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배터리] 이제 막 시작인 폐배터리에 증권가가 호의적인 이유

[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IPO 시장에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업들에 증권가에서도 호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죠.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아직 배터리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공장 증설을 단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시기상조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5년이 되면 배터리에 탑재되는 리튬 수요의 16%가 폐배터리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2025년 이후가 되면 점차 폐배터리가 발생한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고요.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계속 확장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폐배터리도 다수 발생하고, 이는 곧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성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죠. 이번 인사이드 배터리에서는 폐배터리 시장이 주목을 받는 이유와 국내 관련 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왜 중요한데?

모든 배터리는 충⋅방전 과정을 거치면서 성능이 하락합니다. 이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도 마찬가지인데요, 통상 1000회 이상 충⋅방전을 하면 초기 용량에 비해 80% 정도의 성능밖에 내지 못하게 됩니다. 배터리 성능이 80% 이하로 감소하면 주행거리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추후 안전성 등에도 문제가 생길 수있습니다. 따라서 탑재한 차량의 배터리 성능이 80% 이하로 하락하면, 새 배터리로 교체해 줘야 합니다.

이 때 발생한 배터리를 ‘폐배터리’라고 합니다. 더 이상 차량이나 제품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배터리를 전량 폐기처분할 수도 없습니다. 친환경을 위해 사용한 배터리인데, 또 다시 환경오염으로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폐배터리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배터리 순환은 크게 ▲폐배터리 재사용 ▲폐배터리 재활용,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폐배터리 재사용은 성능이 80% 아래로 하락한 배터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에 해당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ESS는 자동차나 디바이스처럼 작은 공간에 배터리를 배치해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따라서 ESS는 성능이 하락한 배터리를다수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죠.

폐배터리 재활용은 성능이 하락한 배터리를 셀 단위에서 분해해 금속을 추출하고, 이를 다시 재활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다양한 금속 물질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분해해 금속을 추출하고, 다시 새로운 배터리를 만드는 데 추출한 금속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그 중에서도 재활용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추후 생산하는 배터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배터리 기업은 원료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합니다. 사실상 중국이 배터리 원재료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배터리 생산량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 여파로 원재료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원재료 가격도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습니다.

증권가에 따르면, 배터리에 필요한 금속 구매비를 10% 가량 절감하면 양극재 원가를 8% 절감할 수 있고, 배터리 원가는 2% 낮출 수 있습니다. 2%라는 숫자가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전기차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꽤 높은 수치죠. 따라서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배터리수주 가격을 2%라도 절감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국내에서 활발해진다면,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이 이득을 보게 됩니다. 배터리 원재료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원재료를 수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재활용을 하게 되면 리튬뿐만 아니라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의 원재료도 함께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재활용을 국내 배터리 기업은 하이니켈 배터리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은 주로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납품하고 있다”면서 “회수, 운송비용 등 원재료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감안하면, 하이니켈 배터리를 중심으로 생산하는 국내 기업의 원가 개선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활성화하면 국내 기업이 이득을 보게 되는 셈이죠.

(자료: 성일하이텍)

성일하이텍⋅새빗켐 IPO ‘긍정적’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부터 활성화된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3%씩 성장하고, 2030년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574억달러(약 68조원)가량 될 전망입니다. 블룸버그에서는2030년에 접어들었을 때 폐배터리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아직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열리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시장 확대 기반 다지기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8일에는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성일하이텍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합니다. 또 다른 이차전지 재활용업체 새빗켐도 다음 달 4일에 코스닥 상장 예정이고요.

우선 두 기업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볼까요. 먼저 성일하이텍은 전기차, 휴대폰, 노트북 등에 탑재되는 이차전지로부터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기업으로, 2000년에 설립됐습니다. 코발트, 니켈, 망간, 리튬 등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의 원료를 판매하고 있죠. 성일하이텍은 “현재 국내에서 자사만큼 규모를 갖추면서 사업 상용화에 성공한 회사는 없다”면서 “의미 있는 실적을 내는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국내 폐배터리 원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설명했습니다.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적잖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새빗켐은 ‘동양케미스트리’라는 이름의 기업을 전신으로 하는 리사이클 업체입니다. 처음에는 폐수처리 약품 사업으로 성장했으며, 현재는 폐배터리재활용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북 김천시에 제3공장을 증설하고 있는데요, 해당 공장은 2024년 완공 예정입니다. 이번에 IPO를 진행하는 이유도생산라인 증설과 생산역량을 확대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음에도, 여론을 살펴보면 두 업체의 IPO에 대해 대중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입니다. 성일하이텍은 지난 18~19일, 양일간 일반 청약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경쟁률은 1207.1대1를 기록했고, 청약 증거금은 20조1431억원이 모였습니다. 여기에 전략적 투자사로 참여한 삼성SDI의 지분가치도 늘어나게 됐고요.

새빗켐은 아직 청약을 진행한 상황은 아닙니다만, 증권가에서는 새빗켐도 이번 IPO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새빗켐이 호실적을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빗켐은 2021년에 매출 333억8866만원, 영업이익 55억4003만원을 달성했습니다. 2020년에는 매출 209억6701만원, 영업이익26억1228만원을 기록했는데요, 이 때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9.2%, 112% 가량 성장했죠. 여기에 추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호황이 온다는 전망이업계에 있기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흘러가면서, 일각에서는 그간 침체됐던 주식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현재 시장이 확장하고 있는 산업부문의 기업이 IPO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데, 대중도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한 것이죠. 따라서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연이은 IPO가 추후 주식시장을 다시 활성화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과 관련 기업의 행보가 어떨지, 함께 주목해 보자구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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