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화가 필요한 사람을 구합니다
사람은 (대체로) 누구나 외롭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관심사가 다르면 소통에 벽이 생긴다. 아예 생판 모르는 남이라도, 좋아하는 게 같으면 그 순간은 정말 재미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스타트업 ‘남의집’은 그 외로움을 파고들고자 한다.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을 묶어서 신나게 이야기 해보라고 판을 깐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공간을 빌려주는 곳은 아니다. 대신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을 비교적 쉽게 찾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열었다. 친구를 찾은 이용자들은 자신의 공간으로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남을 초대한다.
사람들이 정말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모르는 남의집으로 가려고 할까? 내 공간을 쉽게 타인에게 개방하는데 사람들이 주저함이 없을까? 이미 수많은 커뮤니티와 강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여기에 또 하나의 서비스가 더해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김성용 남의집 대표를 만났다. 남의집은 지난해 당근마켓으로부터 투자받으면서 당근마켓 내 서비스와 일부 결합하기도 했다. 지역 커뮤니티로서 남의집은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는지를 김 대표에게 물었다.
왜 남의집 서비스를 시작했나?
원래 창업을 하고자 해 아이템을 물색하고 있었다. 창업 전에는 카카오에서 근무하면서 카카오페이지를 비롯해 다섯개 사업부를 거쳤다. 그 중 카카오 모빌리티 전신인 카카오택시를 하면서 내 적성을 찾았다. 카카오 택시 이전에는 서비스들이 다 온라인에서 생성, 소비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카카오택시는 오프라인에서 완성된다. 그 경험이 더 재미있었다. 오프라인에서 완성되는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아이템 방향을 잡았다.
오프라인에서 연결하는 서비스 대부분은 공유 경제다. 당시 아는 형, 동생들과 셰어하우스에서 살면서 매일 하우스파티를 했다. 그게 정말 재미있었다. 집에서 노는 경험을 공유 경제로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창업 전에 직접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다.
직접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했나? 그럴 땐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나?
물론이다. 사업을 하면서 중간에 결혼을 했는데, 이전에 혼자 살던 집부터 신혼집까지 대략 100~200명의 사람이 우리집에 다녀갔다. 주제는 매번 달라지는데, 한번은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사하던 때였다. 내 커리어가 달라지는 시점이었어서, “제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려는데 오세요”라고 해봤다. 누가 관심 있겠나 싶었는데, 사람들이 오더라. 놀랐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서 다들 올 수도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던 시간이었다.
트레바리나 클래스101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취향이나 취미를 나누고 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여럿이다. 남의집은 이들과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대화에 집중하려 한다. 풀고 싶은 문제가 그 부분이다. 남의집을 테스트할 때 대화에 대한 갈망에 집중했다. 지인이라고 해도 대화가 안 통할 때가 많다. 서로 가진 상황도 다르다. 결혼과 육아를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공감이 안 될 때가 있다. 결국에는 이야기를 나눌 또 다른 인간관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서비스들이 지식 공유의 클래스에 집중하는데, 남의집은 철저하게 대화에 집중하는 방향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대화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파악했나?
외로움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시장도 외로움에 관한 시장이다. 보통 외로움이라고 하면 이성적인 것을 많이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해도 외롭지 않나?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되더라.
게다가 관심사도 계속해 바뀐다. 올해 독서에 관심 있던 사람이 다음해에는 반려 식물을 키우는 데 관심이 생길 수 있다. 관심사가 바뀌면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달라진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공감과 대화를 찾게 되는 거다. 남의집은 사람들이 가진 공감대에 대한 열망을 풀어낸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투자한 당근마켓도 이 부분에 공감했다. 당근마켓이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했는데, 남의집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로서의 비전을 확인한 거다.
< 참고해보세요! : 당근마켓, 관심사 기반 모임 커뮤니티 ‘남의집’에 10억원 투자 >
돈을 내고 참석하는 서비스다. 게스트들이 나중에 호스트랑 별도로 연락해 모임을 가진다면 남의집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받기 어렵다. 지속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한가
남의집에 참여하는 게스트들은 지속해 서로 관계를 맺는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지속성을 띄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과는 사업 방향이 다르다. 단발성 모임을 계속해 새로 여는 것에 가깝다. 한 번 모인 사람들이 계속 반복해 만나면서 인맥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
옅은 관계가 주는 만족감이 있나
부담감이 없다. 사회 활동에 지친 분들이 좋아하는 취미생활로 만난 이들과도 인간관계로 묶이면 피곤하지 않겠나. 예를 들어 카톡 단체방이 생기면 그 안에서 또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관계가 지속적으로 생기면 그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우리는 단발성이다. 호스트도 게스트도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이다. 만약 우리가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이라면 말을 상당히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데, 남의집은 내일 안 볼 사람들이라 대화에 굉장히 자유도를 준다. 약간 오프라인 대나무숲 같은 거랄까.
