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D램 세대교채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메모리 업체가 하반기부터 차세대 D램을 본격적으로 양산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프로세서 업체도 해당 D램을 탑재할 수 있는 서버용 CPU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차세대 D램으로 불리고 있는 DDR5입니다. DDR5는 지난 8월 처음 등장했고, 높은 성능 덕분에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를 적용할 수 있는 PC용 프로세서도 출시됐고요. 그럼에도 아직까지 DDR5 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죠.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DDR5가 무엇이고 DDR5 시대는 언제 오는지, 정말로 오기는 하는 것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D램 강자 한국, DDR5에서도 ‘초격차’

우선 DDR5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볼까요. DDR5는 D램의 일종인 DDR(Double Data Rate)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최신 버전의 메모리입니다. DDR은 클럭(프로세서에서 데이터 처리를 위해 보내는 신호) 한 번에 데이터를 두 번 처리하는 D램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DDR 시리즈는 한 번의 클럭 당 한 번 데이터를 처리하는 D램에 비해 2배 높은 성능을 제공합니다.

D램은 디바이스 내에서 입력된 데이터를 임시 저장한 후 프로세서에 전송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D램 성능이 좋을수록 디바이스의 데이터 처리 속도도 빨라집니다. 결국 2배 높은 성능을 갖춘 DDR 시리즈는 D램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디바이스에 주로 탑재되는 D램은 2014년 출시된 DDR4입니다. 그런데 이 DDR4보다 속도도 빠르고 전력도 덜 소비하고 용량도 높아진 D램이DDR5입니다.

우선 DDR5는 DDR4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2배 가량 빠릅니다. 기존에 사용되던 DDR4의 최고 속도는 3200Mbps(1초당 1백만 비트를 보낼 수 있는 전송속도) 정도였는데요, DDR5는 6000~7000Mbps까지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임시저장한 데이터를 더 빠르게 프로세서에 전달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DDR5의 소비전력은 DDR4보다 10% 이상 줄었습니다. 메모리 용량은 하나의 칩당 최대 64GB까지 담을 수 있는데요, 기존 DDR4의 최대 용량이 16GB였던 것을 보면 4배 가량 상승했죠. 속도도 빠르고 소비전력도 줄어들고, 게다가 용량까지 커졌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DDR5를 차세대 D램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DDR5 시장은 D램 시장점유율 1~3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은 현재 DDR5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DDR5는 DDR4에 비해 30% 정도 높은 원가구조를 지니고 있는데요, 이 말은 곧 더 높은 단가로 부품을 판매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이점을 기업이 놓치지 않으려고 하겠죠.

반면 난야, 윈본드 등 시장점유율 4위 아래 기업은 DDR5보다 2세대 뒤처진 DDR3 생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DDR5를 공급할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성능 반도체가 아닌 모뎀, 라우터와 같은 부품에는 DDR3가 탑재되고 있습니다. 해당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난야, 윈본드는 DDR3 생산에 주력하고 있고, 공장 증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결국 DDR 시장에서도 하이엔드 공급자와 중저가 D램 공급자가 나뉘는 추세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하이엔드 시장을, 난야, 윈본드 이하의 시장은 중저가 보급형 D램을 생산할 전망입니다. 오히려 난야, 윈본드는 DDR3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있죠.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미세 공정 시 사용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해 DDR5 D램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2024년부터 EUV 공정을 도입해 D램을 양산하겠다고 밝혔고요. 결국 D램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고 있는 셈입니다.

DDR5 시장, 하반기부터 열리나

DDR5는 지난 2021년 8월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뒤이어 인텔이 같은 해 11월 인텔코어i 시리즈 12세대, 코드명 ‘엘더레이크(Alder Lake)’를 출시했습니다. 인텔의 해당 프로세서에는 DDR4와 DDR5를 하이브리드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뒤이어 2022년 1월에는 AMD가 CES2022에서 DDR5가 탑재되는 프로세서 ‘라이젠 6000’를 선보였고요.

하지만 아직 DDR5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DDR5의 D램 시장점유율은 1.1%정도에 불과합니다. DDR5 성능이 아무리 좋다지만,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DDR5 자체가 최신형 D램이다 보니 가격이 DDR4에 비해 2~3배 가량 비쌉니다. 게다가 DDR5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마더보드, 소켓 등 다른 부품 규격도 다시 새롭게 맞춰야 합니다. 이 교체 비용도 감안해야 합니다. 따라서 PC 제조 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그 돈 주고 바꿔야 하나?’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DDR5 시대가 곧 열린다고 본 이유는 서버 시장 때문입니다. 서버 시장은 앞서 언급한 PC 시장과 상황이 다릅니다. 데이터센터나 서버는 보통 24시간 내내 가동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전력 소모도 어마어마합니다. 전력에 소비되는 비용을 줄이기만 해도 전반적인 비용을 대폭 감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버⋅데이터센터 시장에서 DDR5 수요는 늘어날 전망입니다. DDR5는 기존 D램 대비 전력소모가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말은 곧 DDR5를 도입하면 서버 가동 시 발생하는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유지 보수 비용이 줄어들면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입니다. 서버⋅데이터센터에 DDR5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부품을 교체해야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비용 정도야 투자할 수 있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D램 시장에서 서버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PC 수요 비중보다 큽니다. D램 시장에서 PC 향 수요 비중은 15% 정도인 반면, 서버향 수요 비중은 40%정도 됩니다. 반도체, 배터리 시장은 늘 비중이 큰 부문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D램 시장도 결국 서버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텔은 현재 4세대 서버용 프로세서, 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 초도물량을 출하 중이며, 3분기에 본격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파이어 래피즈에는 DDR5가 적용되는데요, 따라서 DDR5 수요는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서버 수요 증가세가 올 한해동안 이어진다는 전망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죠. 세계 각국의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2년 가량 재택근무를 도입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반적으로 방역 수칙을 완화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기업은 다시 대면근무를 활성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직원을 맞아들이기 위해서는 그간 방치해 놓은 서버를 교체해야 합니다. 직원이 다시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버 관련 수요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버 교체 시기에 맞춰 인텔, AMD는 새로운 서버용 프로세서를 준비하고 있고, 그 결과 DDR5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희소식입니다. 국내 기업은 메모리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적도 D램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D램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DDR5가 기존 D램에 비해 수익성이 더 높으니, DDR5 시장이 열린 이후에는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 실적도 청신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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