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반도체 수급난이 업계를 뒤덮었습니다. 반도체가 부족해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하고, 급기야 자동차는 일부 부품을 제외한 채 출시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국내 파운드리 기업 DB하이텍도 많은 관심을 받았죠. DB하이텍은 전력반도체, 이미지센서 등 8인치 웨이퍼 기반의 구형 반도체를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처럼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간 구형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품 수급난이 발생했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봤죠.

올해 2분기에는 6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요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중장기 성장 동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최근에는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 사업부 물적분할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DB하이텍이 어떤 기업이고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영위해갈지, 물적분할을 만약에 하게 된다면 영향을 얼마나 받게 될지 살펴 보고자 합니다.

설립 17년만에 흑자, 이어지는 승승장구

DB하이텍의 전신은 1953년 설립된 작물보호제 제조업체 한국농약(현 팜한농)과 1997년 동부그룹이 설립한 전기전자 업체 동부전자입니다. 형식적으로는 한국농약을 전신으로 삼아 1953년 설립됐다고 소개하지만, 뿌리는 동부전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부전자는 국내 최초로 설립된 파운드리 기업입니다. 동부전자가 처음 설립된 1997년 당시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에서 일본을 꺾으면서 기세등등해진 상황이었죠. 그만큼 우리나라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에 집중돼 있었는데요, 그 가운데 동부전자는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인 파운드리 사업에 손을 뻗었습니다.

이후 2002년에는 동부그룹이 지금은 사라진 아남그룹으로부터 아남반도체를 인수하고, 동부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2007년에는 동부일렉트로닉스가 동부한농, 그러니까 과거 한국농약에 역합병이 되면서 동부하이텍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이로써 동부하이텍은 ▲농업 ▲반도체 ▲금속, 세 가지 사업을 영위하게 됐는데요, 추후 금속 사업 부문과 농업 사업 부문을 각각 2008년, 2009년에 분사해 동부하이텍은 지금과 같은 반도체 사업만을 담당하게 됩니다. 2017년에는 그룹 이름이 동부에서 DB로 변경되면서 지금 DB하이텍의 모습을 갖추게 됐고요.

DB하이텍이 처음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낸 시점은 2014년입니다. 이 말은 곧 동부전자가 설립한 1997년 이후 15년 넘게 적자를 이어왔다는 말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당시에는 시스템반도체보다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더 많이 집행됐는데요, 그만큼 시스템반도체 관련 기술은 다소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DB하이텍은 투자비를 대규모로 지출했고, 높은 기술 장벽을 실감한 DB하이텍은 오랜 기간 적자를 이어왔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기술을 개발해 오면서 DB하이텍은 전력반도체, 이미지센서 부문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춰가기 시작했습니다. 파운드리 관련 기술 개발과 장비 투자도 단행해 수율을 개선하고 생산 역량도 키울 수 있었고요. 이 같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DB하이텍은 국내 파운드리 2위 업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와 함께 자체 개발한 설계자산(IP)을 팹리스에 무상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팹리스 기업을 대상으로 시제품 생산(Multi Project Wafer, MPW)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고요. 전반적인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확대를 위한 노력을 했던 셈이죠. 이때의 사업이 지금의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이후 DB하이텍은 연이은 호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올해 2분기에는 6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DB하이텍 측은 “전반적인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중국 팹리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생산시설이 축소된 형태의 팹라이트(Fab-Lite)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시장에서 매출이 성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랜드사업부문도 실적향상에 한몫 했습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DB하이텍 브랜드사업부문에서 발생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체의 22%, 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UHD, TV, OLED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성장성을 보이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DB하이텍은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됐습니다.

물적분할, DB하이텍에 미칠 영향은?

증권가에서는 DB하이텍이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화합물 반도체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입니다. 화합물 반도체란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처럼 화합물로 구성된 웨이퍼를 기반으로 생산하는 반도체를 말합니다. 통상적으로 반도체는 단일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요, 이보다 전력 효율이 높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죠.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DB하이텍은 2020년 하반기부터 8인치 화합물 반도체 연구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2023년 상반기에는 화합물 반도체 샘플을 만들고 2024년에는 해당 부품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장기적으로 기대를 걸 만하다는 이야기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이런 호평가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올해 DB하이텍 주가는 8만4900원까지 오른 적이 있는데요, 지금 주가를 살펴보면 4만5000원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점에 비해 45% 가량 주가가 빠진 것이지요. 7월11일에는 4만800원으로 저점을 찍기도 했고요.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DB하이텍이 브랜드사업부를 물적분할한다는 소문이 업계에서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물적분할을 진행하면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됩니다. 기존 DB하이텍 주주에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번 물적분할을 진행했던 기업은 줄줄이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모두 모기업으로부터 물적분할한 이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따라서 DB하이텍 주주도 정황상 손해를 크게 볼 수 있겠다며 우려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DB하이텍 소액주주는 물적분할에 반대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를 설립했습니다.


다만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기존에 물적분할을 진행했던 기업과 DB하이텍의 상황은 조금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그간 회사의 핵심 사업이었던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모기업의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DB하이텍은 핵심사업인 파운드리가 아닌, 설계 사업부를 분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기업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아직 DB하이텍이 브랜드사업부를 물적분할하기로 확정하지는 않았습니다. DB하이텍은 공시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와 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분사 검토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사업 전문성 강화와 함께 고객과의 이해관계 상충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신중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련된 내용은 올해 11월10일에 재차 공유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국내 파운드리 사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추후 DB하이텍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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