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살기부터 물건 구매까지…금융권, 메타버스 현실 연계 ‘활발’

메타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금융권에서 현실과 연계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 속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실제 집으로 배송이 오는 서비스와 활동을 통해 얻은 포인트로 뱅킹 앱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작년까지 금융권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체험 정도였다면, 지금은 직접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플랫폼 구축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작년에는 대부분의 금융권에서 신입행원 교육, 그룹 경영회의 등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며 서비스를 체험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부터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대고객 서비스에 나섰다.

지난달, NH농협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 베타버전을 내놨다. 사용자는 대체불가토큰(NFT) 기반의 독도 주민증을 발급받아 땅을 구입해 집과 건물을 짓고 낚시, 농사 등을 수행하면서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포인트는 메타버스 속 은행에 예치할 수 있으며, 농협은행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와 연동되어 물건이나 쿠폰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속 은행 지점

신한은행도 지난달 직접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 ‘신한 메타버스’의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특별한 기능으로는 GS25와 제휴해 만든 편의점 공간이다. 메타버스 속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면 아웃링크를 통해 GS온라인 쇼핑몰로 이어져 실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를 활용해 국민은행 지점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내용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메타버스 은행 지점에 가서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면, 실제 KB국민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링크를 전달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금융사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미래 금융채널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과거 PC,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이 생겨났듯이 다음 금융채널로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외부 세계와 개인 일상에 가상·증강(VR·AR)기술을 적용해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특히 정해진 날과 시간에만 점포를 운영하는 금융업권 특성상 메타버스와의 시너지가 주목된다. 이미 송금, 계좌내역 확인 등 기본적인 것은 모바일 금융으로 대체됐으나 메타버스를 통해 더 많은 금융영역에서 심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석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메타버스 연구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에 의한 디지털 금융은 가상세계와 현실을 잇는 기술적 장점으로 스마트폰의 한계인 온오프라인의 괴리감을 극복하고 현실과 가상이 연결된 금융시대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타버스, 미래 은행 점포역할 대신할 것”

향후 대면을 선호하는 고객상담 영역에서도 메타버스가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에서는 VIP고객을 대상으로 상담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부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고객이 VR기기를 쓰고 메타버스 속 국민은행 지점에 가면 맞춤형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메타버스 속 가상 은행원이 고객의 금융자산을 도표화해 설명을 해준다.

이미 글로벌 금융사에서는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캐나다 TD은행은 VIP 고객이 지점에서 투자 상담을 요구하면, 증강현실(AR) 기기를 통해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시각화해 오프라인 투자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상담의 핵심 자료가 가상·증강(VR·AR)기술로 구성되어 오프라인 상담업무와 연계된다. 미국 캐피탈원은 AR 기반 자동차 대출 앱을 개발했다. 앱으로 실물 자동차를 찍으면 차량에 필요한 대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금융권 메타버스는 가상세계 기반의 점포로 활용될 전망이다. 금융사는 메타버스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며, 고객은 점포를 방문하지 않아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메타버스 금융 서비스는 점포와 거리가 있거나, 방문이 어려운 고객들에게 이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연구소의 ESG·기업금융연구실 성지영 연구원은 메타버스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가상세계 기반 가상점포를 지방, 해외 등 지리적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의 영업확대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채널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메타버스+금융 활성화되려면, 제도마련 우선

다만, 금융권 메타버스가 현실과 연계되기 위해선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와 결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체계 마련,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이용 접근성 등이 해결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정지수 자본시장연구원은 “메타버스 플랫폼 사용으로 개인의 얼굴 이미지, 사적정보 등이 유출되거나 악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정보보호를 위한 본인인증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메타버스에서는 실제 사람이 아닌 아바타가 활동하기 때문에 아바타가 거래자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 보안 문제도 있다. 메타버스에서 금융거래가 이뤄지려면 현재 금융사나, 전자금융업자 등이 받는 취약점 점검 분석, 망분리 규제 등에 준하는 보안 규제가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관련 체계와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해 금융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열린 금융플랫폼 혁신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메타버스를 이용한 가상공간 속 금융서비스와 관련해 규제, 합리적 소비자보호 원칙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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