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재밌니?] 봄날의 햇살 같은 우 to the 영 to the 우
대체로 무해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귀여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를 요약하자면, 아마 이 두 가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영우는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몰랐던 ENA라는 채널을 단숨에 시청자들에게 알렸습니다. ENA는 KT 그룹의 계열사 스카이티비(skyTV)가 운영하는 채널인데요, 우영우 인기에 KT의 주가까지 선방하고 있다고 합니다. 키노라이츠라는 콘텐츠 랭킹 사이트에서 18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회) 0.9%로 시작한 이상한변호사 우영우의 시청률 그래프는 꾸준히 우상향하며 최신화인 6화에서는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ENA 드라마가 시청률 10%라니. 진짜 세상이 바뀌고 있네요. 콘텐츠만 잘 만들면 이제 진짜 방송사 라벨 떼고도 붙어볼 수 있게 됐는데요.
여기에는 아무래도 넷플릭스의 힘도 있겠죠. 우영우는 넷플릭스 한국은 물론이고, 비영어권 드라마에서도 시청률 1위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넷플릭스에서 띵작을 확인한 시청자들이 본방사수를 위해서 ENA로 달려간 것이 시청률 10%라는 기록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한 번 OTT라는 플랫폼의 대단함을 느낍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1위라니, ‘우 투 더 영 투 더 우(우 to the 영 to the 우)’의 귀여움이 한국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도 실감합니다.
시청률에 놀라서 시작이 길었네요.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인기가 많은 것은 뭐 이제 두말할 필요가 없겠고요. 이런 내용을 쓰는 것조차 다소 늦은감까지 느껴지네요. 앞서 언급한 우영우의 두 가지 인기 이유. 저도 동감합니다. 저도 우영우라는 캐릭터에 홀딱 반해서, 여섯개 에피소드를 내리 달렸습니다. 박은빈이라는 배우가 우영우라는 인물을 찰떡같이 소화하고 있고,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악역도 없어서 사람들의 마음에 몽글몽글한 무언가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간간히 등장하는 이 드라마의 또다른 주인공, 향유고래도 어딘가 벅찬 감정을 끌어올립니다. 올해 최고의 힐링 드라마가 되리라 꼽는데 주저함이 없게 되죠.
그렇지만, 저는 우영우를 설명하는 데 이 ‘무해함’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 문득 제가 어떤 것을 무해하다고 느끼는가를 생각해봤거든요. 대체로 나를 위협하지 않거나, 혹은 위협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 무해하다고 보더라고요.
감정적으로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무해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큼 순수하고 착하다, 남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좋은 뜻을 반영한 것이지만, 또 반대로는 은연 중에 우영우를 남을 해치지 못해야 하는(또는 그럴 능력이 없는) 캐릭터라고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런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무해한 캐릭터는, 생존을 위해서는 남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남들을 실망시키면 안 될 것만 같습니다. 무해함에 가두지 않고 우영우가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이 드라마와 시청자를 위해서도 더 낫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우영우라는 인물의 귀여움에 반해서 드라마에 입문했는데, 보다보니까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여기저기 꽤 많습니다. 이 드라마가 다루는 소재들과 또 인물의 입체적인 면들이 그렇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작가와 제작진, 배우들이 시청자가 갖고 있는 편견을 건드리고, 이를 거부감 없이 깨트리려고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데요.
우선 우영우 변호사가 맡게 되는 사건들이 그렇죠. 스포가 될까봐 자세히는 말하지 않겠지만요, 성소수자나 탈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또 이 인물들에 기대하는 어떠한 전형성을 깨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심지어는 우영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자폐 스펙트럼인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가 우영우로부터 갖게 되는 자폐에 대한 또다른 편견을 스스로 깨게 해주기도 합니다.
문득 학교 다닐 때가 기억 나는데요. ‘하리수’가 정말 핫이슈였던 때였습니다. 한 과목에서 제 발표 주제가 트랜스젠더였는데, 당시에 선생님이 그저 인터넷 자료 정리로 해결한 발표가 뭐가 재미있겠느냐고 했거든요.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이태원 트랜스젠더 바에 가봤고, 인터뷰를 해주지 않아서 그냥 거기서 밤새 같이 놀다가 새벽에 영업장 문닫을 때 같이 청소를 했습니다. 동틀무렵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그때 만났던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리수가 등장하고 나서 사람들이 트랜스젠더를 알게 됐고, 그래서 없던 존재에서 있는 존재가 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제는 트랜스젠더는 모두 예쁘다고 생각하게 됐고, 예쁘지 않은 트랜스젠더는 때로 더 차별받게 되는 것 같다”고요. 아마도 우영우라는 존재가 자폐 스펙트럼에서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제작진은 봤을 수 있겠죠. 그래서인지 자폐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드라마에서 계속 정확하게 알려주려고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우영우를 둘러싼 인물들도 대체로 선한데 입체적이라는 점도 드라마의 매력입니다. 등장할 때 악역일 것만 같은데 보다보면 귀엽고 착하죠. 심지어 “출생의 비밀” 같은 악역의 클리셰가 암시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크게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이 역시 알고보면 여기에도 전형성을 비트는 캐릭터 안배가 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음, 아니라면, 그래도 뭐 할 수 없지만요. ㅎㅎ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컨퍼런스 안내]
◈ 2025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 생존을 넘어 성장으로
일시 : 2025년 2월 18일 오후 12:30~17:30
장소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ST Center (과학기술컨벤션센터) 지하 1층 대회의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