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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톡처럼 대화하듯, 카뱅 주담대를 만든 사람들

지난 2월, 모두의 관심 속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을 내놨다. 약 3년이라는 시간과 자원을 쏟아부어 만든 결과물이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상품은 금융권과 금융 소비자들의 최대의 관심사였다. 그 중에서도 비대면으로 주담대 서비스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큰 돈을 긴 시간 빌리는 주담대 특성상, 지금까지는 고객이 은행으로 가 영업점 직원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음에 답을 하기라도 한 듯, 카카오뱅크는 ‘카뱅스러운 서비스’를 내놨다. 주담대에 챗봇 서비스를 붙여 카카오톡처럼 대화하듯 제공했다. 100%는 아니지만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영업점 직원에게 상담을 받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취지다. 시나리오, 룰(규칙) 기반의 챗봇으로 고객은 챗봇이 물어보는 필요한 정보만 입력하면 된다.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을까. 그리고 챗봇은 왜, 어떻게 개발을 했고, 지금 어떤 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을까. 카카오뱅크 주담대스튜디오의 기획자와 개발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참고로, 주담대스튜디오는 카카오뱅크의 첫 ‘스튜디오’ 조직이다. 기존에는 기획자, 개발자 등이 각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개발 셀(Cell), 서비스 셀 등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셀 단위로 속해 있는 목적 조직이다. 언뜻 태스크포스팀(TFT)과 비슷해 보이지만, TFT의 경우 인력을 차출해 단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후 다시 복귀를 하는데 반해 스튜디오는 발령을 새로운 조직으로 낸다는 점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왼쪽부터 유승근 주담대개발셀 매니저, 정통 주담대서비스셀장

안녕하세요. 두 분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정통: 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서비스 셀 팀장으로, 서비스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화면이나 고객 접점이 있는 부분을 관리하는 쪽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유승근: 저는 주담대 개발 셀 소속이고요. 주담대 대화형 인터페이스 백엔드 개발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번에 카카오뱅크에서 선보인 주담대 대화형 서비스는 어떤 건가요?

정통: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챗봇 기반으로 이뤄졌고요. 고객이 영업점 직원과 대화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챗봇을 택했어요. 챗봇으로 대화를 하면서 대출신청부터 실행까지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에요.

영업점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라고 했는데, 기획이나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어떤 건가요?

정통: 주담대의 기간이 다른 상품에 비해 기간이 길고 금액이 커요. 그래서 사실 고객에게 굉장히 부담이 되는 대출이에요. 몇 억을 빌려 35년, 이런 식으로 상환을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고객 입장에선 대출을 결정하기까지 다른 은행에서 상담도 받고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어요. 불안해하는 고객들이 많아요

그런데,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서비스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잖아요. 사실 고객과 직접적인 접점이 없는 거죠. 그래서 고객들이 카카오뱅크에서 대출을 받으면 조금 더 불안할 수 있어요. 일반 시중은행 영업점에 가면 창구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긴장이 풀릴 수 있는데 저희는 대면 서비스가 없잖아요. 이 점이 주담대를 하면서 가장 풀고 싶은 숙제고, 그래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선택했어요.

영업점에서는 창구 직원과 대화를 하면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지만,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서비스다보니 고객 입장에선 느껴지는 것이 다를 것 같긴 해요.

정통: 실제로 주담대를 하기 위해선 알아야 할 정보가 많아요. 용어도 복잡하고 처음 주담대를 받으시려면 사실 생각보다 쉽진 않거든요. 내야 할 서류도 많고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쉽게 풀고 싶었고, 대화를 하면서 필요한 질문만 하고 답변을 주는 방식을 택한거죠. 물론, 창구 직원만큼은 아니겠지만 필요한걸 바로 알려줌으로써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그럼 카뱅에서 주담대를 받으려면 챗봇이랑 대화를 하면 되는 건가요?

정통: 저희가 제공하는 챗봇은 시나리오 베이스에요. 질문은 정해져있고, 답변을 할 수 있는 방식도 정해져 있어요. 예를 들어, 챗봇이 “소득이 얼마나 되시나요?”라고 물어보면 고객이 금액을 입력할 수 있도록 저희가 정해놓은 시나리오가 있어요. 물론, 이 시나리오는 고객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죠. 집을 사는 목적이라면 관련된 질문으로 가는 것 처럼요.

시나리오 베이스 챗봇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통: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챗봇도 있겠지만, 사실 아무 질문이나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이 오히려 더 불안해해요. 뭘 해야 할지 모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적재적소에 알려주는 시나리오 베이스 챗봇(룰베이스 챗봇)을 채택했어요.

또 챗봇을 기획,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봤던 점이 안에 많은 내용을 담지 않는 것이었어요. 왜냐면 내용이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고객은 잘 읽지 않거든요. 그래서 기획자 입장에서 이 타이밍에 고객이 무조건 알아야 할 정보를 나열해놓고, 중요 정보의 우선순위를 가려요. 정말 중요한 정보는 챗봇의 말풍선으로 설명을 하고, 부가적인 정보는 ‘더보기’ 링크를 통해 누르면 추가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현했어요.

