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통장을 재발급받기 위해 은행에 갔다. 영업점에서 대기표를 받고 기다린 것은 오랜만이었다. 요즘 웬만한 은행 업무는 모바일로 보니 영업점에 들를 일이 없었다. 은행 대기석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자세히 둘러보니 주로 중장년층이었다.

창구 직원들은 밀려드는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바빠 보였다. 고객들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라 금융거래에 필요한 디지털 기기 사용을 돕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창구 직원은 태블릿PC 사용에 서툰 할아버지를 도왔다. 요즘 은행의 페이퍼리스(Paperless, 종이없는) 전략으로 영업점은 종이 대신 태블릿PC를 쓰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 가입 시 약관 서류를 활용했다면, 지금은 주로 태블릿PC를 사용한다.

직원은 할아버지에게 “빨간 칸에 서명을 해달라”라고 말을 했지만, 할아버지는 “빨간색 칸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직원은 몸을 일으켜 태블릿PC에 손을 가리키며 할아버지에게 안내를 했다. 할아버지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금융거래를 했다.

창구에 태블릿PC가 놓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금융권은 디지털전환(DT) 고도화에 한창이다. 모바일 뱅킹에서 할 수 있는 금융업무 종류를 늘리고 사용자경험(UX)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업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로보틱처리자동화(RPA),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도입하며 업무 자동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영업점에 가상인간이 등장했다. 일부 영업점 한켠에는 가상인간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아직까진 금융상품과 서비스 안내, 기본 금융거래 수행 등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지만 은행들은 점차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다. 또 직원들을 대신해 디지털데스크, 디지털 키오스크를 배치한 영업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대면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은행은 앞으로 더 많은 금융업무를 가상인간과 디지털 기기에게 맡길 계획이다.

이는 비단 금융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식업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소규모 식당 등 많은 곳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가게 주인, 직원들은 인건비를 아끼고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동시에 비대면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편리함이 누군가에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일 수 있다. 바로 디지털 취약계층이다. 간혹 키오스크를 접하고 당혹스러워하는 어르신들을 본 적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다행이지만, 주문을 포기하고 매장 밖으로 나가는 분들도 봤다. 아직까지 디지털 취약계층에겐 키오스크 사용에 대한 당혹감과 거부감이 크다.

이런 상황은 은행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할아버지가 태블릿PC 사용을 어려워해서 직원이 도움을 준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디지털전환이 어렵고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영업점을 자주 찾는 계층이 디지털 취약계층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실제로 노년층의 영업점 방문 비율은 높은 편이다. 올 3월 통계청개발원이 내놓은 ‘KOSTAT 통계플러스 2022년 봄호’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방문거래(57%→89%), 방문 횟수(5.5회→6.2회), 대기시간(20분→32분)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신한은행 고객 대상 온오프라인 금융거래 이용현황에 따르면, 금융거래 시 온라인만 이용하는 노년층은 8%, 방문거래만 하는 노년층은 70%로 조사됐다.

(표=삼정KPNG 경제연구원)


이런 가운데 영업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디지털 취약계층의 불편함은 더 커질 수 있다. 시중은행 점포 수는 최근 4년간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점포 수는 지난 2015년 12월 6185개에서 지난 2019년 6월 5686개로 감소했다. 날이 갈수록 은행 영업점 수는 줄어들고 디지털 전환은 더 빨라지고 있다.

물론, 디지털 전환은 어느 산업에서든 필요하다.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디지털 취약계층을 배려한 방안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거래는 인간의 필수 경제활동인 만큼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방안도 디지털전환만큼 금융권이 깊고 진중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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