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본 뜬 메타버스, 범죄도 본 뜬다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 환경이 증가함에 따라 IT,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의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점 찍기 시작했다. 미국 종합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2024년 923조원, 2030년 1800조원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가 연간 20조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메타버스는 기대되는 신미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발전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특히 제2의 세계를 표방하는 메타버스의 경우, 현실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이 만연되기 최적화된 공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 보호에 대한 우려가 있다. 지난 4월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11명의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만든 30대 남성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닐슨코리아 조사에따르면 제페토의 이용자는 7~12살이 50.4%, 13~18살이 20.6%를 차지한다. 전체 이용자 10명 가운데 7명이 아동∙청소년인 셈이다.

그러나 메타버스 안에서 범죄가 일어날 경우, 법이 이를 확실히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송혜진, 남완우 교수는 올해 3월 발간한 ‘메타버스 내 범죄발생 유형과 확장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가상현실 안에서 범죄 발생 시 과연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범죄의 확장성 때문”이다. 보고서는 메타버스에서 이뤄지는 범죄 유형은 메타버스 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영역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한다. 가상 공간에서의 활동이 현실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현실

물론, 아무런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검찰청이 발표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성폭력 범죄와 형사법적 규제’라는 연구 논문에 따르면 메타버스 내 성범죄는 ▲청소년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성폭력처벌법을 통해서 처벌 가능하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메타버스 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아바타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촬영했을 경우 (청소년 보호법) ▲19세 이상의 사람이 메타버스 플랫폼 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적 착취의 목적으로 한 대화를 반복하는 행위의 경우(정보통신망법) ▲메타버스 내에서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적용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다. 첫째로, 아동∙청소년 아바타와의 성행위를 ’실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공연히 전시하는 행위로 볼 수있는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는 점, 둘째 아바타를 통한 성행위의 표현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하는데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아울러 ▲아바타에 대한 강간 혹은 강제 추행 ▲아바타의 공연 음란 ▲아바타 스토킹 사례의 경우에는 현행법으로도 규율이 어려운 상황이다.

출처: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그런 와중, 온라인 내 성폭력 비율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의 ‘2021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2020년 적발된 디지털성범죄 사범은 1만6866명으로, 1년전 1만4380만명보다 약 17% 증가했다. 메타버스에서 이뤄지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직도 구체화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현재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보다 더 중대할 정도로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 나아가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행위까지도 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미래 메타버스에서는 실제 현실에서와 같은 접촉을 느끼는 것보다 중대한 정도의 성적 자유의 침해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는 단순 시청각적인 효과에 의한 성적 자유 침해에 불과하지만, 미래에서는 물리적 접촉을 통해 더욱 그 침해가 심화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메타버스 성범죄와 관련해 관련 윤리체계 정립도 주요하지만, 법 제도에 의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다. 치안정책연구소는 ”(메타버스 내) 성적 자유 침해라는 결과와 이를 야기하는 행위들은 존재하나 이들 중 일부는 법적으로 범죄로 정하여 처벌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하루 빨리 메타버스 상 관련 주체들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행위의 기준,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법제도 마련을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정계에서는 최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 29일 여성가족부는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에 대해 발표하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범위를 메타버스까지 포함했다. 메타버스 내 아바타 성범죄 등과 관련해 법제 정비 방안을 연구하고, 메타버스 윤리 원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이기순 차관은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청소년 미디어 환경 조성하겠다”며 “메타버스 내 아바타 성범죄 등 윤리적∙불법적 행위 대응을 위한 법제 정비 방안을 연구하고, 참여자 자율규범의 메타버스 윤리원칙 수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이기순 차관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캡처)

지난달 14일에는 디지털 아바타 및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성적 행위 및 괴롭힘을 제재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게임∙메타버스 등 디지털플랫폼 상에서 벌어지는 성적 가해행위를 제재하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4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메타버스 등에서 이뤄지는 성적 인격권 침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아바타 캐릭터에도 상대방에게 성적 언동을 했을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현영 의원 측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 공간에서 벌어지는 성적 괴롭힘은 개인의 인격을 표상하는 캐릭터 등을 대상으로 하는 등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으나, 현행법상의 제재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성범죄의 경우 수사당국이 압수영장을 발부받기 전까지 증거물을 압수하기 어렵고, 압수영장을 발부 받는 동안 피해 영상물은 광범위하게 유포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에는,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표하며 가상세계에서 성적 행위를 한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겠다고 법을 발의한 바 있다. 2월에는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전문위원회가 ‘신종 플랫폼 공간 성범죄 방지’ 관련 권고안을 발표하며, 성폭력처벌법에 ‘성적 인격권 침해’ 범죄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아직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만큼 누더기 법안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현실과 사이버 상에서의 경중의 문제, 징벌 강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뿐만 아니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강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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