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온⋅SKT에 협력 강화로 맞불 놓는 KT
KT가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전략적 협력을 통해 AI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6일 밝혔다.
KT는 2021년에도 AI클라우드 서비스 강화를 위해 AI솔루션 제공업체 ‘모레’와 차세대 플래시 스토리지 디바이스 설계업체 ‘파두’와 손을 잡았다. 자체 갖추고 있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술력과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여기에 KT는 리벨리온과도 손을 잡으면서 AI반도체를 위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인프라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처럼 KT는 AI서비스 강화를 위해 타 기업과 협업 체제를 구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경쟁사 SKT가 AI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을 분사해 사업을 영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SKT는 작년 12월 24일 AI반도체 설계 사업부를 ‘사피온’이라는 이름으로 분사했다. 당시 SKT 측은 분사 이유에 대해 “단순 실증을 넘어 사업적 측면으로 접근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며 “단순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SKT와 KT의 행보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SKT는 SK하이닉스라는 메모리 회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사피온이 SK하이닉스를 통해 AI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사는 AI반도체 개발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반도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KT는 클라우드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KT는 2011년부터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통신3사 중 처음으로 해당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KT가 클라우드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KT의 AI 전략도 클라우드 사업과 분리할 수는 없는 셈이다.
KT 관계자는 “회사의 AI 전략은 클라우드 기반에 NPU를 올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강점을 갖는 것”이라며 “추후 클라우드 기반의 AI, 자율주행 등 여러 B2B⋅B2C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KT에게는 자체 반도체 기술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NPU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KT는 NPU를 중점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업과 협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고, 국내 스타트업과 협력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KT가 선택한 기업은 리벨리온이다. 리벨리온은 인텔,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X, 월가 모건스탠리를 거친 박성현 대표가 설립한 AI반도체 스타트업이다. IBM 왓슨연구소, 국내 의료AI 스타트업 루닛 출신 등의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리벨리온은 AI 맨파워를 기반으로 AI반도체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시리즈A 라운드에서 6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를 기반으로 시작한 AI반도체 기업과 처음부터 NPU 설계를 기반으로 해서 시작한 AI반도체 스타트업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NPU 부문에서는 리벨리온의 기술이 압도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리벨리온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여러 부문에 도전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그는 “KT는 다른 통신업체에 비해 데이터센터 사업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리벨리온에게도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KT는 모레, 파두와 같은 기업과도 협업하고 있는데, 이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올해 3분기에 클라우드 서버용 칩 테이프아웃(Tape-out, 제품 설계를 마친 후 파운드리 회사로 설계도를 전달하는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KT에 자사 NPU를 탑재하면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AI 반도체가 차세대 먹거리로 거론되는 만큼, 국내 AI반도체 분야 선두주자인 리벨리온과의 협업을 통해 엔비디아와 퀄컴과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길 기대한다”며 “투자 환경은 어려워지고 있지만 KT는 지속해서 우수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