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오픈링크’는 정말 메타버스일까?

카카오의 알파요 오메가는 누가 뭐래도 ‘카카오톡’이다. 7일 공개된 카카오의 메타버스 전략도 카카오톡에서 시작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카카오톡 내의 ‘오픈채팅’을 구심점으로 삼는다. 오픈채팅은 관심사 기반으로 친목, 정보 교환 등을 하는 공간이다. 카카오는 이 오픈채팅을 기반으로 한 새 서비스 ‘오픈 링크’가 자사 모든 서비스를 엮어 하나의 ‘카카오 유니버스’를 만드는 동력이 될 거라고 봤다.

남궁훈 카카오 공동대표,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 정욱 넵튠 대표 등 카카오의 미래 기술과 관련한 경영진이 총출동해서 비전을 공개한 카카오판 메타버스가 다소 생뚱맞아 보이게 ‘오픈 링크’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카카오가 메타버스로 가기 위해서 우선 ‘글로벌’이라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대략 “사람들이 아바타로 살아가는 디지털 공간(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이인화)”으로 소개된다. 이 가상공간에는 국경이 없다. 생산과 교환이라는 경제생활도 이뤄진다. 로블록스와 제페토 같은 곳이 현재로서는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각자 수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단일 국적으로 플랫폼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왼쪽부터 카카오 권미진 링크부문장, 카카오 남궁훈 공동대표,  카카오브레인 김일두 대표, 넵튠 정욱 대표.

이것은 메타버스인가 아닌가

‘글로벌’ ‘이용자가 플랫폼 안에서 수익을 얻는 것’. 앞서 언급한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 두가지는 현재 카카오에 부족한 부분이다.

다시 말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가진 메신저다.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지인들을 하나의 메신저에서 묶어 냈다. 한국사람 전체에 가까운 오천만 가입자를 확보했고, 그것을 동력으로 게임과 모빌리티, 뱅킹, 커머스, 콘텐츠 등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확산했다. 국내 IT  기업 역사에서 이렇게 단시간에, 전방위적으로 압도적 성장을 한 사례는 드물다.

문제는, 이게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카카오의 최대 성장치로 보인다는 점이다. 메타버스고 뭐고, 일단 더 큰 플랫폼으로 가려면 한국인이 아닌 이용자를 끌어안아야 한다. 남궁훈 대표는 종종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은 국민의 명령에 가까운 메시지”라고 말하는데, 국내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면 골목상권 논란이 인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커질대로 커져서 성장할 공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카카오는 그래서 오픈링크를  글로벌 이용자를 모으는 하나의 구심점으로 보고 있다. 오픈링크가 왜 글로벌 이용자를 끌어안을 가능성이 있느냐면, 카카오톡과는 달리 ‘관심기반/ 재미기반’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전화번호=지인기반’이었지만, 오픈채팅은 ‘키워드검색/초대 링크’를 기반으로 소통의 공간이 생성된다.

카카오가 설명하는 오픈링크의 용례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유명 쉐프가 운영하는 카카오브런치에 방문한미식에 관심있는 이용자들은 해당 브런치에 연결된 오픈링크를 눌러 음식에 대한 관심사를 나누고, ‘맛집 투어‘, ‘쿠킹 클래스’ 등 이벤트를 직접 만들어 즐길 수 있다한국 웹툰을 좋아하는 외국인은 카카오웹툰 내의 오픈링크에 들어와 국내 팬들과 웹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카카오맵의 특정 장소를 방문한 이용자는 오픈링크에서 해당 장소에 대한 최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멜론의 인기 곡 내 오픈링크에서 팬들 간의 감상 소감과 응원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가 그래도 글로벌로 비빌 서비스가 있다는 점이다. 효자 서비스 ‘웹툰’이다. 특히 웹툰.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는 픽코마와 카카오웹툰 플랫폼을 카카오톡 메신저와 마찬가지 역할을 해줄 거라고 본다. 예컨대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김비서가 왜 이럴까”가 오픈링크를 띄우는 항구가 될 수 있다.

