모바일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신상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카카오 기업재단 카카오임팩트가 총괄합니다. 카카오는 소상공인들이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해 단골을 확보하고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 발송 비용을 지원하는 ‘카카오 소신상인 지원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세청 신고 기준 연매출 10억 이하의 사업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소신상인 프로젝트 중 전통시장을 중점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우리동네 단골시장’입니다. ‘우리동네 단골시장’은 소상공인 중에서도 전통시장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으로 온라인 지식 교육 플랫폼 MKYU와의 협업을 통해 소상공인이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단골 손님을 만들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카카오는 MKYU와의 협업을 통한 8주간의 교육으로 소상공인의 온라인 채널 접근성을 높인다는 방안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상생 방안으로 전통시장을 주목합니다. 그러나 카카오의 동네시장 접근법은 네이버와 조금 다릅니다. 네이버와 같이 전통시장별로 판매의 장을 열어주기보다는 고객과 전통시장 내 소상공인 간의 마케팅 채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죠. 판매채널이 될 생각은 없다는게 카카오 측의 설명입니다.
카카오의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전통시장 소상공인은 문자를 통해 고객들에게 할인정보를 알립니다. 보통 쿠폰 적립을 위해 확보한 전화번호나 가게를 자주 이용하는 단골들의 번호에 문자를 보냅니다. 오늘은 어떤 물건이 들어왔으며 어떤 가격에 판다고 말이죠.
카카오는 이와 같은 홍보 과정을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할 수 있게 돕겠다는 입장입니다. 카카오톡은 남녀노소 활용하는 메신저앱입니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누구나 이용하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이상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전통시장 소상공인에게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 비용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현재 우리동네 단골시장 캠페인은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시범운영 중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10개 시장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 육심나 ESG 사업실장은 “소신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전국의 전통시장 상인이 디지털을 활용해 성공할 수 있도록,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상공인 및 지역 파트너에 대해 5년간 1000억원을 쓰겠다는 카카오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할 만 합니다.
소상공인의 친구가 된 당근마켓
이제 지역 상권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당근마켓입니다. 얼마 전 기사로도 소개해드렸는데요.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인 만큼 전통시장 소상공인은 본질과도 같습니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8월부터 전통시장 내 소상공인과의 관계를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당근마켓은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시 전통시장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서울 전역에서 운영 중인 ‘동네 장보기’ 에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비즈프로필을 연결하겠다는 계획이었죠. 당근마켓은전통시장의 온라인 시장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협약 이유로 꼽았습니다.
당근마켓은 각종 플랫폼의 장점을 합친 모양새입니다. 소상공인은 비즈프로필을 활용해 고객과의 채팅으로 문의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비즈프로필 내 이벤트 정보, 할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요. 이제는 전국 단위로 상품판매까지 가능합니다. 마케팅, 소통, 판매까지 한 채널에서 전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상공인은 높은 편의성을 얻습니다. 당근마켓이 하는 서비스는 네이버, 카카오의 소상공인 지원 사업과도 유사합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이 지원하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여러 온라인 판매 채널이 열린다는 점에서는 이롭습니다.
네이버, 카카오의 상생을 위한 행보
결국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상생을 위해 전통시장을 택했습니다. 다만 방법이 다르죠. 네이버는 판매 공간을, 카카오는 마케팅 채널을 마련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상생을 위해 계속해 지금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네이버는 향후 지역 소상공인을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지난 31일 공개한 영상에서 중소상공인과 창작자들이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안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카카오는 시작단계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문자를 보내 홍보하는 상인분들도 극소수일 만큼 시장 상인분들이 마케팅 측면에서 굉장히 소외되고 있다”며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단골 맺기, 할인 및 상품 등 다양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도록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동네 단골시장 캠페인 진행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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