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대 메모리업체가 공장 증설 못하는 이유

대만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 난야테크놀로지(Nanya Technology)가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 예고했지만, 예상보다 6개월 이상 계획이 미뤄지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이 11일 보도했다. 이르면 2025년까지도 새로운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난야테크놀로지는 지난 2021년 4월, 대만 신베이시 타이산구에 위치한 난린과학단지에 10나노 D램 기술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한 공장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난야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난야는 해당 공장에서 월 4만5000장의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다.

난야가 신기술을 도입한 공장을 증설하기로 계획한 이유는 증가하는 메모리 수요를 충족하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난야테크놀로지의 D램 시장점유율은 약 2.9%정도다. 세계 4위를 달리고 있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과 비교했을 때에는 점유율도, 기술도 차이가 나는 실정이다.

그 가운데 최근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업계는 제품 가격도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난야도 앞선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고 제품 생산량을 늘려 수익 증대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선단 공정이 도입된 생산라인 증설에 팔을 걷어붙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2021년 말에 착공 예정이었던 해당 공장은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실정이다. 우선 장비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해서는 ASML,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야 한다. 특히 난야가 새로 증설하기로 한 생산라인에는 EUV 노광공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ASML로부터 해당 장비를 들여야 한다.

장비를 들이기로 계획한 기업은 난야뿐만은 아니다. 반도체 수급난이 일어나고 공급망 안정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세계 각국은 생산라인을 대거 증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 수요도 증가했는데, 장비 제조업체가 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도시 봉쇄 등의 이유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고, 장비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장비의 리드타임(lead time, 상품 주문부터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은 1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장비는 리드타임이 18개월까지 늘어난 실정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도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있다”며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대만 내 현재 환경적 요인으로 반도체 공장을 새로 증설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대만은 지난해 이상기후로 가뭄과 정전 등의 문제를 겪은 바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부지 확보와 반도체 관련 인력 문제까지 직면한 상황이다. 대만 정부 측에서 환경을 비롯한 규제 검토 등의 이유로 증설 허가를 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파운드리 업계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그간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TSMC가 최근 미국, 일본 등지에 생산라인을 적극적으로 증설하고 있다”며 “환경적 요인으로 자국 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환경적, 지리적, 사회적 영향으로 대만 내에서도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리페이잉(李培瑛) 난야 사장은 “규제·환경 관련 검토가 예상보다 2~3분기 가량 지연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재료, 부품, 인력 부족과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에는 인허가를 받아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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