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체들은 왜 너도나도 후불결제를 제공할까

쇼핑을 해서 물건을 샀지만 당장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신용카드나 현금 결제를 즉시 하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다. 일명 ‘후불결제’라는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생수를 사고 네이버페이에서 ‘나중결제’를 누르면 당장 네이버파이낸셜에서 대금을 지급해준다. 사용자는 다음 달 생수 값을 내면 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후불결제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 쿠페이, 토스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원래는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업자는 신용카드업 허가 없이 후불결제 업무를 할 수 없지만 금융위에서 허가 없이도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면제해줬다.

후불결제 서비스는 출시와 함께 사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의 후불결제 누적 건수는 82만건, 누적 금액은 33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당국은 후불결제 서비스 한도를 월 최대 30만원으로 제한했다. 시범 서비스인 만큼 소액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액 후불결제는 금융이력이 적은 씬파일러를 위한 서비스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청년, 주부 등 씬파일러에게 소액신용 기회를 주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후불결제는 이제 초기 산업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파이낸셜과 쿠팡(쿠페이)에서도 베타 서비스 단계로, 일부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쿠페이에서는 금융위의 승인을 받은 서비스가 아니라, 자체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쿠팡에서는 대규모로 물건을 사들인 뒤 고객에게 파는 직매입(로켓배송)을 하고 있는데, 이때 고객에게 직매입 상품을 먼저 주고 다음 달 고객으로부터 대금을 받는 방식으로 후불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달리, 업체에게 대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자체 서비스인 셈이다.

카카오페이와 토스에서도 올해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에서는 지난 1월 최대 15만원 한도의 모바일 후불 교통 서비스를 선보였다. 토스는 지난 30일 네이버페이처럼 최대 한도 30만원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추가로 연내 페이코 등에서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토스의 후불결제 서비스 화면

네이버파이낸셜, 쿠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은 후불결제 서비스를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까. 업체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후불결제를 통해 기업들이 기대하는 효과는 두 가지다. 주로 수익측면보다는 전략적인 성격이 강하다.

먼저, 후불결제로 자사 결제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나 보유 현금에 한계를 가진 사용자들이 후불결제 서비스로 인해 구매 기회가 생긴다. 결국 한 달에 세 번 결제를 하던 사용자도 후불결제를 통해 결제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때 후불결제 서비스 기업은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구매 의지나 여력이 있는 고객을 발굴해야 서비스를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주로 구매이력이 적은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인만큼 자사가 보유한 비금융정보 등을 더해 신용평가를 한 뒤 서비스 대상 사용자를 선별한다.

(출처=국무조정실 규제샌드박스 주요 사례)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사용이력이 높은 사용자들이 서비스 대상에 속해있다고 전했다. 비금융 데이터인 네이버페이 사용이력을 신용평가에 활용하면 사용자의 서비스 사용빈도, 상환 능력 등을 평가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충분한 소비와 구매 여력이 있는 사용자, 즉 서비스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업체 입장에서는 결제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기존 결제 수단에 추가적인 수단을 제공해 사용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 이 경우 후불결제 서비스를 안 하는 곳보다 사용자가 더 서비스 이점을 느끼게 될 것이란 게 업체들의 분석이다.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에서도 후불결제가 수익성 사업보다는 고객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사실상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업이라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보다 씬파일러에게 소액신용기회를 준다는 효익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토스와 네이버파이낸셜에서는 후불결제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체계도 기존과 같다. 결국엔 후불결제를 통해 새로운 사용자를 흡수하고 기존 사용자 층을 결집하는 것이 업체들의 목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도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인 만큼 지금보다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불결제 서비스로 신용카드의 수요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씬파일러에게 소구되는 서비스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금융위원회에서는 후불결제 상향 조정에 대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후불결제의 한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내용에 부가 조건을 변경해야 한다”며 “관련해 신청이 있다면 검토해볼 수는 있으나 무작정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