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반도체 관련 소식을 많이 접한 사람은, 파운드리라는 이름을 수없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대신 만들어주는 위탁 생산공장을 말하죠. 기술의 발전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는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이 파운드리 업계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패키징 공정입니다. 파운드리에서 갓 생산한 반도체는 바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전기적으로 연결이 돼 있지도 않고, 수분이나 먼지 등을 막아줄 포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파운드리는 패키징 공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패키징 공정이란 반도체가 전기적으로 신호가 통하고 작동할 수 있도록 기판에 부착해 하나의 세트로 묶어주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패키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는지에 따라 반도체의 성능이 달라지기도 하죠. 따라서 반도체 제조업체는 모두 패키징 부문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이드반도체에서는 주요 파운드리 기업이 첨단 패키징 부문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각 기업 상황은 어떤지 하나씩 알아보고자 합니다.

가장 적극적인 인텔

첨단 패키징 사업 부문에 투자를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두 기업을 꼽으면 인텔과 TSMC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세계 첨단 패키징 설비 투자규모는 150억달러(약 19조원) 가량 되는데요, 이 중 인텔과 TSMC가 차지하는 투자 비중이 60%에 달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투자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기업은 인텔입니다. 인텔은 올해 첨단 패키징 설비에만 47억5000만달러(약 6조원)를 투자할 계획인데요, 세계 첨단 패키징 설비 투자금액의 32% 정도 되는 규모입니다. 지난 해에는 35억달러(약 4조5675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반도체 기업 중 첨단패키징 설비투자 규모 1위를 달리고 있죠.

원론적으로 인텔이 패키징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이유는 제조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고, 작년 3월에는 새롭게 제조 역량을 강화한다는 ‘IDM 2.0’을 선언하기도 했거든요. 전반적인 반도체 성능을 높이고자 패키징 부문에투자를 단행하는 겁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인텔이 패키징 기술을 더욱 강화하는 목적은 다른 부품과 자사 반도체를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강화해 전반적인 칩의 성능 개선을 꾀하는 것입니다. 최근 인텔은 여러 회사에서 만들어진 칩렛(Chiplet, 특정 기능을 가진 최소 단위의 칩)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이기종 아키텍처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내년에 14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메테오레이크(Meteolake)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CPU에는 GPU를 비롯한 이기종 부품을 탑재할 수 있는아키텍처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지난 3월에는 인텔이 칩렛 규격을 표준화하는 UCIe 컨소시엄을 구성해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포부를 전했죠. 이처럼 인텔은현재 여러 회사에서 만들어진 부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패키징 역량 강화 전략도 그 일환이고요.

인텔 관계자는 “인텔은 아키텍처 설계도 담당하는 업체로서 IO 관련 기술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강점을 토대로 패키징 사업 확대에 나서는 중”이라며“반도체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여러 업체에서 만든 반도체를 조합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 같은 이유로 패키징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텔은 그렇다 쳐도… TSMC ?

인텔 다음으로 패키징 부문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은 TSMC입니다. 욜디벨롭먼트의 통계에 따르면, TSMC는 올 한해동안 패키징 설비 부문에 40억달러(약 5조2180억원)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세계 투자 규모에서 27%를 차지하죠. 작년에 30억5000만달러(약 4조원)를 투자했던 것에 비해 투자 비용도 상승했습니다.

TSMC가 패키징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성능 좋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함입니다. 성능 좋은 반도체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획기적인 반도체 설계 구조를 적용하거나, 생산 시 미세 공정을 적용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반도체 소자(트랜지스터)를 올리거나, 마지막에 만들어진 반도체를 효과적으로 패키징하는 방법이 이에 해당합니다.

TSMC는 인텔과 달리 오로지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위탁생산만 하는 파운드리 기업입니다. 성능 좋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임의로 설계에 변화를 주거나, 특정 기능을 추가할 수 없죠. 이 말은 곧 TSMC가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변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은 미세 공정과 패키징 공정, 두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생태계를 가장 잘 갖추고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운드리 전문 업체이다 보니 IDM 기업에 비해 협력사와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태계를 갖추는 데 더 유리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파운드리 업력도 가장 길죠. 파운드리 시장에서 오랜 기간입지를 다져온 TSMC는 후공정 처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반도체 제조 에코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춰 나갔습니다.

TSMC는 현재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hip on Wafer on Substrate, CoWoS)’라는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프로세서와 고대역폭 메모리 등 여러 칩을 동일한 기판 위에 패키징하는 기술입니다. TSMC는 해당 기술을 2012년에 처음 선보인 이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TSMC는 2개의 애플 M1맥스 칩을 고급 패키징 기술에 속하는 CoWoS-S 공정을 사용해 패키징했죠.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애플 M1 울트라 프로세서입니다.

이처럼 TSMC는 독자적 패키징 기술을 개발해 나가며 얇으면서도 경쟁사에 비해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이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출처: 삼성전자)

삼성, 핵심은 규모보다 ‘전략’

그렇다면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는 어떨까요. 물론 삼성전자도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패키징 부문에 대한 투자를 안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기업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패키징 설비 부문에 16억5000만달러(약 2조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 패키징 설비 투자 비용 중 11%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겁니다. 지난 해 삼성전자는 패키징 설비 부문에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했는데요, 이에 비해 올해에는 투자 규모가 소폭 하락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패키징 사업을 위한 TF팀을 구성했다고 하기는 합니다만, 그 규모가 매우 작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F팀을 구성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내에서는 매번 TF팀이 생겼다 사라지곤 한다”면서 “이번에 생긴 TF팀은 매우 작은 규모의 TF팀으로, 크게 의미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후공정 처리를 비롯한 생태계가 비교적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경쟁사 TSMC에 비해 업력이 짧았던 데다가,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을 기반으로 시작한 반도체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만 보면 앞선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후공정 처리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해야할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패키징 설비 부문에 비교적 적은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패키징 하나에만 전폭적인 투자를 하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DS부문에서는 메모리 사업부터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등 여러 사업을 다방면으로 영위하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부문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경기가 침체되고 있는데, 시장 내 거시경제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고려할 사항이 많은 상황이죠.

앞서 언급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설비 투자를 하려면 보통 관련 지자체와 협의 과정을 진행하는 등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여기에 시장 내 반도체 관련수요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데, 무작정 많은 금액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한 후 투자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전반의 흐름을 살피며 반도체 사업 전반의 균형을 맞춘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패키징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패키징 기술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죠.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I-큐브, H-큐브 등고대역폭메모리(HBM)과 복수의 처리장치를 패키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그간 패키지개발(TSP) 총괄에서 운영해 오던 테스트 앤 패키지(TP) 센터도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로 이관했는데요, 이는 패키징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투자를 당연히 지속해야 한다”면서 “회사가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투자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상황에 맞춰 관련 투자를 진행할 것”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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