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리뷰] 세상이 무성영화처럼,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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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종철의 까다로운 리뷰. 오늘은 젠하이저 이어폰 신제품,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3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저는 젠하이저 MTW 시리즈 처음 써봅니다. 감안해서 들어주시고요. 이 제품 저처럼 처음 보는 분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입니다.

그런데 처음엔 ANC가 안 되는줄 알았어요. 꼈는데 큰 변화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죠. 이거 거의 35만원 돈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어도 되나? 하다가 집에 가다가 올리브영을 들렀거든요. 어떻게 보이시는지 모르겠지만 제 피부는 한달에 몇십만원씩을 투자하는 피부입니다. 왜? 뭐? 어제 팩도 했어요. 하여튼 올리브영이 세일하길래 물건을 사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툭 치는 거예요. 뭐야 하면서 귀를 우연히 건드렸는데, 올리브영에서, 노래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하나도 몰랐어요. 그리고 가게가 개시끄러운 거예요. 당연하죠 사람이 많으니까. 그걸, 몰랐습니다.

내친김에 카페를 가봤어요. 커퓌한잔할래요? 하면서 커피 한잔 때리다가 문득 또 깨달았는데요. 백색 소음이 없는 겁니다. 커피를 먹는데 잠이 와요.

자, 제가 이 제품이 왜 ANC가 안된다고 생각한지 뒤늦게 깨달았는데요. 에어팟, 갤럭시 끼면 일단 아주 짧은 시간동안 소음을 들려주다가 신호음을 내면서 노이즈 캔슬링이 시작되죠. 이 제품, 그게 없습니다. 끼기 전에 이미 노캔 시작돼 있어요. 그러니까 애초부터 조용한 사무실에 있어서 몰랐던 거죠. 티를 안냅니다.

설명서를 읽어보니까 트류 리스폰스 트랜스듀서라고 해서 프로세서에 빠르게 노캔 전환되는 기능을 넣었더라고요. 에어팟, 갤럭시를 비롯해서 여러 노캔 이어폰, 노캔 켤 때 우웅-하면서 약간 멀미 같은 느낌 나잖아요. 저는 지금까지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습니다. 당 떨어지는 느낌, 비행기 이륙하는 느낌, 안 당연한 거였습니다.

자, 노이즈 캔슬링 성능, 여러분이 가장 잘 아시는 에어팟 프로, 갤럭시 버즈 프로와 비교해봤는데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 제품이 가장 뛰어납니다. 카페 소음에 에어컨 실외기 소음 약간 섞어서 테스트해봤는데요. 갤럭시는 카페 노래 소리, 사람 소리 약간 들리고요. 에어팟은 노래 소리만 약간 들립니다. 이 제품은 가수의 목소리만 약간 들렸습니다. 물론 오버 이어 제품이 아닌 만큼 큰소리 있죠.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이런 건 다 들립니다.

느낌은 이렇습니다. 이걸 끼고 카페에 가면 세상이 무성 영화 같아요. 이 느낌을 어디서 받았는지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는 아주 조용한 섬중에 로타 섬이라고 있어요. 사이판에 가서, 경비행기를 또 타고 가야 되거든요. 접근성이 아주 떨어지죠. 참고로 경비행기 정말 무섭습니다. 곧 죽을 거 같아요. 저는 유서 쓰고 탔습니다. 하여튼 그러니까 이 로타 섬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거기서 배를 또 타고 나가서 스노클링을 했거든요. 거기서 잠깐 잠수를 했었는데요. 이렇게 조용한 데서 물속에 들어가면 어떤 기분이냐면 배에서 틀어놓은 노래 소리 아주 약간 들리고요. 다른 건 거의 안 들립니다. 아주 아름다운 자연에 아주 약간의 노랫소리, 모든 시름과 걱정이 씻겨나갑니다. 그 기분이 들더라고요.

자, 음질 이야기 한번 해보겠습니다. 음질이 먹먹한 면이 없어요. 베이스가 아주 센 편은 아닙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7mm니까 최고급은 아니에요. 그런데 묵직한 소리 올리면 당연히 나고요. 더 중요한 게 해상력이 아주 좋습니다. 제가 연주곡 듣는 걸 좋아하는데요. 특정 악기들은 주파수가 비슷하면 소리가 뭉개지거든요. 그런 현상이 크지 않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이디엇테잎의 080509, 다프트 펑크 Giorgio by Moroder 이런 거 듣는데,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두 노래가 후반에 터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터지는 부분이 폭발적이진 않았습니다. 소리가 깨끗하고 구분이 쫙좍 가는데, 파워가 느껴지진 않아요.

자 편의 사항, 재밌는 게 있습니다. 이퀄라이저 당연히 있잖아요. 그런데 이퀄라이저 조정 어렵잖아요 사실.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보통 앱에서는 힙합, 락, 이렇게 장르로 구분하죠. 이 젠하이저 스마트 컨트롤 앱에는 사운드 체크 항목이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선호하는 사운드 세가지 고르면 베이스, 중간, 트레블 세가지 조정해주는 겁니다. 가장 쉬운 이퀄라이저 설정법인 거죠. 보통 음악 좀 듣는다 하시는 분들은 베이스를 많이 높이시죠. 저도 그랬는데요. 제가 선호하는 사운드 체크해 보니까 사실 저는 베이스 하나도 안 높이고 중간 소리 높이는 걸 좋아하고 있었네요. 지금까지 거짓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밖에 사운드 존 설정하실 수 있습니다. GPS를 써서 특정 지역에 들어오면 세팅이 미리 설정한 대로 바뀌는 건데요. 예를 들어서 회사에 들어갈 때 인사를 해야 하잖아요. 이때 설정해놓으면 회사 근처에서 주변음 허용 모드, 투명 모드로 바뀌도록 설정할 수 있는 거죠.

자, 단점 한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유닛이 너무 큽니다. 큰 거 신경 안 쓰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이 유닛이 커서 끼고 돌릴 때 귓바퀴에 걸려서 완벽하게 착용이 안 될 때가 있어요. 이러면 소리가 새기 때문에 ANC에 별로 좋지는 않죠.

통화품질, 이렇게 생긴 제품에는 큰 기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아주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제가 옷 입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옷에 코디하기 어렵습니다. 존재감이 너무 커요. 요즘 이어폰들이 좀 깔끔하고 모던한 형태를 하고 있는 이유가, 너무 크면, 옷이랑 안 어울려요. 옷 입을 때도 전체 조화를 생각 안 하고 막 튀는 것만 입으면 이상하잖아요. 이 제품도 약간 그렇습니다. 굉장히 묵직하고 헤비해 보이죠. 케이스에 패브릭 두른 것도 좀 아재 같아요. 만약 외모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라고 하면 전 이거 안 살 겁니다.

뭐 어쨌든 제가 최근까지 썼던 제품 중에 이어폰 본연의 기능에 가장 충실한 제품이었고요. 가격, 외모 빼고 단점, 없습니다. 로타 섬의 아름다운 풍경, 느껴지네요.

자, 그럼 이 제품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

이어폰은 음질이 짱이다, 사세요. 짱입니다.

노캔 성능이 중요하다, 사세요. 세상이 무성 영화 같습니다.

나는 아이폰 쓴다, 사지 마세요. 에어팟 프로 이미 있으시죠? 그냥 쓰시면 됩니다.

나는 패셔니스타다. 사지 마세요. 코디하기 어렵습니다. 긱하고 무거워요.

나는 돈이 많다. 부럽습니다.

자, 다음 시간에는 조금 더 라이트하고 가벼운 이어폰, 갖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구독, 팔로우, 알림 설정, 아름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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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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