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필먼트와 화물운송이 만나 ‘AI 운송 시스템’ 개발한 이유

4일 AI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가 화물운송 중개 플랫폼 기업 ‘화물맨’과 함께 온라인 사업자들을 위한 모빌리티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모빌리티 공동 전담팀(TF)을 구축해 운영해왔으며,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오는 7월 공동 개발한 AI 운송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파스토 측은 “온라인 사업자들의 물류 고민인 풀필먼트부터 운송까지 전 과정의 이슈를 해결하고자 화물맨과 협력해 왔다. 파스토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물류관리 시스템, 화물맨이 보유한 20년 이상 경력의 화물운송 중개 시스템을 융합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커지는 ‘화물운송’ 존재감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스토와 화물운송 중개 플랫폼 화물맨이 만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차츰 미들 마일 화물운송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셀러들은 사업 초창기 물류를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재고를 집이나 사무실 등에 쌓아 두고서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직접 피킹·패킹, 택배 발송, 반품·교환을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판매량이 늘어나면 별도 공간이나 추가 인력을 고민하는데, 최근에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해 물류를 손쉽게 외주화할 수 있다.

허나 셀러가 물류를 외주화한다고 해서 아예 물류 업무에 손 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풀필먼트 센터 등으로 직접 재고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쿠팡 물류센터 등 플랫폼 입점 판매 시에도 마찬가지며, 물류센터 간 이동 시에도 필요하다. 이때 물량이 많다면 택배 배송은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부담이다. 하여 대형 화물차를 기반으로 한 화물운송 서비스를 이용해 효율을 만든다. 파스토와 화물맨은 위와 같은 니즈에 초점을 맞췄다.

“풀필먼트·화물운송 역량 융합할 것”

양사가 공동 개발한 AI 운송 시스템은 입고, 출고, 센터 간 이동, 판매처 배송 등 풀필먼트 영역을 커버한다. 또 물동량, 배송 거리, 국내 도로 특성 및 시간대별 교통 상황 등 미들 마일 영역의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화된 운송 경로를 추천한다. 셀러는 이를 종합해 상황에 맞는 화물운송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파스토 측은 “밀크런(경유지 순회 운송 방식)과 미들 마일(기업 간 물류 운송), 나아가 라스트 마일 배송까지 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류비 절감 효과도 가져다주고자 하는 것이 이번 시스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단, 이번 운송 시스템은 미들 마일 영역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으며, 라스트마일 배송은 기존처럼 택배를 기반으로 한다.

양사의 운송 시스템은 화물운송 차주에게도 효율을 가져다줄 수 있다. 운행 시 적재량을 다 채우지 못하거나, 다음 운송까지 빈 차로 운행해야 하는 공차율 문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파스토 측은 “공차율을 낮추는 형태의 서비스로 셀러에게는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화물운송을, 차주에게는 추가 운행 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운송업계의 ‘이커머스 진출’ 포석 될까

7월 출시 예정인 AI 운송 시스템은 합작법인을 통해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비스 범위는 전국이며, 중·소규모 셀러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란 설명이다. 이용은 자체 솔루션 기반 웹·앱 환경에서 가능하다.

이번 합작법인은 화물운송업계의 새로운 이커머스 진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물맨은 1998년 화물 운송 중개 사업을 시작한 후 2011년에는 모바일 기반 중개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현재 차주 5만명과 회원 1만5000개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거래액은 2조원이다. 이번 운송 시스템도 서비스 초기 화물맨이 보유한 미들 마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모 화물운송업계 종사자는 “화물맨은 화물 운송 중개 공유망 업체 중 2위다. 미들 마일 동종 시장에는 절대 강자가 존재하는 만큼 비즈니스 확장에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해 이번 풀필먼트 플랫폼과의 합작 서비스가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근래 이커머스 물류가 가장 뜨겁다는 것은 알지만, 화물운송업계가 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여전히 디지털 전환이 뒤처진 기운데 해결책을 찾지 못한 분위기였다. 가운데 화물맨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면 자사 성장과 더불어 시장 전체에 의미하는 바가 클 것”이란 생각을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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