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왜 ‘파티룸’을 빌려서 놀까
‘파티룸’을 대여해보셨나요. 시간 단위로 예약해 방문하는 모임 장소입니다. 브라이달 파티, 베이비 샤워가 먼저 떠오르지만, 파티룸은 거창한 ‘파티’만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보편화 됐고, 많은 분들이 찾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파티룸’을 검색했습니다. 생일 파티, 회식 장면도 나옵니다. 같은 무늬의 파자마를 입은 친구 모임도, 연인의 짧은 데이트도 등장합니다. ‘파티룸’은 다양한 목적으로 쓰입니다. 그만큼 공간을 빌려쓰는 문화는 점차 퍼지고 있습니다.
공간대여는 ‘이벤트’를 만든다
식당이나 카페도 있는데 우리는 왜 파티룸 같은 공간을 굳이 대여할까요. ‘모임 장소’라면 식당이나 카페도 충분히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텐데요.
그러나, 식당이나 카페는 ‘일상 속 공간’이라는 게 특징입니다. 젊은층에게 식당이나 카페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이벤트를 열고 기억을 남기려면 이색 공간이 필요하고, 이들은 파티룸에서 답을 찾습니다. 모임과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파티룸을 방문하는 셈입니다. 음식을 멋들어지게 차려놓고 풍선을 달아 일반 모임을 기념일처럼 보냅니다. 파티룸을 이용하는 건 결국 기억할만한 이벤트를, 추억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여기어때는 최근 공간전문가 유현준 교수와 공간대여 문화의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유 교수는 특히 SNS에 주목했는데요. 그는 “내가 찍은 공간 사진들이 결국 디지털 벽돌이 돼 SNS라는 가상 공간에서 ‘나의 공간’을 구축한다”고 설명합니다.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에 올릴만한 장면)’한 사진을 찍는 건 ‘나’를 보여주는 행위라는 겁니다. 내가 어떤 공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공개하고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단순 모임도 특별하게 기획하고, 즐겁게 소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진으로 담아 공개하면 동시에 내가 누구인지를 함께 공유하게 됩니다. 다채로운 일상을 보내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공간대여 산업을 촉진한다는 해석입니다. 그리고,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모두가 소유하면서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부터 공유 주방까지
공간 대여 트렌드는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우리는 정말 다양한 공간을 빌려씁니다. 여기어때 공간대여 서비스에서 파티룸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건 ‘촬영 스튜디오’입니다. 콘셉트가 있는 인테리어와 소품, 조명 등을 갖춘 공간으로, 각자 카메라를 갖고 방문해 전문 모델처럼 사진을 찍습니다. 꼭 기념일에만 방문하는 건 아닙니다. 가족 사진, 우정 사진, 연인 사진 같이 다양한 목적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공유 주방을 빌려 함께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는 커플도 여럿이죠. ‘부캐’를 갖고 계신 분들은 개인 운동 공간이나 사무실을 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연습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편집실과 라이브방송 스튜디오, 스터디룸이나 강연, 세미나룸도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하교 후, 퇴근 후에 제2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죠. 우리는 공간대여를 통해 셰프가 되기도 하고,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전문 공간을 대여해 압축적으로 취미 생활을 즐기고, 부캐를 키우는 경험이 가능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지루해진 일상에, 우리는 색채를 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직선 상에 공간대여가 뜨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삶에 특별함을 더하고 생기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것. 공간대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현재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