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n] 은행이 만든 뱅크사인, 실패 딛고 DID로 재탄생

약 4년 전 은행권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통합 인증 플랫폼 뱅크사인은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은행권은 뱅크사인이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 선두업체와의 경쟁, 사용성의 한계 등으로 결국 금융결제원(금결원)으로 이관됐다.

뱅크사인은 지난 2018년 16개 은행과 은행연합회가 만든 공동 인증 서비스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해 은행권이 합심해 만든 야심작이다. 뱅크사인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이뤄져있어, 당시 은행권은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강조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야심찬 포부에도 뱅크사인은 사용자들에게 외면 받았다. 실제로 서비스를 선보인 지난 2018년 가입자 수는 11만6000명에 그쳤다. 이후 2019년 27만3000명, 2020년 33만9000명으로 소폭 늘긴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인증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동통신3사의 패스(PASS)의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는 점을 비교하면 뱅크사인의 사용률은 훨씬 저조하다.

뱅크사인의 가장 큰 흥행실패 원인은 사용성이다. 뱅크사인은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설치해야 회원가입부터 서비스 사용할 수 있다. 사용범위는 은행권에 제한되어 사실상 서비스를 사용할 일이 많이 없다. 여기에 잦은 오류도 흥행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지난 2020년 12월 전자서명법 개정안 시행으로,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폐지되면서 간편인증 서비스의 종류가 많아졌다. 패스 외에도 카카오페이, 네이버 등 핀테크 기업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들은 뱅크사인과 달리 발급절차가 간단하고 사용법이 간편한 점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치열한 경쟁에 밀리자, 은행권은 뱅크사인의 홍보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2021년 은행권은 뱅크사인을 금융결제원(금결원)으로 이관했다. 이후 은행권은 개별 인증서 서비스를 위해 전자서명인증사업자에 뛰어들었고, 뱅크사인은 완전히 금결원으로 넘어갔다.

금결원은 뱅크사인을 단순히 인증수단이 아닌 신원증명 플랫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즉, 기존에는 뱅크사인을 통해 본인인증만 가능했다면, 앞으로는 디지털 지갑처럼 신분증이나 명함을 보관하는 신원증명 플랫폼으로 확대한다는 이야기다.

금결원은 뱅크사인 서비스가 종료되는 9월 16일부터 뱅크아이디로 통합 운영한다. 달라지는 점은 참여기관을 은행에서 서민금융기관, 금융투자회사, 보험회사, 카드사 등으로 확대한 것이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분산신원인증(DID) 기술을 활용한 군인자격증명 서비스다. 은행이나 공공기관 등에 본인이 군인임을 증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병내일준비적금 가입 시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뱅크사인을 통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아울러, 금결원은 기업간정부(B2G) 사업 일환으로 은행의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도 한다. 현재 은행 등에서 모바일신분증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때 금결원은 뱅크사인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해 모바일신분증 검증을 한다. 이로써 금결원은 뱅크사인을 통해 사용자와 은행에게 각각 서비스를 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하게 된다.

금결원 관계자는 “뱅크사인 관련해 내부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범위를 넓히자는 요구가 많았다”며 “그 결과 인증서뿐만 아니라 디지털증명서 서비스를 계획했으며, 여기에 은행의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를 하게 되면서 투트랙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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