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좀 봐주세요”…인슈어테크 업계의 하소연

“하루 아침에 서비스가 암초에 부딪혔어요. 규제 해소를 위해 작년 10월 금융당국에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했는데, 허가를 떠나서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니 일단 기다리고 버틸 수밖에 없죠. 저희처럼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먼저 나서서 금융당국과 소통을 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보험상품 분석 앱 서비스를 하는 인슈어테크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작년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보험대리점(GA) 라이선스 없이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를 하는 것이 불법이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소위 잘 나가던 스타트업이 하루 아침에 사업 방향을 틀거나 문을 닫게 생겼다.

업계는 서비스 재개를 위해 금융위원회에 GA라이선스가 없어도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했으나, 금융위는 8개월째 묵묵부답이다. 어쩔수 없이 업계는 일단 기다리자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으나 갈수록 투자금은 바닥나고, 추가 투자유치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18일 핀테크지원센터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으로 금융위원회에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한 인슈어테크 업체는 보맵, 해빗팩토리, 아이지넷 등 10곳 안팎이다. 중복 신청을 포함해 지난해 10월부터 이뤄진 관련 규제샌드박스 신청 건수는 약 20건이다.

핀테크지원센터에 따르면, 인슈어테크 업계에서 신청한 안건이 금융위에서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보통 규제샌드박스 심사 과정은 핀테크지원센터에서 수요 파악-업체들 신청을 받아 규제샌드박스팀에 정식 신청-금융위 안건 상정, 심사-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의 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8개월이 되도록 기본 단계인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당국의 검토 기간이 길어지자 신청을 철회하고 우회로를 찾은 기업들도 있다. 규제를 받지 않는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바꾸거나, 직접 GA라이선스를 획득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당장 서비스 방향을 틀거나 GA라이선스를 획득하기에는 자본, 인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당국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지금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어떠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인슈어테크 업체 관계자는 “작년 10월 신청 이후 금융당국의 어떠한 피드백도 없는 상태”라며 “검토나 심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일단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왜 진척이 없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며 “현실은 알 길이 없어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의 경영 상태는 악화되고 있다. 보맵, 해빗팩토리 등은 지난해 9월 보험상품추천 서비스를 중단했다. 보험상품추천은 인슈어테크의 주요 서비스로, 업체들은 기술과 인력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왔다. 주요 서비스 중단은 곧 수익과 직결된다. 결국 보맵은 당장 나가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인력을 반으로 줄였다. 해빗팩토리 등은 기존 서비스를 이어가되 다른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규제샌드박스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달 핀테크산업협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성현 줌인터넷 대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과정에서 수요조사 신청 이후 정식 신청, 지정 작업이 수개월 이상 명확한 피드백 없이 지연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청 업체들은 신청서의 검토 현황 등의 정보를 알 수 없다”며 “진행경과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업체들이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것조차 어렵다. 당장 소관 부서와 직접적인 연락을 한다는 것이 업체 입장에선 부담이다. 인슈어테크 안건은 금융위의 보험과에서 1차적으로 신청 내용을 검토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스타트업이 소관부처에게 무언가 요청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기다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인슈어테크 업계의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건은 현재 금융위의 보험과에 머물러있다. 보험과의 검토가 끝나면 규제샌드박스 팀으로 안건이 넘어가고, 최종적으로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관련해 금융위 규제샌드박스팀 관계자는 “아직 해당 과로부터 전해들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는 하루 빨리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여부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이 되는 것이 좋지만, 지정이 되지 않아도 당국이 얼른 결정해줘야 더 빨리 다른 사업을 하거나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며 “부디 빠른 시일 내 결론이 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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