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가격 인상, 소비자 가격도 올라간다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이 반도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기기 가격도 따라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과 원재료 가격 상승,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등이 주원인인데, 그 여파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안을 것으로 보인다.

CNBC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각) “TSMC, 삼성전자, 인텔은 파운드리 가격 추가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며 “지난 2021년에도 주요 파운드리 업체는 반도체 가격을 전반적으로 10~20% 인상했는데, 올해에도 5~7% 가량 추가 가격 인상하겠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격 인상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아직 없다. 하지만 TSMC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격이 높아질 것이라는 추측은 5월 중순부터 나오고 있었으며, 그 가능성 또한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TSMC는 팹리스 고객사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할 것이라고 고지했다. 가격 인상 대상에는 선단(Advanced) 공정뿐만 아니라 저가형 제품도 포함될 예정이다. 뒤이어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7나노 이상의 구형 반도체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며, 상승폭은 15~2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기업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에는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1차 원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배터리 기업은 원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우선 반도체 기판인 웨이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했고, 그 결과 반도체의 기판이 되는 웨이퍼 가격이 높아진 것이다. 주요 웨이퍼 공급업체가 웨이퍼 가격을 10~20% 가량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웨이퍼 가격이 상승하면 반도체 생산 가격 또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조 공정에 필요한 네온, 크립톤 팔라듐 등 희귀가스 수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해당 재료는 4배 가량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간 분쟁 발발 초기에만 해도 각 기업은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원재료 공급 대안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큰 여파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분쟁 기간이 길어지면서 원재료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가격이 반도체⋅배터리 기업이 추후 원재료 추가 공급계약 시점까지 이어진다면 각 기업은 재료 수급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효과로 원재료뿐만 아니라 전기세 등 에너지 비용도 줄줄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력과 용수가 필요한데,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회사는 생산라인 가동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그 가운데 반도체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은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라인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부지 확보, 장비 도입, 인프라 구축 등 다방면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을 담당할 인력도 더 들어간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지만, 그 중에서도 현재 반도체 기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인력 확보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관련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다. 결국 반도체 인재를 모시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원재료, 자원, 인프라 구축과 그로 인한 인건비 등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이 가격 인상 조치를 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주요 파운드리 기업이 반도체 비용을 인상하면 그래픽처리장치(Graphic Processing Unit, GPU), 중앙처리장치(Central Processing Unit, C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 AP) 등 반도체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TSMC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을 70% 가량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가격을 올리면 부품 가격 상승도 이뤄질 수밖에 없다.

CPU, GPU, AP 등의 반도체 가격 상승 여파는 결국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PC 등 디바이스에 더 비싼 부품이 탑재되는 것이니, 완성품 가격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PC뿐만 아니라 자동차, 게임기 등 반도체가 탑재되는 디바이스라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반도체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만큼, 반도체 과잉공급이나 수요 감소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주요 파운드리 기업도 설비 투자 규모를 늘려갈 예정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사례만 보아도 파운드리 설비 투자 규모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며 “회사의 2022년 파운드리 설비투자 규모는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비용 지출을 감안하는 대신 매출을 늘리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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