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반도체]이름도 어려운 FC-BGA, 반도체 기판 시장 좌우한다?

[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삼성전기가 FC-BGA 기판에 총 1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LG이노텍이 차세대 플립칩 BGA 사업을 본격화한다”

언젠가부터 주요 반도체 기판 생산업체가 FC-BGA(Flip Chip-Ball Grid Array) 사업을 확대한다는 이야기가 부쩍 자주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판 중 하나인데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이 기판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모양입니다.

FC-BGA, 이름만 보면 참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디바이스에 어떤 기판이 들어가는지, FC-BGA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FC-BGA가 무엇인지, 시장 현황과 전망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어려운 알파벳이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만, 한 번 차근차근 알아가 보도록 합시다.

FC-BGA가 뭐야?

FC-BGA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상위 개념인 인쇄회로기판(Printed Circuit Board, PCB)부터 하나씩 세부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PCB는 전자 회로를 구성하는 기판을 통칭합니다.

PCB는 크게 연성PCB와 경성PCB로 나뉩니다. 연성PCB는 말 그대로 얇고 유연한 기판을 말합니다. 하나의 부품을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주로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 사용됩니다.

경성PCB는 연성PCB와 반대로 단단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인보드와 패키징 기판이 경성PCB에 해당합니다. 이 중에서 메인보드는 익숙한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메인보드는 디바이스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한 주요 회로가 내장된 보드를 말합니다. 여기에 CPU, D램과 같은 부품을 장착하죠.

메인보드와 부품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패키징(Packaging)이라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패키징이란 칩을 쌓거나 기능에 맞게 기판에 부착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부품을 메인보드 위에 연결하기 위해 가장자리를 금속선으로 묶어 주는 방식으로 연결했습니다. 이를 와이어 본딩(Wire Bonding)이라고 합니다.

와이어 본딩 방식은 가장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부품 가장자리로 금속선이 튀어나와 공간 효율성이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더 많은 부품을 배치해야 성능을 높일 수 있는데, 그런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죠. 게다가 디바이스 성능이 고도화되고 회로가 복잡해지면서 와이어 본딩 방식을 지속해서 사용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와이어 본딩 방식의 대안으로 플립칩(Flip Chip)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플립칩이란 기판 위에 전극패턴, 혹은 전기를 연결해줄 금속 볼(Solder Ball)을 만들어줘 기판에 칩을 올릴 때 전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패키징 방식을 말합니다. 금속선 없이 전기적으로 부착됐기 때문에 공간 효율적입니다. 패키징 기판은 이 플립칩 기술을 구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패키징 기판도 크기에 따라 종류가 두 가지로 나뉩니다. FC-CSP(Flip Chip-Chip Scale Package)와 오늘의 주인공 FC-BGA가 이에 해당하는데요, 두 기판은 같은 역할을 하지만 크기와 용도 측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FC-CSP는 기판의 크기와 부품의 크기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 사용합니다. 주로 모바일 IT 기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 AP)에 사용됩니다.

FC-BGA는 칩보다 기판의 크기가 더 클 경우에 사용합니다.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뇌 역할을 하는 코어 수가 많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해야 하는데요, 코어가 증가하면 반도체 기판 크기도 커집니다. 따라서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FC-BGA를 필수로 사용해야 합니다.

FC-BGA 수요가 최근 지속해서 증가하는 핵심적인 이유도 IoT,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첨단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고성능 반도체를 찾는 곳이 늘어나면서 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FC-BGA 수요도 함께 늘어난 것이죠. 이 같은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FC-BGA가 미래 성장동력”

그런데 PCB 생산업체 중에서도 FC-BGA 부문에 손을 뻗은 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본 PCB업체 이비덴(Ibiden)과 신코전기(Shinko) 대만 PCB 제조사 유니마이크론과 난야, 국내 기업 삼성전기와 대덕전자 등 10개 남짓입니다. 국내 기업 LG이노텍은 올해 2월 22일 FC-BGA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고, 현재 2024년 4월 양산을 목표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요.

FC-BGA를 생산하는 기업이 적은 이유는 그만큼 해당 기술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층간 규격은 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야 하고, 기판은 넓고 얇게 제조해야 합니다. 기판이 넓고 얇아지면 그만큼 수율(생산 과정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겠죠.

따라서 FC-BGA 부문은 업계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버용 FC-BGA는 더욱 생산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FC-BGA보다 더 넓은 면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대면적으로 만들면 수율이 낮아집니다.

국내 PCB 업체가 FC-BGA 사업에 힘을 주고, 서버향 FC-BGA 생산에 손을 뻗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시장 내 플레이어가 얼마 없으니 각 기업도 이 기술을 갖추고 있다면 생산라인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삼성전자, 대덕전자 모두 FC-BGA에 투자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선 대덕전자는 2021년 3분기부터 FC-BGA 공급을 시작했는데요, FC-BGA 공급 이후 매출이 큰 폭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작년 12월 13일에 FC-BGA 시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1100억원 가량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하는 등 지속해서 사업을 늘리려는 모습입니다.

대덕전자 실적을 보면 FC-BGA 사업을 시작한 22년 3분기를 기점으로 매출, 영업이익이 성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기도 FC-BGA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2017년부터 FC-BGA 사업을 시작해 2019년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간 삼성전기는 PC 시장에 한해 FC-BGA를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서버용 FC-BGA 사업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습니다. 한 삼성전기 관계자는 “서버향 FC-BGA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면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하이엔드 기술이 필요하다”며 “하반기에 서버향 FC-BGA 양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1조9000억원을 FC-BGA 생산라인에 투자하기도 했고요.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입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클라우드, 서버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자동차의 전장화가 가속화되면서 IT 시장이 변하고 있다”며 “FC-BGA 성장 동력도 PC에서 서버 영역으로 옮겨가는 추세인데, 삼성전기도 이러한 시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자산업 컨설팅업체 프리스마크(Prismark)에 따르면, FC-BGA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성장률 11%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의 연평균성장률이 1.9%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폭으로 성장한다는 것이죠. 주요 PCB 업체가 FC-BGA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가 다 있었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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