챗봇이라는게 텍스트 기반의 서비스이니, 고객의 가독성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셨네요. 그러면 이번엔 개발 단계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유승근: (주담대 관련 정책이나) 사업이 바뀌니까 룰이 변경될 수 있잖아요. 이런 부분을 서비스에 얼마나 빨리 적용할 수 있는지 주안점을 뒀어요. 기존에는 코드로 하나씩 구현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다면, 별도의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를 통해 룰을 정의할 수 있도록 구현했어요. 다른 방법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변화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GUI는 기존 방법과 어떻게 다르나요?

유승근: 기존에는 특정 시나리오를 코드로 작성을 했어요. 특히 코드가 배포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GUI는 운영 툴을 활용하기 때문에 비개발자도 사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변화가 있을 때 비개발자, 기획자 등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실제로, 서비스를 오픈할 때도 지속적으로 (정책에) 변화가 있었고요. 예를 들어 대출한도에 대한 조건 변화 등이죠. 작게는 문구의 수정도 포함이 되고요.

정통: 부동산 규제라는게 민감하고 자주 바뀌잖아요. 최근 정부의 규제 변화가 많았어요. 시중은행의 경우 이런 내용을 영업점에 교육을 하는데, 저희는 사람이 아니라 서비스에 시간 내 반영해야 해요. 챗봇의 경우 빌더라는 것을 쓰는데, 빌더가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예를 들어 말풍선을 만들고 내용을 적어 넣은 뒤 순서를 정하면, 서비스가 정해진 순서대로 따라가도록 되어 있어요. 주담대가 챗봇으로 이뤄져있다 보니 이런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을 할 수 있어요.

그럼 지금 챗봇은 내부에서 정해놓은 순서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겠네요.

정통: 네, 이름, 집주소, 연소득 등 하나씩 물어봐요. 고객은 물어보는 것에만 대답을 하면 서비스가 다 정리해서 보여주고, 대출 한도와 금리를 빠르게 알려줘요.

챗봇 서비스는 내부 개발을 하신 건가요?

유승근: 네,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순수하게 저희들이 다 개발을 했고요. 룰 베이스로 챗봇을 구현하기 위해 상태머신이라는 알고리즘을 활용했어요. 상태머신 알고리즘은 어떤 이벤트가 있을 때 그 상태를 전이시키는 방식으로, 어떤 동작이 일어나도록 하는 프로그래밍이거든요. 그러니까, 말풍선이 상태라고 보면 말풍선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을 때,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이벤트라고 볼 수 있어요.

개발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유승근: 내부적으로 챗봇을 주담대 외에 다른 서비스에도 적용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그래서 챗봇을 특정 비즈니스에 국한되지 않고 범용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개발방식이 기존과 달라서 어려웠어요.

지금 서비스를 한지 4개월 정도 됐는데, 대출 현황 소개해주세요.

정통: 주로 임차반환 목적의 대출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5월 기준으로 50% 이상을 기록했는데요. 임차반환은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기간이 있다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잖아요. 이때 은행에서 보증금을 빌려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신규 세입자로부터 받아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을 말해요.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담대가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서 임차반환이 쪽이 활성화됐어요.

사실, 카카오뱅크가 주담대를 내놓기 전까지 많은 관심을 받았잖아요. 최대 관심사중 하나가 전 과정을 100% 비대면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의 여부였거든요.

정통: 주담대 서비스에서 법무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법무사의 역할이 소유권 이전, 등기 등의 서류를 직접 검토하고 살펴봐주는데요. 사실 이 과정을 고객이 직접 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법무사가 꼭 필요한 단계거든요. 저희도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과정은 오프라인이더라도 꼭 있어야 한다고 판단을 했어요.

실제로 주담대 서비스에서 파트너스 법무사라고 해서, 카뱅과 계약하고 일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주담대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저희가 직접 매칭을 해드려요.

왼쪽부터 유승근 주담대개발셀 매니저, 정통 주담대서비스셀장

카뱅에서도 법무사와 고객의 만남은 꼭 필요한 단계라고 본거군요.

정통: 그렇죠. 기획자 입장에서는 고객이 가장 편한게 무엇인지 계속 고민을 해요. 그러기 위해선 법무사와의 만남을 억지로 뺄 수 없거든요. 억지로 이 과정을 빼면 오히려 고객 입장에서 더 복잡하고 힘들어요. 그래서 법무사를 직접 만나는 것이 훨씬 좋아요.

평균적으로 대출 실행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정통: 보통 약 두 달 정도라고 보면 돼요. 물론 더 빨리 나올 수도 있죠. 그런데 주담대를 받으시려는 고객들은 평균적으로 대출이 필요한 시점에서 한두달 전부터 문의를 하는 편이에요.

카뱅의 주담대, 다른 은행과 비교했을 때 장점은 무엇이에요?

정통: 카뱅에서는 예상 한도와 금리를 2~3분이면 볼 수 있어요. 보통 주담대를 받기 위해 여러 은행에서 상담을 받으니까, 카뱅에서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은행이랑 비교하기 쉬워요.

마지막 질문이네요. 서비스 측면에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정통: 처음 서비스를 열 때 주택구입자금의 경우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생활안정자금은 주택을 한 채 보유한 고객들만 신청할 수 있도록 했어요. 앞으로 서비스 대상과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에요.

유승근: 주담대 외에도 다른 서비스에 챗봇이 필요하면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해 개발 작업이 필요할 것 같고요. 다른 서비스에 챗봇을 적용할 때 잘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네, 앞으로도 카뱅의 행보 관심 가지고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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