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학연 강화하는 교육부, 더 나아가려면?

교육부가 내년에 반도체 인재양성 지원 협업센터를 설립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5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포함한 정부 기관과 교육협의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패스, 알파솔루션즈 등 국내 기업 및 반도체 관련 협회 15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교육부와 관계부처는 지난 7월 19일 10년 간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양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해당 방안의 후속조치로, 산업⋅연구⋅현장 간 협력 강화를 위해 협업센터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협약을 통해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는 전문교수 인력을 지원하고 교육과정 개발에도 나서는 한편, 반도체 산업 인력 수요분석과 공공인프라 활용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반도체 교육 현장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을 검토하고 지자체에 공유한다. 기업은 현장 전문교수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면서 현장실습⋅교육과정 개발 등의 사항에 협력할 계획이다. 연구 기관에서는 기술 연구 현장의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반도체 관련 기술동향과 미래전망을 분석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효과적으로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산학연 체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국내에서 반도체 인력을 키울 만한 교원이 넉넉하지 않을 뿐더러, 기업 입장에서는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많은 리소스를 직접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견⋅중소 규모의 반도체 기업은 직접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리소스가 분산되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인력양성 과정을 시스테믹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교육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부가 마련하면 인력양성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협약은 인력양성 선순환의 첫 걸음을 뗐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네패스, 알파솔루션즈 등 대기업이 아닌 기업도 이번 협업센터에 함께 하게 되면서, 중견⋅중소기업과 소부장, 팹리스 기업의 입장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협업체가 대기업⋅중견기업에 국한돼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한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대기업 중심의 반도체 지원책과 협업체는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협업체와 더불어 시스템 반도체에 특화된 지원 방안 또한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대한 투자금에는 생산라인 증설 관련 내역도 포함돼 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공장을 증설하면 자사 물량과 더불어 국내 팹리스 기업 물량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대기업에 투자를 단행하면 국내 팹리스 기업은 간접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진정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협업센터와 더불어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지원책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 팹리스 업계의 의견이다.

지난 8월17일 출범한 팹리스산업협회는 “4차산업의 근간이 될 팹리스 산업은 향후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이라며 “인력양성, 팹리스 주도의 연구개발(R&D) 사업 확대,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공급망 안정화, 차세대 기술 개발과제 지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에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팹리스 관련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메모리 강국이다 보니,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기업 중심으로 인력양성 정책이 마련될 필요는 있다”면서 “해당 정책과 더불어 중소기업과 팹리스에 특화한 인력양성 정책도 함께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에 함께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안기현 전무는 “이번 인재양성 지원 협업센터 구축은 소통의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고무적”이라면서 “이후 산업⋅연구⋅현장 간 소통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가 추후 반도체 인력양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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