현재 시스템으로 보았을 때, 호스트에 대한 검증은 가능한데 이용자에 대한 검증은 사전에 어려워보인다. 특히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면 플랫폼 책임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어떤 방안을 검토하고 있나
현재 호스트가 사용자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호스트분들은 게스트가 사전에 제출한 설문지를 통해 프로그램 참가자를 뽑는다. 보통 취향을 검증하거나 SNS를 하는 분을 주로 뽑는다. 저희도 안전 차원에서 보험 등을 마련하고자 한다.
게스트의 입장을 주로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호스트입장은 게스트의 입장과 다를 것 같다. 남의집 호스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호스트들은 브랜딩을 목표로 한다. 호스트는 개인 호스트와 상업적으로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호스트로 나뉜다. 전자는 퍼스널 브랜딩이고 후자는 사업에 대한 브랜딩을 목적으로 한다.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의 목적은 단골 유치다. 동네 가게는 하루에 몇천명이 가거나 네이버 픽을 받아도 인원이 수용이 안된다. 이 분들이 바라는 건 가게나 나의 사업에 진정성을 가지고 자주 올 동네 주민, 혹은 단골이다.
단골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사장님이 나랑 친한거다. 그런데 사장님 입장에서는 맥락 없이 오는 손님에게 친해지자는 말을 못한다. 하지만 남의집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다. 한 번 왔던 분들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중에 사장님과 인사를 하고 친구들도 데려오고 한다. 가게를 하는 분들은 그런 목적으로 남의집을 많이 사용한다.
공간이 집에서 가게까지 넓어진 것 같다
저희가 처음에 시작한 건 집이다. 남의집이라는 브랜드이름 때문에 장소가 부각되는데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건 대화를 잘 만들 수 있게 하는거다.
최근에는 소상공인들이 가게의 아이덴티티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분들이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공간을 개방하지 않는다. 게스트들이 장사 목적이라는 걸 알게 되면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왜 가게를 하는지 등과 관련해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나 일룸 같은 기업들도 호스트로 활동한다. 남의집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서다. 올해 4월쯤 삼성전자에서 연락이 와 함께 호스트를 모집했다. 다양한 가전제품을 바탕으로 모임을 열어서 호스트를 공개모집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남의집이 지역마다 저렴하게 만드는 쇼룸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삼성전자가 냉장고를 알리고 싶을 때는 다이닝 모임을, 와인셀러를 홍보하고플 때는 와인 모임 등을 기획했다. 호스트 입장에서는 제품을 무상으로 받게 되고,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남의집 현장을 자연스러운 PPL 공간으로 쓸 수 있다. 제품이 궁금했던 게스트들도 여기 와서 체험해 볼 수있고. 참여자들이 소셜미디어에 포스팅을 많이 하기 때문에 바이럴이 된다.
삼성전자도 디지털프라자에서 호스트를 하려고 한다. 다른 브랜드들도 남의집과 함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해 연락이 오기도 한다.
현재 서비스의 지역적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서울, 경기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최대한 빨리 전국 단위로 확장하려고 한다. 당근마켓과 협업해서 좋은 점은 지역 확장이 굉장히 쉬워졌다는 것이다. 저희는 모임을 위한 호스트도 유치해야 하고 게스트 유치에도 힘을 써야 한다. 그런데 게스트의 경우에는 당근마켓을 통해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이제 공급에만 집중해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추가 투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전국으로 뻗어가고자 한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전국 확장을 우선으로 한다.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도 기획 중이다. 플랫폼에 취향데이터가 쌓이는데, 이게 큰 자산이다. 삼성전자 등 브랜드들이 취향데이터를 원한다. 온라인에서 나오는 목소리 말고 진짜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리얼 라이프’에 대한 데이터 말이다.
많은 프롭테크(부동산+기술)가 부동산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거주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는 없다. 하지만 저희는 호스트를 통해 해당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의 광고 사업 가능성을 보고 있다. 또한 상품 선행 연구를 위해서도 리얼 라이프의 데이터가 가치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남의집을 일종의 팝업스토어로 보고 있다. 대개 팝업스토어는 임대료, 인건비 등 비용이 많이 들지만 남의집은 이미 공간이 마련되어있고 누군가의 취향으로 꾸며져있다. 이끄는 호스트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품만 잘 전달하고 안내사항만 전달하면 된다. 또한 동시에 수십개, 수백개도 열 수 있다. 팝업스토어는 대개 서울에만 있지만 남의집을 통하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상품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광고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지금은 한 건 한 건 사람이 직접 제휴하는 방식이지만 플랫폼화할 수 있다. 저희 호스트와 호스트 관련된 정보를 담은 공간이 있다면 새로운 연결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가 생각하는 오프라인의 매력은 무엇일까
오프라인보다는 공간의 매력으로 생각한다. 대화의 안정감과 서비스 경험적인 측면에서 호스트의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콘텐츠로 소비된다. 남의집은 누군가의 공간으로 초대 받아 환대를 받기 때문에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