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사람들⑦-①] 창업가에서 액셀러레이터로, 씨엔티테크

[바이라인네트워크 창립 6주년 기획, 스타트업과 사람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다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도 20개사 가까이 등장했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자본의 규모도 이전과는 다릅니다. 대기업이 자본 싸움에서 스타트업에 밀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창립 6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의 특징은 ‘사람들’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춰본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와 투자자를 비롯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스타트업에 들어가고 싶은 취업준비생, 스타트업이 만든 플랫폼에서 일하는 긱 노동자 등을 바이라인네트워크가 만나봤습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좀더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편집자 주.

씨앤티테크 전화성 대표

⑦-① 액셀러레이터는 어떠한 일을 하나

스타트업 붐이 일고 생태계가 활성화된 지 10년이 넘었다. 스타트업을 발굴, 성장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하나의 역할로 자리를 잡았다.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은 다양한 규모의 자금을 제공하고, 창업자들이 오로지 창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투자 유치, 사업 전략 등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액셀러레이터로부터 보육 지원을 받는 것을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에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퓨처플레이, 씨앤티테크 등 주요 액셀러레이터가 상장을 준비하는 등 규모를 키우고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를 만나 국내 스타트업과 액셀러레이터의 현황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푸드테크에서 시작한 액셀러레이팅

처음부터 씨엔티테크가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했던 것은 아니다. 씨엔티테크의 첫 사업은 주요 프랜차이즈 기업에 콜센터와 홈페이지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드테크’였다. 1588이나 1577로 시작하는 콜센터 서비스를 씨엔티테크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이후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프랜차이즈 배달 서비스도 콜센터나 홈페이지 중심이 아닌 스마트폰 앱 중심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와 같은 주요 기업이 배달 앱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 때, 전화성 대표는 배달 앱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생겨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이 더 유리하겠다고 판단했다.

전 대표는 전산학과 출신에 과거 음성언어분야 벤처기업 ‘SL2’를 창업한 바 있다. 뒤이어 창업한 씨엔티테크도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진행된 사업이었다. 기술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던 씨엔티테크는 이를 기반으로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그는 액셀러레이팅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추후 기술 발달과 함께 씨엔티테크에서 액셀러레이팅을 받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일부 기업 회수에도 성공하면서 전 대표는 액셀러레이팅의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따라서 씨엔티테크는 2019년부터 5G 액셀러레이팅 2.0 체제를 새롭게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씨엔티테크는 보육한 스타트업 중 유망하다고 판단한 기업을 대상으로 ‘팁스(TIPS)’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지원한다. 팁스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사업 프로그램을 말한다.

전 대표는 “팁스 프로그램 선발 경쟁률은 평균적으로 3대 2로, 3개의 기업이 지원할 시 1개의 기업은 탈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지난 1년 간 씨엔티테크를 거쳐 팁스 프로그램에 지원한 기업 중 탈락한 기업은 하나도 없었고, 팁스 20연승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액셀러레이터로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는 것이 전화성 대표의 설명이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것?

“시장과 해당 사업분야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학력을 걷어내고 최대한 경험치 위주로 스타트업을 평가하려 한다.”

전화성 대표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 학력보다 사업을 위한 경험과 사업을 바라보는 인사이트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배달 앱을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액셀러레이팅 의뢰를 했을 때, 창업자가 배달을 직접 해봤거나 앱 프로그래밍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학벌이나 출신 직장의 네임밸류 외 다른 강점을 찾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추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만큼 전 대표는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경험치와 시장에 대한 이해’에서 보고 있다.

전 대표는 B2C 기업과 B2B 스타트업의 성공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육성 방안을 취해야 성공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큰 부류로 나누면 B2C 형태의 플랫폼 서비스 제공업체와 다른 기업에 납품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나눌 수 있다. 전화성 대표는 각 기업의 유형에 맞춰 세부 지원을 했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성공 지표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팁스 합격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플랫폼 서비스를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나 생활 패턴을 데이터화한 후, 이를 초개인화해 생활에 생긴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만큼 B2C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 처리 관련 기술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소비자의 생활 사이에 생긴 공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B2C 플랫폼 창업을 위해서는 통찰력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B2B 기업의 경우에는 고객사가 생겨야 매출을 창출하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B2B 스타트업의 경우 대기업과의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PoC)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팁스 선정 사례만 보아도, B2B 스타트업은 대표적인 협업 사례를 만들지 못해 탈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협업해 증명 사례를 구축해 놓으면, 이후 시장 확장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전화성 대표는 “씨엔티테크라는 기업 특성상 대기업과 협업했던 사례가 많다 보니, 쉽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주고 이를 통한 성공 사례를 잘 만들고 있다”며 “팁스 선정을 지표 중 하나로 삼아 스타트업 성공 노하우를 쌓아 왔고, 앞으로도 쌓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

전화성 대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액셀러레이팅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국내 액셀러레이팅 사업에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우선 국내에는 300개 이상의 액셀러레이터가 있는데 그 중 실제 액셀러레이팅을 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전 대표는 “액셀러레이터 수가 많아진 이유는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따는 것이 쉽기 때문”이라며 “1억 자본금에 전문가 2명만 있으면 라이선스를 제공하는데, 액셀러레이터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금융업은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300개 액셀러레이터 중 1년에 1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곳은 30개 이상이 되지 않는다. 5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는 5개도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일단 라이선스부터 확보해 놓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액셀러레이터 수는 많지만, 실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하나, 우리나라 액셀러레이터 생태계는 다른 국가와 다소 차이가 있다. 다른 국가는 스타트업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보육을 받는 민간 주도형과 정부가 자금을 대납하는 형태의 정부지원형 액셀러레이팅 사업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 정부지원형 액셀러레이팅 구조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창업자 사이에서도 액셀러레이팅을 받기 위해 비용을 따로 지불하지는 않는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깔려 있다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액셀러레이터 비즈니스 모델 (자료: ETRI)

이렇게 되면 액셀러레이터 인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본래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 육성에 주력해야 하는데,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 입찰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 한 명에게 주어지는 업무가 과중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를 대상으로 민간 주도형 액셀러레이팅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정부지원형 액셀러레이팅 사업이 생태계에 자리잡은 이상, 이를 빠른 시일 내에 바꾸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화성 대표는 “미국의 경우에는 액셀러레이터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형화된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VC) 다수가 협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한국도 여러 개의 액셀러레이터가 분산된 형태보다는 대형화된 액셀러레이터가 VC와 협업해 시장을 주도해나가는 구조로 가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전 대표는 “씨엔티테크는 대형화된 액셀러레이터가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스타트업 생태계 가운데 방향성을 증명하고자 한다”며 포부를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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