웹툰과 관련해서는 카카오브레인이 준비하는 대화형 AI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가상 인물과 콘텐츠를 기반으로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인데, 인기 웹툰을 데이터로 주인공의 성격과 가치관, 말투, 뉘앙스를 지닌 AI를 만들고, 웹툰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 기능도 카카오의 서비스에 녹을 예정이다. 언어 지원이 되면 글로벌 웹툰 팬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다.

남궁 대표는 이날 “지인 기반 연결이었던 카카오톡을 관심사로 연결해 비지인 간에도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시킬 것”이라면서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연결시켜주겠다”라고 말했는데, 바로 이 부분을 설명하는 이야기다.

남은 것은 이용자들이 카카오의 오픈링크 안에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느냐다. 카카오는 이를 B2B2C로 푼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역시 카카오의 설명이다.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제작한 콘텐츠로 경제활동이 가능해지도록 서비스 전반에 수익 모델을 강화한다이를 통해 오픈채팅방 방장은 구독모델을 적용해 정보 제공에 대한 수익을 창출하고브런치에 글을 쓰는 창작자도 콘텐츠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될 예정이다. 1인 미디어와 미디어 스타트업 등 전문 콘텐츠 생산자를 위한 올인원(all-in-one) 콘텐츠 플랫폼(CMS)’도 제공한다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편리하게 생산할 수 있고광고/유료/후원/커머스 등 비즈니스 도구를 활용해 수익화도 가능해 진다.

사람들이 오픈링크에서 재미를 느끼고, 이 오픈링크를 타고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를 쉽게 오가며, 오픈채팅방을 운영해 돈을 번다. ‘아바타’라는 외피가 없을 뿐이지, 가상공간에서 소통하고 경제생활을 한다는 것은 메타버스와 유사하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다만, 이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메타버스’와는 거리가 있다. 카카오 측은 ‘텍스트 중심의 메타버스’를 말하지만, 이게 정말로 메타버스인지 아닌지는, 이용자들이 판단할 부분이다.

이 외에 카카오톡을 쓰는 재미를 늘리기 위해 하반기 중 프로필 영역에 대대적인 변화를 줘서, 이용자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스스로를 다채롭게 표현하고나만의 펫을 키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고 했다. 어딘가  싸이월드가 생각나는 부분이지만, 아바타의 약식 버전이라고 고려하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 컬러버스

물론, 카카오라고 해서 아바타가 돌아다니는 가상공간 플랫폼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미 카카오브레인에서는 보다 개인화된 3D 아바타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고, 넵튠은 ‘컬러버스’라는 3D 플랫폼을 계열사와 함께 개발 중에 있다.

이중 컬러버스는 웹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해 2D와 3D간 제약 없이 넘나들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카카오 친구 리스트에서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바로 3D 메타버스로의 진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나 멜론의 앱 또는 웹 환경에서 3D로 구현된 컬러버스 월드로 접근이 가능하며 반대로 컬러버스에서 멜론이나 카카오로 자연스러운 복귀도 가능하다는 것이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사용자는 아이템, 아바타, 랜드와 같은 컬러버스 내 컨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 있고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제페토와 다른게 뭐냐”는 질문들이 나왔는데, 정욱 대표는 이와 관련해 “컬러버스가 (경쟁 플랫폼 대비) 조금 더 오픈된 메타버스 플랫폼이며, 앱설치 없이 바로 3D 공간에 진입하고 그곳에서 모든 걸 즐길 수 있도록 웹스트리밍 기술을 이용해 구현하고 있다”고 답했다.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을 강조한 것이다.

규제 이슈와 관련해서는 서비스가 당분간 한정적으로 제공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욱 대표는 “디지털로 제작한 아이템이나 아바타는 현금 거래가 가능하게 만들 생각”이라면서 “블록체인의 NFT, 코인 연동은 국내 규제 이슈가 해결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