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플렉시블 배터리가 이차전지 시장에 필요한 이유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1년 하반기,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 등장했다. 이세돌은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멤버들이 VR을 통해 구현한 버추얼 스트리머 그룹이다. 메타버스와 AR, VR 등 관련 디바이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세돌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종종 이세돌 콘텐츠를 보면, 멤버가 팬미팅을 하거나 활동을 하다 멈추는 경우가 있다. 배터리가 방전돼서 활동도 멈추는 것이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활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상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전력 소모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가상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디바이스, 그 중에서도 웨어러블 제품에 탑재하는 배터리 용량을 늘려야 한다.

디바이스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김주성 리베스트 대표는 플렉시블 배터리를 주목했다. 플렉시블 배터리란 말 그대로 구부리거나 모양을 변형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말한다. 김주성 대표는 카이스트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 관련 개발 연구를 진행했고, 이후 지도교수의 영향을 받아 플렉시블 배터리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플렉시블 배터리를 개발해 온 김 대표를 만나 시장에 플렉시블 배터리가 필요한 이유와 리베스트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김주성 리베스트 대표

좋은 웨어러블의 조건, ‘유연함’

이미 배터리 시장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는 글로벌 주요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각 기업 사이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굳이 플렉시블 배터리가 필요할까,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김주성 대표는 플렉시블 배터리를 기존부터 있던 파우치형⋅각형⋅원통형 배터리 대체품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개척된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플렉시블 배터리의 유연함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탑재할 때 강점으로 작용한다. 유연한 부품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제작하면 인체에 맞춰 디바이스 형태를 변형할 수 있으며, 더욱 인체에 밀착되는 형태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디바이스가 인체에 밀착되면 사용자는 ‘착용감이 좋다’고 느낀다. 결국 플렉시블 배터리와 부품을 사용하면 인체 밀착도를 높이면서 배터리 용량도 늘릴 수 있다.

김주성 대표는 “현재 사용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충전 선이 연결된 채 사용해야 하거나 디바이스를 투박하게 만들어 배터리 용량을 늘리도록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용하기 불편하고 착용감이 나빠진다”며 “플렉시블 배터리를 사용하면 디바이스 착용감을 개선할 수 있고, 에너지 용량도 개선해 AR, VR등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디바이스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렉시블 배터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재와 배터리 구조, 패키징 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각 소재가 모두 유연해야 하고, 이 유연한 소재가 매끄럽게 미끄러져 모양이 변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배터리 구조가 틀어지지 않으면서, 내부에 수분과 산소 등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외장재 패키징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김 대표는 “앞서 언급한 기술을 모두 적용해 플렉시블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해당 기술은 리베스트가 특허 등록을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베스트가 개발한 플렉시블 배터리 (자료: 리베스트)

플렉시블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용량, 출력, 수명, 유연성 여부에 따라 1세대부터 5세대까지 구분할 수 있다. 김주성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2세대 플렉시블 배터리는 LED 전구 하나를 켤 수 있는 정도이며, 3세대는 직렬로 연결된 LED 전구 여러 개를 켤 수 있는 정도의 에너지 용량을 가지고 있다. 4세대는 헬스밴드를 비롯한 초기 웨어러블 디바이스, 5세대는 스마트워치, AR, VR, 스마트폰 등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높아진 플렉시블 배터리를 말한다. 리베스트는 초반에 4세대 배터리에 주력하다, 현재는 5세대 배터리를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리베스트는 2017년 팁스 프로그램(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선정이 됐다. 김 대표는 “팁스 운영사의 역량과 창업자의 역량이 시너지를 낼 때 팁스 선정이 되는 것 같다”며 “당시 리베스트가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투자사도 다각도로 지원을 해준 덕분에 팁스 선정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베스트의 플렉시블 배터리가 적용된 웨어러블 디바이스 (자료: 리베스트)

“다음 단계는 시장 규모⋅수익 확대”

“리베스트는 인터배터리2021 행사에 참여해 플렉시블 배터리를 선보였다. 이를 기점으로 리베스트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시장을 넓히고, 스케일업을 하고자 한다.”

김주성 대표는 인터배터리2021 행사에 참여하기 전인 2020년 하반기, 미국의 한 컨설팅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플렉시블 배터리 기술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데, 관련해서 리베스트의 사례를 참고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이에 응했고, 리서치 업체와 협업을 하면서 2021년 인터배터리 행사에 참여했다. 이후 해당 컨설팅 업체의 보고서를 본 해외 대형 고객사는 리베스트에 대해 알게 됐고, 그렇게 리베스트는 플렉시블 배터리 시장 플레이어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

현재 리베스트는 카이스트 창업보육센터 내에 250평 정도의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생산라인에는 전극 공정, 조립 공정 등 필요한 공정 라인이 다 갖춰져 있다. 하지만 리베스트를 찾는 고객사가 늘어나면서, 회사는 공장을 더 많이 지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김 대표는 “배터리는 B2B 소비재이기 때문에 미국⋅유럽이나 중국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공장을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며 “새로운 생산라인에는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해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내고, 배터리 생산과 품질 관리가 하나의 라인에서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동화 솔루션이 도입된 생산라인을 늘려 적은 인력으로도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베스트는 내년에 시리즈C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리베스트는 투자금으로 현재 건설하고 있는 공장 운영 방식을 정하고, 추후 시장 확대와 해외 진출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시장 확대⋅해외 진출 방안으로 리베스트는 해외 공장 설립, 인수합병(M&A) 등의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도 계획하고 있다. 김주성 대표는 IPO를 통해서도 기업 이름을 알리고,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빠른 시일 내에 IPO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3~4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내실을 다지면서 스케일을 키우고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주성 대표는 “시장이 저평가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이렇게 되면 사장의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양산 스케줄과 시장 환경, 웨어러블과 메타버스 시장 등이 빨리 오게 될 지 등 상황을 복합적으로 보면서 좀 더 좋은 타이밍에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주성 대표는 “리베스트가 구축한 플렉시블 배터리 시장의 기반이 추후 좋은 디바이스, 특히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드는 데 한몫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배터리 기반의 친환경 디바이스를 만들기 위해 더 담대한 도전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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