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한국거래소는 23일 유가증권시장(이하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후 5개월만에 얻은 예심 통과다.

마켓컬리 BI

다만 상장 예비심사 승인이 났다고 해도 당장 상장을 하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상장 시기는 유동적이다. 컬리 관계자는 “시장과 내부 상황을 보고 적절한 시기에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예심 승인 이후 6개월 안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컬리의 상장 예비심사, 늦어졌나

컬리의 상장 예심은 상당히 늦어진 편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예비심사 신청 후 영업일 기준 45일 이내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컬리는 지난 3월 상장 예심을 청구했으나 5개월만에 승인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심을 신청한 기업 수가 많았다는게 컬리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중 45일을 넘긴 기업이  75%에 달한다.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수가 많았기 때문에 한국거래소 내부에서 심사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다는 의미다.

컬리 김슬아 대표의 적은 지분율도 지연의 원인이다. 2021년 말 기준 김 대표의 지분율은 5.75%다. 세쿼이아캐피탈 차이나가 12.87%, 힐하우스캐피탈이 11.89%,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 글로벌이 10.17%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2021년 12월 기준 컬리의 지분율

재무적투자자(FI)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면 창업자인 김 대표의 경영권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은 상장 이후 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장 예심 기간 동안 한국거래소는 상장 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재무적투자자(FI)에게 최소 18개월 이상 보유 지분을 팔지 않을 것,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행사하라는 약정을 요구했다.


컬리는 상장 예심 기간 동안 ▲주요 FI로부터 상장 후 18개월간 지분을 팔지 않는 보호 예수 확약 ▲보유 지분 20%에 대해 공동의결권 행사 ▲지분율 1% 이상 주주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는 보호예수 확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컬리는 상장 이후에도 한동안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상 영업손실 극복하지 못하는 컬리?

컬리는 14년 12월 설립해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다. 컬리의 2021년 거래액은 2조원으로 전년 대비 65% 성장했다. 국내 이커머스 연평균 성장률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 국내 이커머스 연평균 성장률은 20.2%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누적 회원수 1000만명을 달성하고 바잉파워도 강화돼 플랫폼 경쟁력도 높아졌다.

그러나 컬리는 영업손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조 5580억원, 영업손실은 약 2139억원이다.

계속되는 영업적자에 컬리가 과연 지속가능한 모델이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컬리는 2019년부터 3년 연속 공헌이익을 내고 있기 떄문에 향후 인프라 투자가 끝나면 흑자 전환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이 때 공헌이익이란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이다. 공헌이익이 흑자라는 것은 당장 영업적자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매출이 늘기만 하면 흑자전환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컬리는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상장 이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컬리의 상황상 고정비로 분류되는 임차료나 인건비가 매출과 비례해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컬리가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컬리는 현재 자회사 컬리 넥스트마일을 통해 수도권, 부산, 울산의 샛별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컬리가 직접 물류를 운영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면 물류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동안은 고정비에 대한 투자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적자는 마케팅 문제가 아니고 물류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컬리의 물류센터 구조상 인력이 계속해 증가할 수 밖에 없으며 지역 확대에 따라 자체 운용하는 배송인력 또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컬리는 지역 내 주문 밀집도가 증가하고 물류센터 내 숙련된 노동자가 많아질수록 물류 효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즉,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서울특별시 도봉구의 오피스텔 한 층에서 주문 고객만 8명에 이른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컬리 배송 노동자는 한 층 안에서 8개의 상품을 배달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가동 시작한 김포 물류센터도 인건비를 절약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오카도 방식과 같이 자동화비율이 높은 구조는 아니지만 자동화시스템 QPS(Quick Picking System)을 도입했다. QPS는 레일을 통해 상품 분류 인력이 상품을 상자에 담고 포장단계로 넘기는 방식이다. 컬리 측은 인력 효율이 기존 대비 20% 가량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컬리 김포 물류센터 (출처: 컬리)


또한 컬리의 최근 행보를 보면 자사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는 상품군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이익을 내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컬리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인 ‘큐레이티드 마켓플레이스’가 대표적인 예시다.

 

식료품 국내 이커머스에서 비식품, 해외로 확장하는 컬리

컬리는 올해 들어 사업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식품군 위주 새벽배송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컬리는 프리미엄 식품군 뿐 아니라 저렴한 식료품, 가전제품, 뷰티, 여행 상품까지 판매하는 종합몰에 가깝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컬리의 탈식품군 행보가 컬리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든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식품군을 중심으로 고객을 모아온 컬리가 타 기업과 특별한 차이가 없는 가전,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당장의 매출을 늘릴 수는 있으나 컬리의 특색을 흐리게 만든다는 의미다.

