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사로잡힌 아이들을 데려오고픈 ‘코코지’

[box type=”bio”] 코코지는 어떤 회사?
요기요 공동창업자로 2012년부터 5년간 요기요의 마케팅 수장을 담당했던 박희 대표가 창업한 키즈 오디오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아이들이 들을만한 콘텐츠를 귀여운 하드웨어에 담아 판매한다. 집 모양의 IoT 기기에 자그마한 인형을 올려 놓으면, 그 인형에 맞춤한 콘텐츠가 재생된다. 아이들이 캐릭터 인형을 갖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꾀했다. 부모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려줄 수도 있다. 어린이용 콘텐츠를 위한 장터가 열릴 수 있도록, 연내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가졌다. 최근 TBT 파트너스 등으로부터 75억원 규모의 프리A 라운드 투자를 받았다.[/box]

압구정에 자리잡은 코코지 사무실에서, 지난 7일 박지희 코코지 대표를 만났다. 요기요 공동창업자, 렌딧의 최고마케팅 책임자로 잘 알려진 그는, 평생을 숫자만 보고 살아온 인물이다. 그가 장고 끝에 고른 창업 아이템은 ‘어린이 오디오 콘텐츠와 하드웨어’다. 그리고는 “숲속에 사는 요정”을 모티브로 한 세계관을 직접 세웠다. 모르긴 몰라도, 퍼포먼스 마케터 중에 이렇게 급격하게 캐릭터 변신을 한 이는 드물터다.

박지희 대표를 만나러 가면서는, 숫자에 밝은 그이가 왜 남들은 어렵다고 볼 오디오 하드웨어 사업에 도전했을까에 더 관심이 갔다. 글로벌로는 오디오 콘텐츠가 터지고 있다지만 국내서는 영상 시장이 압도적인데다, 어린이용 하드웨어 시장은 완구를 제외하면 척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략 20여분이 흐른 즈음에 질문의 흐름이 바뀌었다. 이 회사가 만든 하드웨어 ‘코코지 하우스’의 실물을 봤을 때다. 몸을 제품쪽으로 바짝 당겨 앉고서는, 피규어를 만지작 거리면서 “이 친구들의 이름은 무어냐”고 묻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왜냐하면, 귀여운게 최고니까.

박지희 코코지 대표와 코코지 하우스를 소개한다. 박 대표 앞의 집 모양 하드웨어가 코코지 하우스이고, 인형 아띠가 이 집안에 들어와서 오디오 콘텐츠를 재생한다. 지금 집 안에 들어와 있는 녀석은 매직 아띠다. 부모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줄 수 있도록 했다.

인형들이 귀엽다. 이 친구들의 이름이 있나?

이 인형들을 아띠라고 부른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과 똑같은 역할을 하면서, 갖고 있는 콘텐츠를 재생하는 거다. 호랑이 모양 아띠의 이름은 ‘호당’이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는 호랑이가 많이 등장하는데, 무서운 외모와는 달리 대체로 허당이다. 그래서 호당이라고 이름 붙였다. 호당을 집에 올려놓으면 전래동화가 나온다.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퍼포먼스 마케터가 오디오 콘텐츠에 게다가 하드웨어라니. 지금까지 경력과 전혀 다른 분야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딜리버리히어로를 공동으로 만든 독일의 ‘팀글로벌’에서 “아시아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심상치 않다”고 말하더라. 유럽과 미국에서 굉장히 다양한 서비스 플레이어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양쪽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다고. 아시아를 기반으로 뭔가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어린이용 하드웨어를 직접 만든다고 해서 놀랐다

유럽 시장에서는 아이들이 오디오 콘텐츠를 다양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디바이스 플레이어가 다양하다. 또 스포티파이 같은 경우에는 키즈 영역을 확장해가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따로따로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오디오 콘텐츠 얘기를 할 때 제일 좋은 것은, 결국에는 ‘스크린 타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지난 2019년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5세 미만 아이들한테 1시간 이상 스크린 타임을 제공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정도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화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아야 하다는 것은 글로벌로 모든 부모가 똑같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라는 얘기가 아닌가?

스크린 타임을 대체하고, 청각 자극을 통한 두뇌 발달이 가능하도록 오디오 콘텐츠가 가능성 있다고 봤는데, 이 오디오가 결국은 스크린 디바이스를 통해 소개되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한 유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맞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저렴하게 많이 공급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이런데서도 만들고. 여기에 키즈 콘텐츠도 공급된다. 따로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부모들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려고 할까?

인공지능 스피커의 커버리지가 넓은 것은 맞다. 그래서 아이들이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요소에 굉장히 집중했다. 유럽에서 판매중인 제품을 벤치마킹하면서 가장 좋은 요소라 생각되는 부분을 뽑아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더핑크퐁컴퍼니의 ‘아기상어’와 같은 IP를 라이선스해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과 마찬가지 역할을 하게 했다.

코코지 하우스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CD플레이어처럼 틀어놓고는, 자신이 놀 때 백그라운드 사운드를 제공하는 매체로 아이들이 알아서 쓴다. 또는, 코코지 하우스가 집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이 하드웨어를 플랫폼 삼아서 자기가 가진 모든 인형을 긁어 모아 역할극을 하면서 논다. 이게 우리가 원했던 형태다. 인형 자체에 아이들이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고, 또 이런 인형을 여럿 가지고 놀 수 있다.

