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겨울 예고, 국내 반도체 괜찮을까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이른바 ‘메모리 겨울’이 온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PC,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든 데다가 서버 수요 또한 거시경제(매크로) 영향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은 상황을 주시해 시장에 대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평균 목표주가를 8만5977원에서 8만3595원으로 낮췄다. 주가도 5만7000원에서 5만6200원으로 하락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7만원대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가는 2분기 실적도 컨센서스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30일(현지시각)에는 메모리 시장점유율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이크론도 올해 회계연도 4분기(6~8월)에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각각 17%, 37% 감소한다고 예측했다. 수요가 부족해 재고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메모리 시장이 얼어붙는다는 이야기는 지난 해 8월에도 한 차례 나왔다. 당시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는 보고서를 냈는데, 핵심은 메모리 공급 과잉이 일어나 D램을 비롯한 칩 가격이 하락하고 시장이 얼어붙는다는 내용이었다.

예상과 달리 지난 1분기 주요 메모리 업체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D램 가격 하락세가 생각보다 완만했던 데다가 서버 부문에서 메모리 수요가 견조세를 보여 메모리 기업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왔지만, 관련 기업은 각자의 페이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작년 8월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제기된 메모리 불황설은 주요 기업 사이에서 메모리 공급 과잉이 일어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지만, 이번에는 전반적인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기 때문에 그 때와 다르다”며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 맞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공식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시장 내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수요 변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며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면밀히 주시하며 적절히 대응하고,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자 전략을 취해 실적 개선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1분기에서 2분기로 넘어가면서 시장 전반에 다양한 외생변수가 지속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으나, 상반기 대비 수요가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각 메모리 기업은 PC, 모바일 등 컨수머용 제품보다 서버 부문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컨수머 부문은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서버⋅데이터센터 부문은 세계적으로 AI, 클라우드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분기에는 주요 메모리 기업이 서버 시장 확대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서버 부문 수요도 예상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경기침체로 북미 지역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계획했던 주요 기업이 투자를 고민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이하 연준)에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를 대폭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단행하면서 주요 기업 투자가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말 LG에너지솔루션은 거시경제 위험요소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고려해 투자 규모나 금액, 시점 등을 재조명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부문 또한 같은 이유로 투자를 고민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메모리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영향을 입을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국내 주요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경기 침체 때문에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 증가 시점이 미뤄질 수는 있으나, 영원히 오지 않을 수는 없다”며 “서버나 데이터센터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실적을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며 “세계 경제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대응’에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