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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산만 한 곳이 없어요” 잘나가는 인디 개발사들이 뭉친 이유

지역 인디 개발사라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왜 지역에 있어요?”, “서울가면 더 좋은 곳 갈 수 있는데 왜 남아 있는 거예요?” 부산의 인디 개발사 대표들은 답한다. “게임을 개발하는 데 부산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왼쪽부터) 씨플레이 김경원 대표, 좀비메이트 김윤수 대표,  비앤디앵글 임덕근 대표, 서클프롬닷 염정규 대표, 써니사이드업 박은현 대표,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게임산업진흥단 한상민 단장

게임의 도시 부산에서 만난 씨플레이 김경원 대표, 좀비메이트 김윤수 대표, 비앤디앵글 임덕근 대표, 서클프롬닷 염정규 대표, 써니사이드업 박은현 대표는 모두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인디개발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부산글로벌게임센터(이하 센터)에 기점을 두고 꿈을 펼쳐나가는 중이다. 보통 인디 게임은 독립 자본으로 제작한 게임을 말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시도와 창의력이 돋보이는 게임이 나오기도 한다. 인터뷰에 참여한 인디 개발사들은 협회의 자금 지원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지원하는 시설로, 지역특화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2015년 개소했다. 지역 창업, 역외 기업 유치, 스타트업 육성, 개발자 양성 등의 게임 산업 생태계 조성 활동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8월 기준 23개사 9개의 개발사, 116명의 인원이 시설에 입주해있다.

센터는 성장 단계별 계단식 맞춤형 지원을 통해 성장 규모에 따라 개발사들에게 지원 사업을 연결해주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사업 분야는 ▲입주실 지원 ▲제작&사업화 지원 ▲국내외 전시회 참가 지원 ▲게임콘텐츠 펀드 조성으로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1~2인 규모의 작은 인디개발자에게는 개발자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BGC 인디랩’ 단계를, 1~4인 규모의 예비 창업자에게는 전문가 멘토링을 지원하는 ‘게임스테이션’, 5인 미만의 신규 창업기업에게는 인큐베이팅 사업을 지원하며 5인 이상 5년 미만의 스타트업에게는 사업화와 도약을 지원하는 사업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섯 명의 대표들에게 센터에 대해 물었다. 은은한 웃음으로 한국게임기자클럽 기자들을 맞이한 대표들은 “게임을 개발하는 데 최적화돼 있는 곳”이라고 답했다. 아래는 기자들과 대표들의 질의응답이다.

부산글로벌게임센터에서 지원하는  중에 가장 좋은 것이 있다면?

서클프롬닷 염정규 대표: 같은 공간에 모여있다는 거 자체가 좋은 기회죠. 저희끼리 집에서 개발하는 것보다 다른 개발사 대표님들도 만나뵙고 피드백도 솔직하게 주고 받다보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게 돼요. 개발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로 인디 개발사에게는 큰 도움이 되죠.

씨플레이 김경원 대표(이하 씨플레이 김 대표): 동감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작지원금, 플레이, 마케팅, 해외 진출 단계별 상황에 따라 각자 적절한 지원 사업을 받을 수 있죠.

좀비메이트 김윤수 대표(이하 좀비메이트 김 대표) : 2018년 첫 입주 후 게임 콘텐츠 제작비를 지원받았어요. 이후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서 마케팅 지원 또한 받았죠. 작은 개발사들은 개발 외적의 분야에서 애를 먹어요. 저희도 마케팅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경험이 없다보니 별 효과가 없이 끝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원 사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마케팅 지원 사업이 기업 교육형으로 구조가 바뀐다고 하더라고요. 마케팅을 대신 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마케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교육해준다고 하니 센터를 떠난 후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죠.

