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화물운송·중개 플랫폼은 과연 다를까?

9일 KT의 물류 플랫폼 계열사 ‘롤랩(lolab)’은 인공지능 플랫폼 기반 화물운송·중개 서비스 ‘브로캐리(Brokarry)’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롤랩은 지난해 KT가 물류시장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이번에 롤랩이 출시한 브로캐리는 중개(Brokerage)와 배송(Carry)의 합성어로, 화주와 차주를 연결해주는 미들마일 운송·중개 서비스다.

롤랩 측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KT의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AI 매칭 플랫폼을 공동 개발했다. 화주가 브로캐리의 오픈형 주문시스템에 화물을 등록하면 이를 차주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AI 플랫폼이 맞춤형 매칭을 제공한다. 화주와 차주 모두에게 투명한 요금 책정과 함께 업무 효율을 개선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소개했다.

화물운송·중개 서비스? 이미 많은데?

KT가 롤랩을 통해 진출한 화물운송·중개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경쟁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국24시화물콜, 화물맨 등 화주와 차주를 연결해주는 정보공유망 서비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화물운송사들이 중개사업도 함께 영위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진출도 꾸준했다. SK는 2016년부터 화물운송·중개 모바일 서비스 ‘트럭킹’을 출시하는 등 최근까지도 화물운송시장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카카오도 최근 물류 플랫폼 ‘카카오 i LaaS’을 선보이며 물류센터 이용과 센터 간 화물운송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네이버풀필먼트연합 소속인 스타트업 파스토가 화물맨과 손잡고 미들 마일 운송 시스템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운데 이제 라스트마일 배송 역량이 판매자의 주요 경쟁력이란 것은 상식이 됐다. 이에 미들마일 화물운송시장이 관심을 얻는 추세다. 관련해 화물운송·중개 서비스들은 공통적으로 ‘최적의 매칭’, ‘운행 요금 표준화’, ‘공차율 하락’ 등을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화물운송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여전히 더디며, 정보공유망 이후 플랫폼으로서 성공을 거둔 서비스는 아직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화물운송 플랫폼이 지지부진한 이유 3가지

여전히 화물운송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더디고, 이로 말미암아 플랫폼 이용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나날이 증가하는 화물차주의 평균 연령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화물차주의 평균 연령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근 50대 중·후반에 이르렀다. 화물운송업무에는 운송 건 매칭 외에도 실시간 위치 확인, 운송 루트, 상하차 정보, 운송 결과 정보, 요금 책정과 정산 등 여전히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요소가 많다. 이때 차주의 높은 평균 연령은 걸림돌이 된다.

또 실제 현장에서는 화물운송·중개 서비스를 ‘상담’과 ‘문제 해결’ 등을 포함한 종합 솔루션으로 인식하고 있다. 모 화물운송·중개업 종사자는 “단순히 화주와 차주를 매칭 해주고 끝나는 중개 서비스는 없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적의 매칭을 주선한다고 하지만, 사실 매칭 후에 할 일이 더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화주가 전산상에 20kg 물건 15개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보내려 올렸다고 가정해보자. 차주는 화물 상태도 운임도 적당하겠거니 하고 상차지로 갔으나, 막상 화물 무게도 초과에다 부피도 상당하다면?”

“결국 차주는 못 싣는다고, 화주는 급하다고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처럼 화주의 잘못된 데이터 입력, 추가 운송 요구, 차주의 변심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이때 화물운송·중개사는 양측을 어르고 달래거나, 새로운 차주를 찾거나, 운임을 손보거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시간에 물건을 보내야 한다. 이 능력이 핵심 역량이기에 단순히 앱이 쓰기 편하다고 사용할 화주·차주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긴 정산 주기도 한몫한다. 음식배달업의 정산주기는 통상 일주일이며, 법인택시와 택배업도 월급과 같은 형태로 매달 정산이 이뤄진다. 정산 과정 또한 디지털화를 마쳤다. 반면 화물운송업은 매건 정산마다 40~50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운송 완료 후 계산서를 작성해 인수증과 함께 운송·중개사로 우편을 통해 보내는데, 이를 정산 담당자가 일일이 접수해 종이계산서를 정리한 뒤 화주로부터 받은 운송료를 하나씩 송금한다. 이 과정이 서로 복잡하고 번거롭다 보니 관성에 의해 ‘하던 대로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속 편하다.

KT는 과연 다를까?

KT 계열사 롤랩이 선보인 화물운송·중개 서비스 브로캐리의 서비스 소개는 타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주는 브로캐리에 화물을 등록하고, 이를 차주 DB와 연동해 매칭한다. 그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기에 표준 요금을 제공할 수 있으며, 최적의 차량 매칭으로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브로캐리만의 차별점은 어디에 있을까?

관련해 롤랩 측은 먼저 ‘책임 운송’을 강조했다. “브로캐리 전담팀을 운영하여 화물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상황에 직접 대응한다”라는 설명이다. 브로캐리는 중개 서비스만 제공하지 않고 직접 운송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파이프라인 비즈니스라 볼 수 있다. 순수 플랫폼을 표방하는 카카오 i LaaS와 다르다. 오히려 브로캐리는 안전한 화물운송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개입할 의지가 강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화물운송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한 접근 방식”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브로캐리 출시 홍보 사진. 뒤편 화물차량에 래핑한 브로캐리 로고는 단순 홍보용이 아니라, 직접 화물 운송 주체로 참여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익일 운임 지급’을 보장할 것이라 소개했다. KT 계열사인 BC카드·스마트로와 협력해 기존 화물운송 정산주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기겠다는 설명이다. 운임 지급 지연이나 미지급과 같은 업계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차주 입장에서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차주 유입이 활발해지면 그만큼 매칭 속도가 빨라지고, 유연성도 올라가기에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단, 익일 운임 지급 제도는 곧 롤랩의 자금 운용 부담으로 이어지기에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강림 롤랩 대표는 “물류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날로그 방식을 답습하며 대다수 종사자들이 고비용·저효율의 이중고를 겪고 있어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분야라고 판단했다. KT그룹이 보유한 기술과 롤랩의 현장 노하우를 결합해 화주와 차주 모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고, 국내 운송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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