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웹소설 훔쳐가는 불법 토끼 잡는다

모르긴 몰라도, 웹툰 웹소설 업계에서 제일 싫어하는 동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토끼’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물론, 토끼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토끼의 이름을 빌려서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는 사람들이 나쁘죠.

왜 뜬금 없이 토끼 이야기를 꺼냈냐면은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불법유통 웹사이트인 ‘북토끼’ 운영자들을 형사 고소했다고 2일 밝혔기 때문입니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입니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경기도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접수됐습니다.

북토끼는, 말 그대로 소설을 갖고 토낀 곳입니다. 웹소설을 무단으로 가져다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이용자들에게 불법 도박 광고를 보여줘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소장에서 “북토끼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아니한 채 작품들을 임의로 다운로드 받은 다음 사이트에 무단으로 업로드하여 불상의 접속자들이 볼 수 있도록 복제, 배포하고 그로 인해 광고수익금을 취득함으로써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는 몇년 전 있었던 ‘밤토끼’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국내에서 콘텐츠 불법유통 사이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18년 ‘밤토끼’ 사태 때입니다.

당시 밤토끼는 9만건에 가까운 불법 웹툰을 게시하고, 도박사이트 광고를 올려 9억5000만원의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습니다. 결국 잠복수사를 하던 경찰에 덜미를 잡혔죠. 법원은 네이버웹툰과 레진엔터테인먼트, 투믹스 등 플랫폼들이 밤토끼 운영자인 허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각 10억원씩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밤토끼와 북토끼는, 창작자의 저작물을 그대로 가져다가 불법유통을 한다는 점, 잡히지 않으려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한다는 점, 공짜로 작품을 보려고 들어오는 이용자들한테 도박 광고를 보여줌으로써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똑 닮았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밤토끼는 웹툰을 가져갔고, 북토끼는 웹소설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이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과 웹소설을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카카오엔터 측은 “북토끼는 지금까지 글로벌 불법유통의 주 타깃이던 웹툰이 아닌 웹소설 만을 집중적으로 불법유통하면서 웹소설 창작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끼쳤다”면서 “이들은 다른 불법 유통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웹사이트에 각종 불법도박 사이트와 음란 사이트 배너를 게재, 소중한 창작자의 창작물을 광고 수익을 얻는 용도로 활용했다”고 지적합니다.

도망다니는 수법도 이전과 비슷합니다. 수차례 도메인을 바꾸어 차단망을 피하고, SNS를 통해 음지에서 새 도메인을 배포하는 등 악질적으로 운영되어 온 것이죠. 2018년 밤토끼, 2019년 어른아이닷컴의 운영자가 구속됐지만, 같은 방식으로 불법 복제 사이트는 계속해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찾는 사람이 계속해 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플랫폼의 대응도 한층 강해지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연재 웹소설 약 2500개 작품과 관련한 대규모 채증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회사 측에 따르면  웹소설 불법유통 사이트에 가장 강력한 법적 조치인 형사 고소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웹소설을 무단으로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적 조처도 취해지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 측에 따르면, 먼저 글로벌 검색 엔진상 검색이 불가하도록 검색을 차단시켰으며, 국내 통신망을 통한 접속 역시 막았습니다.

북토끼와 유사한 도메인으로 불법유통이 범죄임을 알리는 유인 사이트를 직접 생성해 운영을 지속 방해해 오기도 했다는데요. 이번 형사 고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이트 폐쇄를 위한 방법으로 결정됐다고 합니다.

밤토끼, 북토끼와 같은 불법유통 사이트는 오랜시간 창작자들에게 고통을 안겼죠. 당장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것도 물론 문제지만, 독자들에게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불법유통과 관련해서 “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K웹툰, 웹소설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 라면서 “한국 창작 생태계의 근간인 창작자들의 창작 의욕을 뿌리째 뒤흔드는 일이어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열심히 작품을 만들었는데, 업로드하자마자 다른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퍼가고서는 이걸 공짜로 나눠준다고 생각하면 에이, 내가 이 일을 해서 뭐하나 그런 생각이 들것 같거든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 웹소설 시장 구조를 왜곡하고 창작 생태계를 위협하는 불법유통 근절 활동을 업계 선두에서 이끌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는 플랫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작가들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대응이죠.

이호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무실장 겸 글로벌 불법유통대응 TF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에 대한 불법유통을 근절하는 과정에서 당사 IP 만이 아니라 한국 창작 생태계에서 탄생해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소중한 K웹툰, 웹소설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독자님들도 불법 유통 사이트는 가지 않기로 약속해주세요. 지금 당장은 돈 안내서 좋을 것 같지만, 이런 곳이 계속 흥하면 언제가 새로운 작품을 못보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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