하지만 컬리는 큐레이션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고객경험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김 대표는 지난 2020년 컬리가 유통의 본질인 ‘좋은 상품’과 고객 경험의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컬리의 큐레이션 역량은 상품위원회를 통한 변별력과 컬리 자체의 소개로 완성된다. 컬리는 매주 70여개 기준으로 입점 상품을 검토하는 상품위원회를 통해 컬리에 신상품을 들인다. 상품 상세페이지를 통해 MD들이 상품을 직접 소개하고 특장점까지 정리해 안내한다. 실제로 고객들도 컬리의 큐레이션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를 이용하는 한 고객은 “상품의 질 뿐 아니라 소개도 자세해 상품을 구매하기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뷰티, 오픈마켓 등 신사업에도 자사의 큐레이션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

컬리는 올해 7월부터 뷰티 특화 버티컬 서비스 ‘뷰티컬리’를 시범 운영 중이다. 앱 상단에 뷰티컬리 탭이 별도로 마련돼있다. 기존 마켓컬리와 동등한 위치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컬리 내 뷰티사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컬리에게 있어 뷰티는 다양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상품군이다. 우선 식품과 뷰티 모두 고관여제품이다. 컬리의 큐레이션 역량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컬리는 뷰티컬리에서 상품 소개, 특장점, 주요 성분 분석, 에디터 리뷰까지 제공한다.  고객군도 겹친다. 뷰티상품은 컬리의 주요 고객층인 3040여성층이 주로 찾는 상품이기도 하다.

< 참고해보세요! : 컬리는 왜 추락하는(?) 온라인 뷰티시장에 들어가나 >

오픈마켓인 ‘큐레이티드 마켓플레이스’도 컬리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큐레이티드 마켓플레이스는 컬리가 직접 물류를 책임지지 않는 대형 가전, 여행티켓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이다. 상품군 확대에 용이하다. 컬리로서는 물류를 책임지지 않고 수수료만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익을 늘리기도 좋다. 컬리는 최근 마켓플레이스와 관련한 이용약관을 추가했다. 관계자는 “이미 운영하고 있었지만 약관 수정이 필요해 최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하반기 내 오프라인까지 나아갈 계획이다. 컬리는 9월 성수 인근에 브랜드 체험형 매장 오프컬리를 열 예정으로 알려졌다. 컬리 관계자는 현재 기획 단계로 명확한 오픈 시기는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프컬리는 판매 목적은 아니다. 이들은 “판매 목적이 아닌 브랜드 체험 공간 방향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식료품 기반 플랫폼 경쟁력과 배송 역량 활용을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우선 올해 상반기에 농식품스타트업 록야에 투자했다. 록야는 컬리 파트너사 중 하나로 높은 품질의 농산물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저가를 추구하는 컬리365카테고리 내 록야 상품이 대거 포진해있다.

또 자회사 컬리 넥스트마일을 통해 3자배송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컬리는 올해 내 3자배송 고객사를 3배 이상 확충할 계획이다. 다만 자체 기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자체 차량을 가지고 있는 기사들이 있기 때문에 기사 모집이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컬리페이도 락인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준비 중인 서비스다. 지난해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 페이봇을 인수한 후 컬리페이로 이름을 바꿨다.

간편결제는 소비자의 이용을 촉진하고 제조사와의 정산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컬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다만 현재 출시 일정이 계속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장으로 인해 내부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는 최근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컬리는 지난 10일 싱가포르 식품 이커머스 플랫폼 ‘레드마트’에 ‘마켓컬리 브랜드관’을 열었다. 레드마트는 컬리와 같이 냉동창고와 저온 배송차량을 갖춘 풀콜드체인을 가졌다는 장점이 있다. 컬리는 향후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컬리 관계자는 싱가포르가 첫 진출이나 향후 진출 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우선 싱가포르 시장에서 냉동 간편식을 시작으로 PB(자체 브랜드) 상품 및 단독상품 컬리온리 등을 차례로 출시해 시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현재 컬리가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신사업의 성과가 컬리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컬리의 신사업이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얼어붙은 주식시장 상황

현 시장 상황은 컬리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컬리가 상장한다면 지난해 12월 프리 IPO 당시 인정 받은 기업 가치보다 낮은 수준이 적정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프리IPO 당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투자 받을 당시,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 받았다. 이 때 4조원은 컬리의 거래액에 주가매출비율(PSR) 2.5배를 적용한 수준이다. PSR 2.5배는 쿠팡이 2021년 3월 미국 증시에 상장할 당시 적용한 수치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프리IPO 수준의 기업가치는 인정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장이 불안정할 뿐 더러 시장의 투자 심리 자체도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비상장 주식 거래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 거래되는 컬리 주가는 52000원 수준, 시가 총액은 8월 23일 기준 2조 2335억원이다.

이번 쏘카 상장도 컬리의 공모가 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쏘카와 컬리 모두 빠른 성장이 필요한 시점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쏘카는 올초까지 기업가치 2조원대를 인정 받았던 것에 비해 현재 기업가치가 1조원 이하로 추락했다. 쏘카의 사업에 대한 의구심도 있지만 시장 자체가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컬리 또한 성장성을 입증해도 4조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