인형이 그러니까 CD 같은 개념이다. CD플레이어를 하나 사면, 이후에 계속 마음에 드는 CD 구매해서 바꿔가면서 음악을 트는 것과 마찬가지겠다

맞다. 실제로 인형 하나에 들어가 있는 콘텐츠의 분량이 CD 한 장과 비슷하다. 코코지 하우스가 집 모양으로 생겼는데, 그 집 안에 인형을 올려놓으면 각 인형 안에 들어 있는 콘텐츠가 재생된다. 호당이 전래동화를 들려준다면, 토끼 모양의 인형 ‘토빗’은 토빗은 세계명작을 한국어와 영어로 들려준다. 그래서 한국어 토끼와 영어 래빗에서 이름을 한글자씩 따왔다. 오리 모양의 ‘뿅이’에서는 율동 동요가 나온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엄마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주는 ‘매직아띠’다. 부모들이 매직아띠에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말을 녹음해서 들려주기도 한다.

인기있는 IP 라이선스 하면서, 자체 캐릭터도 직접 만든다. 나중에는 콘텐츠 사업이 하고픈 건가?

콘텐츠 사업을 하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더핑크퐁컴퍼니의 아기상어를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코닉스에서 제공하는 뽀로로와 타요 IP도 계약을 체결해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어린이날 선보이는 게 목표다. 이 외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콘텐츠도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로 만들고 있다. 세계관도 확장 중이다. 아이들이 애착을 형성하고, 그 캐릭터를 통해 비주얼적으로도 자극받도록 하고 싶다. 영상 매체는 아니지만, 이 캐릭터가 청각 콘텐츠와 동시에 제공됨으로써 상상력이 배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스크린 디바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요즘은 아이들이더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를 많이 본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외국과 달리 오디오 콘텐츠의 성장 속도가 더디게 느껴진다. 어린이를 위한 오디오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을까?

일단,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데는 저작권이나 정산에 대한 불신 등이 깔려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그부분의 걱정을 덜 수 있게 한 것이, 정해져 있는 IoT 디바이스에서 정해져 있는 UX의 틀로만 콘텐츠가 소비된다. 그래서 저작권을 보호받을 장치가 많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또, 아이들이 부모의 개입 없이 스스로, 자기주도적으로 콘텐츠를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부분이 성취감을 준다. 아이들에게 긍정적 감정을 주는 캐릭터를 매개로 애착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감성 발달과 언어 발달에 전체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본다.

코코지가 가진 원천기술은 무엇인가?

코코지 하우스에 인형을 올려 놓으면 서버가 키를 읽어 콘텐츠를 내려주는 형태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다. 그러나 앱을 통해 부모가 목소리를 녹음하고 저장하면 실시간으로 서버와 동기화되는 기술은 쉽지 않다. 어린아이들이 전화를 걸 줄 알게 되면 가끔 뜬금없이 낮에 부모에게 전화해서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한다. 극단적으로는, 아침에 출근 전에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녹음하고는, 엄마가 음성편지를 보내놓았으니 나중에 들어보라고 말해줄 수도 있다. 아이들이 부모 목소리를 매우 좋아하는데, 실제로 로그 분석을 해보면 아이들이 제일 처음에 좋아하는 것은 아기상어지만 결국 가장 많이 듣는 것은 부모 목소리가 녹음 된 매직아띠다.

퍼포먼스 마케터 출신으로, 특히 집중해서 보고 있는 숫자가 있나?

고객들의 리텐션이 얼마나 많이 만들어지느냐다. 우리 입장에서는 지금 고객이 계속 쓰게 만들도록 하는게 중요한데, 왜냐하면 진짜 중요한 선수는 올해 말 등장하기 때문이다. 바로 플랫폼이다. 하드웨어는 그 플랫폼을 위한 게이트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플랫폼을 구상하나?

과학, 음악, 영어, 오디오북, 스토리텔링 등의 여러 콘텐츠가 팟캐스트처럼 올라오는 플랫폼이다. 매직아띠가 콘텐츠 생태계인 팟캐스트와 아이를 연결해주는 고리가 될 거다.

아이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인가?

부모님이 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천문학자인 아빠가 읽어준 별 이야기를 다른 아이들도 매우 좋아하더라. 금손 부모가 많다. 창작 팟캐스트가 열리면 참여한 부모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그런데, 이런 일을 더핑크퐁컴퍼니와 같은 회사도 있는 아닌가?

충분히 직접할 수 있다. 디바이스 기술만 놓고 본다면 어려운 일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으로 보면 일이 복잡해진다. IP 회사들은 본인들의 IP로만 일을 할 수 있다.

회사가 충분히 커지면, 어느정도 규모까지 성장할 있으리라고 보나?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오디오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국내에서도 굉장히 큰 과제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해외 팀 셋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아기상어 같은 경우 워낙 글로벌로 인지도가 높다. 뽀로로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 콘텐츠 IP의 경쟁력이 굉장히 높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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