써니사이드업의 경우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는데, 그 과정 속 센터에서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써니사이드업 박은현 대표(이하 써니사이드업 박 대표) : 게임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타깃을 글로벌로 잡고 개발을 했기 때문에 앞서 말한 지원들이 큰 도움이 됐어요. 권역 지원 사업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때 이름을 많이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단계별로 지원 사업을 다르게 한다는 시스템에 시행착오가 많았을 거 같은데

한상민 게임산업진흥단장: 초반 공모전을 통해서 예비 창업팀을 뽑는 과정에서 상금 등의 보상을 제공하는 것 외 회사로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단계를 지원하는데 부족했던 것이 있었죠. 이제는 팀워크 챌린지라는 부분을 추가해 창업 또는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대 입주 기간인 6년 내에 성공을 해야한다는 압박감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씨플레이 김 대표:  센터에 큰 인원을 수용할만한 공간이 있지 않아서 사업을 키워나가려면 어짜피 센터를 벗어나야 해요. 회사 차원에서도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 인원을 뽑아야 하고요. 어느 정도 사업을 키웠으면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죠.

자기만의 게임을 개발하게 됐다고 결정하게  계기가 있다면

씨플레이 김 대표 : 고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개발하는 걸 좋아했어요. 대학 또한 게임 공학과로 진학했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저의 인생의 계획을 미리 설계했어요. 게임사에 취직해서 경험을 쌓고, 그 이후에 능력을 키워 사업을 해보자는 그런 계획이요. 저는 제 인생의 계획대로, 게임이라는 산업에서 더 큰 분야로 나아가기 위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좀비메이트 김 대표: 어렸을 때부터 저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게임 회사를 차리거나 팀을 꾸리고 싶은 목표가 있었죠. 그래서 대학교 동기들과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저와 저희 팀을 표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입니다.

써니사이드업 박 대표: 저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없다’는 게 걱정이었어요. 대학을 가면 하고 싶은 게 생긴다길래 대학을 진학했는데 아니었죠. 그래서 여러 리스트를 짜봤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쫙 나열을 했었죠. 그 중 하나가 게임 개발이었어요.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마음 그것 하나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정부에서 해줬으면 하는 지원이 있다면?

좀비데이트 김 대표: 사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인력 채용이 매우 중요해요. 최근 채용 공고를 내면서 어려움에 직면했었는데요. 회사에 대한 정보도 찾기 힘들고, 공고 또한 눈에 안 들어오다보니 지원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던 것 같아요. 정부 차원에서 기업 홍보를 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해 최대한의 홍보를 할 수 있도록, 외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써니사이드업 박 대표: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역이라는 특성상 부산에서 개발자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저는 그 이유가 수도권에 인구가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부동산 문제도 있을 것이고, 여러 인프라 문제도 있을 겁니다. 지역으로 내려온 개발자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일년 정도 기숙사를 지원해준다거나 등의 숙소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외부 인력 유치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산에서 게임사를 창업했을 강점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써니사이드업 박 대표: 행사를 다니다보면 여러 개발자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요. 부산만큼 게임 개발을 지원해주는 데가 없더라고요. 물론 지역인 만큼 인력 채용은 쉽지 않지만요.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점이 있는 만큼, 이직률이 굉장히 낮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수도권에서는 인재를 쉽게 구하는 것만큼 쉽게 빠지기에 신경써야할 게 많은데 지역 개발사의 경우에는 개발이 끝날때까지 웬만해서 인력이 유출되는 경우가 없죠. 

인력 유출이 없다는 인디 개발사들의 특유의 문화인가요?

비앤디앵글 임덕근 대표: 그건 아니에요. 많이들 ‘서울가서 더 좋은데 갈 수 있는데 왜 남아 있냐’고 물어보시는데, 전 그냥 부산에 남아 있는게 좋아요. 큰 기업에 가서 야근 많이하고 힘든 삶을 사고 그런 것보다 부산에 있으면서 좋아하는 일도 하고 삶의 질도 유지하고 싶어요. 물론 연봉의 경우는 더 낮을 수는 있죠. 그러나 부산에서 태어나 자라온 친구들 중에 일과 삶의 균형점을 찾는, 라이프사이클이 안정된 좋은 삶을 사는 것에 기준을 두는 친구들이 많아요. 연봉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개발자들이 활동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죠.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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