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하루에 한 번씩은 ‘반도체 인재 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최근에는 각 부처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도 취임 전부터 반도체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정부 부처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조한 만큼, 이에 대한 정책도 다수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는 반도체 인재양성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의 한계는 무엇일까요?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는 기술적인 내용보다 정책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국내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이 어떤 것이 있는지, 관련 업계에서는 어떤 시각으로 이 정책을 바라보고 있는지, 인재 양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주문에 부처⋅기관⋅기업 움직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확실히 지원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먼저 교육부를 대상으로 “산업인재 공급이 첫 번째 임무”라며 “그렇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경하게 이야기했죠.

뒤이어 윤 대통령은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부처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고요.

14일에는 국민의힘 의원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반도체 특강을 듣고, 반도체 입법 관련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국민의힘은 6월 안에 당내 새로운 반도체 산업지원특별위원회(이하 반도체 특위)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특위는 메모리, 비메모리 등 반도체 각 분야별로 정책을 마련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 확대, 인재 양성 관련 교육 지원 등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강경한 주문을 받은 각 부처는 이에 발맞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직접적인 주문을 받은 교육부는 15일 민관 합동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 특별팀을 구성해 첫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에는 관계부처와 국내 반도체 주요기업,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주요 연구기관이 참여했습니다.

교육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해 특성화 대학을 만들고 특성화고교 정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관련 학과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인다고 예고했고요. 올해 하반기 중에는 각 대학에 개설돼 있는 반도체 학과의 정원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기업이 학과 운영을 지원하는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습니다. 반도체 계약학과란 기업이 학자금과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졸업생을 기업에 채용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해당 학과를 졸업하면 최소 채용 절차만 통과해 바로 취업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추후 논의 과정을 거쳐 7월 내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양성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16일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퀄리타스반도체를 찾아갔습니다. 국내 팹리스 기업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직접 분당에 위치한 사무실로 향한 것입니다. 당시 언급된 내용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기업은 ▲초기자본 ▲설계인력 부족 ▲열악한 인프라 지원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퓨리오사를 찾았을 때와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음을 알 수 있죠.

국내 팹리스 기업을 만난 이영 중기부 장관은 “팹리스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내년부터 ‘초격차 펀드’를 신설하겠다”며 “설계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해 내년부터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각 부처는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입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설투자, 인프라 제공 등에도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 시급함을 파악한 것이지요. 반도체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이 시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활발하게 인재 양성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의 반도체 정책, 실효성은?

반도체 업계 관계자를 들어보면,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고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산업은 정부 부처의 큰 관심사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다수 마련하고 있는데요, 업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게 된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한다고 해서 당장 닥친 반도체 인력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아무래도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정책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 효과를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 국내 팹리스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학과 인원 증설 등 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다수 추진하고 있지만, 인재 양성은 단시간에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 정책을 도입하면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적어도 5~10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주요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도 “반도체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일반 생산직보다는 반도체 개발과 설계 등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석⋅박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기간이 6년에서 더 많으면 10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결과를 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재를 양성할 만한 교수진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15일 교육부에서 진행한 회의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했는데요, 당시 “반도체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가르칠 교수가 없어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취업준비생의 시각도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세계적인 반도체 인력난에 대해 “IT기업은 4년만 공부하고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석⋅박사 과정까지는 거쳐야 한다”며 “그만큼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하고 종사하기에도 어렵다는 인식이 대중에게 강하게 깔려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정책 추진에도 당장 인력난을 해결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반도체 인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반도체 산업에 대한 비전을 대중에게 심어 줄 필요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교육이나 산업 측면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대중의 관심도 늘어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인재 측면에서도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국내 팹리스 업체 관계자도 “업계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반도체 시장에 대한 충분한 비전을 대중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이 성공적인 발자취를 남긴다면, 반도체 인재는 자연스럽게 육성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도 함께 가져야 합니다. 반도체 산업은 소재⋅부품⋅장비 부문과 밀접한 연관이 있죠. 따라서 해당 시장이 함께 확대해야 반도체 시장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반도체 산업도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더 넓은 시각으로 반도체 산업과 인재 양성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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